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옥선수‘통역은인’조동표씨 해후

북한의 마라톤 영웅이며 민족평화축전 북측 참가단의 ‘명예손님’으로 제주를 찾은 정성옥(29·여)은 지난 25일 애타게 기다렸던 남측 원로 스포츠기자 조동표씨(78)와 4년 만에 해후했다.

이들의 이야기는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99년 스페인 세비야에서 열린 제7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마라톤에서 정성옥이 우승한 직후 그들의 끈은 이어졌다.

당시 영어를 하지 못해 당황하던 정성옥을 붙들고 조씨가 주요 외신들과의 인터뷰를 통역해 줬고 통역 과정에서도 그대로 전달, 한 동포임을 재확인한 것이다.

드디어 해후의 날, 정성옥은 북측 숙소인 라마다프라자제주호텔 라마다볼룸에 빨간색의 고운 한복을 입고 조씨 앞에 나타났다.

"반갑습니다. 고맙습니다". 조씨를 처음 본 순간 정성옥은 그동안 너무나 이 말이 하고 싶었던 모습으로 조씨의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았다.

정성옥은 "조 선생님을 만나 뵈니 할아버지 같고 저는 친손녀 같은 느낌"이라며 "오래오래 사셔서 통일의 그 날을 함께 볼 수 있었으면 한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조씨는 "성옥이가 좀 더 뛰어주길 기대했는데 이제 1살 된 아들도 있고 후진 양성을 위해 뛰어들었다고 하니 좋은 지도자가 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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