뇌전증 앓는 아이들이 편안하게 생활하는 제주를 바라는 자조모임이 있다. 이름하여 한걸음더. 모임을 시작한 최지연님은 이렇게 말한다. 두 명의 자녀 중 딸이 뇌전증을 앓고 있는데, 딸을 돌보는 과정에서 너무나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뇌전증과 발달장애가 같이 있어서 어려움이 과중되는 점도 있다고 한다. 비슷한 어려움을 느끼는 부모님들과 서로 공감하기 위하여 자조모임을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주변의 부모님들에게 어떤 점이 가장 어려운지 의견을 물어보니, "의료 환경"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자녀가 발작을 했을 때, 데려갈 수 있는 병원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제주도에서는 처방받을 수 없는 약의 경우 서울의 병원에 가서 처방을 받아야 한다. 이 밖에도 서울로 진료를 받으러 가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에 두 자녀를 데리고 병원에 가는데, 뇌전증 앓는 자녀를 데리고 비행기를 타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라고 한다. 뇌전증과 뇌병변1급을 같이 앓는 자녀를 둔 어떤 부모님의 경우에는, 자녀가 누워서만 있는 상태라서, 비행기를 타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고 한다. 최지연님은 본인도 힘들지만, 이렇게 비행기를 타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운 경우는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한걸음더에서는 이렇게 어려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해나가고 있다. "뇌전증과 함께 사는 따뜻한 세상을 향한 생활실험실 번쩍번쩍 에필랩"이라는 프로그램의 도움으로 자조모임을 만들고, 활동보고서를 제작하는 활동을 했다. 에필랩은 뇌전증 관련 당사자를 중심으로한 실험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활동보고서에는 제주도에서 뇌전증 소아환자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 현황 정보, 어려움을 겪는 사례들, 한걸음더 활동 소개, 뇌전증 환자가 발작을 일으켰을 때 주변에서 알면 좋은 응급수칙, 제주도내 소아 신경과 의사선생님의 인터뷰 등의 내용을 담았다. 대구에서 열리는 에필랩 성과공유회에 참석하여, 제주도의 현실을 알리기도 했다. 발표를 들은 분들은 "제주도의 상황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로 어려운 상황인 줄은 몰랐다."며 안타까움을 표현해주시기도 했다.

에필랩 성과공유회에 참석했던 일본의 노크온더도어라는 회사는 일본도 섬이 많아서 지역의 의료 서비스 관련하여서는 제주도와 일본이 비슷한 점이 상당히 많다며, 나나카라는 어플을 통해 비대면 진료를 진행하고, 지역별 거점 약국을 결합하여, 의료환경을 개선하는 접근법을 공유해주기도 했다.

한걸음더에서는 또한 시민단체, 문화기획자, 제주소통협력센터, 도의원 등 다양한 분들을 만나고 상황을 전하고 조언을 구하며,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하면, 뇌전증 소아환자의 환경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지 배워 나가고 있다. 그 중 한 분은 이렇게 말했다. "결국에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공감을 이끌어내려면 상황을 알리는 것이 그 시작일 것이다. 제주에서 살아가는 많은 분 중, 어려움을 겪는 분이 뇌전증 소아환자의 부모님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뇌전증 소아환자가 살아가는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 차마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부모님들의 노력과 행동에 아낌없는 응원과 지지를 보내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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