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에 이어 다섯달만에 또 다시 금강산이 남과 북 이산 혈육들의 상봉으로 눈물 바다를 이뤘다. 20일 오후 현대아산이 운영하는 금강산의 온정각에서 북측 이산가족 99명이 각각 남측의 아내와 아들·딸·형제·자매들과 감격적인 상봉을 가졌다.

남측 상봉단 최고령자인 장수천 할머니(97)는 53년만에 만난 북측의 딸 량영애씨(71)의 손을 잡고 북받치는 감정에 말을 잇지 못했으며, 여섯살에 헤어진 북측 아버지 곽병곤씨(80)를 다시 만난 아들 화희씨(59)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줄 알았다”며 흐느꼈다.

아버지 병곤씨는 “어머니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생각해 전쟁 후 화병으로 돌아가셨다”는 아들의 말에 고개를 떨궜다.

다리가 불편해 휠체어로 금강산까지 온 남측의 이임노씨(여·77)는 반세기만에 만나는 북측의 남편 김경수씨(77)를 보자,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흘렸고, 곁에 있던 남측의 딸 영옥(54)·영신(52)씨는 “아버지, 아버지”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전쟁 당시 경북 영주의 고향집에서 남편 김상원씨(71)와 헤어졌던 남측의 아내 박미자씨(74)는 “왜 이제 나타났느냐”며 울먹였다.

김씨는 헤어질 당시 한살배기였던 외아들이 병으로 자신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듣고 눈시울을 붉혔다.

북측의 남편 박찬식씨(75)는 불편한 다리로 만나러 온 남측의 아내 전상희씨(75)와 아들 연순(58)·딸 영자(55)씨와 손자 재헌씨를 만나 기쁨을 감추지 못했으나, 리대인씨(80)는 남측의 아내 우종필씨(77)가 이날 새벽 심신허약 증세로 금강산까지 오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엄마가 아버지를 보기 위해 계속 오겠다고 했는데, 건강 때문에 병원에 실려갔다”는 딸 영순씨(56)의 말에, 대인씨는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남측의 아내 우종필씨는 19일 속초 한화콘도에 도착했으나 20일 새벽 선망증 증세를 보여 위험하다는 의사소견에 따라 방북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큰 딸 영희씨(59)도 어머니 병간호를 위해 남측에 남았다.

남북 이산가족들은 이날 단체상봉에 이어, 같은 장소에서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금강산 공동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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