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갯벌이 파괴되면 생명도 죽는다. 덩개 조간대는 해안도로 개설과정에서 환해장성과 물골이 잘 발달된 뻘이 파헤쳐지는 등 개발바람에 신음하고 있다.

◈덩개(구좌읍 김녕리)

 바다는 겨울이 제격이다.여름바다에서 느껴볼 수 없는 호젓함과 차분함이 있어 좋다.파도와 자연이 빚어내는 자연의 잔잔한 비음이 무척 감미롭다.

 구좌읍 김녕리 덩개 조간대는 파식대와 모래갯벌,염습지가 잘 어우러져 있는 곳이다.해안선이 마치 조각품처럼 이리저리 휘어져 있는 게 길 한자락 벗어나면 또다른 세상이다. 

 특히 모래언덕과 환해장성,환경부 지정 보호야생 식물인 갯대추 군락이 자리잡고 있어 들추면 들출수록 신비하게 다가온다.

 뭍사람은 별로 찾지 않는 곳이지만 외려 제주의 속모습을 볼수 있어 좋다.

 덩개 조간대는 동김녕의 성새기에서 김녕해수욕장-졸락통-두럭산-덩개웃소-썩은빌레-멜썩은소-하녀코지-하녀웃소에 이르는 4.3km구간이다.덩개가 이 조간대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덩개 조간대라고 부르고 있다.

 특히 이 일대는 김녕사람들이 누대로 일궈온 삶의 터전이다.수산물이 풍부하고 각종 갯담 어로시설물이 자리잡고 있다.

 어디 이뿐이랴.그 바다는 잠녀들이 물질로 살아 숨쉬는 곳이다.밤이면 어딘가에 우글거리고 있을 어족을 쫓아 불배가 불야성을 이룬다.사람이 만드는 풍경이지만 이미 자연속에 녹아서 동화돼버린 또다른 자연의 모습이다.

 성새기코지와 꿩대기동산을 따라 자리잡은 성새기는 동김녕의 대표적인 포구.주어장인 ‘농갱이 바당’으로 나가는 길목이다.

 성새(城塞)라는 지명은 원시어선인 테우나 풍선(風船)이 주종을 이뤘을 때 붙여진 지명이다.수심이 무척 낮은데다 어선규모가 커지자 ‘새개’라는 포구가 새로 축조됐고 해안도로 개설과 함께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농갱이 바당은 특히 멸치잡이로 이름난 곳이다.김녕리는 6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청굴접·신산접·아락접·고봉개접 등 4개의 그물접이 있었다고 한다.멸치후리기는 집단어로작업이기 때문에 공동조직체인 그물접을 만들었다.

 또 멸치잡이 어망인 방진그물을 드리웠던 곳은 궤남개에서 감녕해수욕장 맞은편 꿩대기동산까지,이른바 농갱이 바당일대라고 한다.

 갯담시설물도 눈에 띈다.‘하녀웃소’‘멜썩은소’‘덩개웃소’‘듬북썩은 개 ’등이 대표적인 곳이다.월정리와 경계지경에 자리잡고있는 하녀웃소는 조간대 중층에 자리잡고 있으며 하녀라는 여 지형물 안쪽으로 깊게 물웅덩이를 이루고 있다.폭이 11m가량되며 바닥은 모래다. 

 주요 식물로는 갯쑥부쟁이와 산국·가막살이·쑥·개망초·해국(이상 국화과),갯잔디·띠·강아지풀·갯겨이삭·억새·스크렁(이상 화본과),갯대추나무(갈매나무과),암대극(대극과),좀개구리밥(개구리밥과),네가래(네가래과),송이고랭이·세모고랭이(이상 사초과) 등이 있다.

 이 가운데 갯대추는 도내 고산·김녕·온평해안에 나는 낙엽과목으로서 키는 60㎝이다.꽃은 4월에 연한 황록색으로 피며 열매는 10월에 달리는데 그 모습이 대추같다.

 또 대극은 유독식물로서 다년초다.키는 40∼80㎝이며 꽃은 5월에 황록색으로 핀다.

 그러나 덩개는 요즘 개발바람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97년 9월부터 27억여원이 투입돼 동김녕에서 월정리에 이르는 해안도로가 작년 12월 완공됐다.

 이로 인해 이 일대는 이제 더 이상 들추어보면 또다른 ‘신비의 속살’이 아니다.공사과정에서 모래언덕과 환해장성 일부가 훼손됐고 물골이 잘 발달된 뻘을 파헤쳐 놓았다.갯벌이 파괴되면 생명도 죽는다.특히 ‘소낭개’지경은 해안도로가 가로질러 개설됨으로써 물의 순환이 힘이 부친 상황이다.

 자연적 순환의 거부와 퇴행적 선택이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덩개는 서서히 알려줄 것이다.<글·사진=좌승훈·좌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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