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기록되지 않은 피해] 중

제주4·3 혼란 불구 복구 작업 속도…삼양교 시작 이어 본격화
주민 욕구 수용 학교 설립도…다만 일부 한계 연혁마저 불분명
조천중학원만 유적지로 등록…"의미 중요 활용 방안 등 절실"

제주지역에서 학교는 마을공동체의 대표적인 상징이다. 제주4·3 당시 학교시설 기반이 무너져 내렸고 이는 마을공동체의 파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도민들은 혼란 속에서도 교육시설 복구에 온 힘을 기울였다. 공동체 정신의 회복이자 교육적 노력인 셈이다. 교육에 대한 열의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과거 제민일보 '4·3은 말한다' 등에 따르면 광복 전·후 당시 북제주군의 교육 수준은 35.7%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이처럼 학교시설 복구는 제주4·3을 극복하는 과정이었다.

△학교 재건 노력 박차

제주4·3으로 도내 상당수 초등학교, 중등학교가 소실되거나 해체된 가운데 도민들은 학교 재건 노력을 시작했다.

실제 학교시설이 전소된 해안마을이나 중산간 마을에서 제일 먼저 착수한 작업이 학교시설의 복구였다.

이 결과 1949년 2월 전소됐던 삼양교의 복구를 시작으로 도두교, 남원교 의귀분교장, 광령교, 어도교 등 연이어 본격화됐다.

특히 학교 복구 외에 새로운 학교들이 설립되기도 했다. 마을 주민들의 교육 욕구를 수용한 결과다.

중등교육에서도 전소됐던 서귀중학교와 중문중학원이 복구됐고 오현고등학교, 제주여자고등학교, 신성여자고등학교 등이 새롭게 들어섰다.

하지만 복구에 오랜 기간 소요된 학교도 있다. 대표적으로 서광교 동광분교장과 영평교가 각각 1967년과 1968년에 복구가 완료됐다.

이 과정에서 도민 의지뿐만 아니라 각계각층의 노력이 더해졌다. 당시 학교 재건 사업에는 재외 도민과 재일교포는 물론 유엔한국부흥단(UNKRA)의 지원이 이어졌다.

하귀중학원·단국중학교 옛터. 2학년생들이 수업하던 미수동 공회당 자리에는 지금 교회가 들어서 있다. 제주도와 제주4·3연구소가 발간한 '제주4·3유적Ⅰ'에 따르면 1945년 설립된 하귀중학원은 1948년 제주4·3 발발 직후 단국중학교로 이름이 바뀌었고 그해 11월 폐교됐다. 사진 출처 제주다크투어
하귀중학원·단국중학교 옛터. 2학년생들이 수업하던 미수동 공회당 자리에는 지금 교회가 들어서 있다. 제주도와 제주4·3연구소가 발간한 '제주4·3유적Ⅰ'에 따르면 1945년 설립된 하귀중학원은 1948년 제주4·3 발발 직후 단국중학교로 이름이 바뀌었고 그해 11월 폐교됐다. 사진 출처 제주다크투어

△복구 못 한 사례도

이같이 제주4·3을 극복하기 위한 학교 재건 사업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복구되지 않은 학교도 존재한다. '잃어버린 학교'인 셈이다.

세부적으로 단국중학교와 조천중학원, 고성초등학교 등이다. 이들 학교는 제주4·3으로 무너져 내린 뒤 정확한 연혁조차 불분명한 상황이다.

이 가운데 조천중학원은 제주4·3으로 강제 폐교당했으며 단국중학교는 교내 이념대립이 심각한 상황에서 폐교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제주4·3의 광풍이 학교시설로 번진 가운데 이를 기억하기 위한 움직임이 필요한 실정이다.

앞서 고성초의 경우 제주4·3으로 폐교된 이후 마을 주민들이 학교설립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토지 매입을 진행했지만 여의치않았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또한 조천중학원의 경우 '조천중학원 조천면사무소 옛터'라는 이름으로 제주4·3 유적으로 등록됐다.

이에 제주4·3의 교육적 차원에서 '잃어버린 학교'의 의미가 중요한 만큼 기억하고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양경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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