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평화축전 취재기자 방담

분단이래 처음으로 민간차원에서 이뤄진 남·북 대화합의 잔치 ‘민족통일평화체육문화축전’(이하 민족평화축전)이 27일 아쉬운 4박5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무엇보다 이번 민족평화축전은 개최되기까지 우여곡절과 행사 기간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남·북 민간차원의 역사적인 축전이 제주에서 첫 물꼬를 텄다는 점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

이에 본사 특별취재반은 민족평화축전이 남긴 성과와 아쉬움, 4박5일간 남북한 선수들과 일거수일투족을 함께 하면서 느꼈던 점을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중앙언론 외면 아쉬워”
-민족평화축전이 27일로 일정을 마무리했다. 어떠한 성과와 아쉬움을 남겼는지.
△대외적으로 기대보다 성과가 좋았다. 외신에서 민족평화축전을 비중 있게 다룸으로써 제주가 평화의 섬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는데 많은 도움을 줬다. 오히려 국내 중앙언론에서 외면해 아쉬움이 남는다.

△체육문화교류의 장인만큼 스포츠 분야는 준비가 많이 되었던 것 같다. 태권도의 경우 비공개로 연습까지 하는 등 열의가 높았다.

하지만 도민들의 참여 열기가 그에 따라오지 못했다. 미녀응원단이 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손님맞이에 너무 소홀했던 것은 아니었나 싶다.

특히 개막식 날 여자축구의 경우 관객이 경기 중간에 모두 가버린다든지 하는 일은 자치단체에서도 미리 손님맞이 일환으로 신경을 써야 했던 부분이 아닌가. 공무원마저 손님맞이에 나 몰라라 한 것 같다. 자치단체의 이기적인 모습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행사가 임박할 때까지 ‘온다’ ‘못 온다’는 얘기가 오가는 등 어수선하기는 했지만 일단 오고나니 행사는 원만하게 진행됐고 분위기도 아주 좋았다. 개회식날 2만8000여명, 폐회식날 1만3000여명이 제주월드컵경기장을 찾은 것은 상당히 평가할만한 점이다.

△체육문화축전임에도 체육과 달리 문화행사가 적어 큰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북한 미술·수공예품 전시가 도민들에게 엄청난 관심을 끌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북한의 예술단·취주악단 불참가에 대한 아쉬움을 지울 수가 없다. 아마 도민들의 참여와 관심도 배 이상이었을 것이다.

△이번 축전의 성과 중 하나는 제주지역 통일운동이 한 단계 전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점이다. 도내 시민사회단체 등 20여개 단체가 모여 도민추진본부를 구성, 축전 이전부터 상설문화마당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친 것은 평가할 만하다.

“조직위 내부 역량 부족”
-행사 전반에 대한 평가를 내린다면.
△조직위에 대한 불만이 팽배했다. 처음 치르는 행사라서, 혹은 북측이나 국정원이 도와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실상은 조직위 내부의 역량 부족, 함량미달이다. 심지어 기자단 사이에서는 조직위 말을 믿으면 안 된다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조직위에 대한 불신이 심했다. 도지원본부 또한 고생했다는 것은 알지만 중심을 못 잡는다거나 끝까지 이어지지 못한 점은 지적돼야 한다.

△자원봉사자, 경찰, 소방서 등은 평가할 필요가 있다. 서귀포시 지역에서는 380여명이 자원봉사자로 나서 개·폐막식과 제주컨벤션센터 전시행사장에서 교통통제, 주차관리, 종합안내, 검색, 검표에 이르기까지 세세한 부분까지 도맡아가며 숨은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지난 대구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보수단체 돌출행동으로 빚어진 갈등을 이번 축전에서는 사실상 차단됐다는 점도 평가돼야 한다.

△아시안 게임 등을 지켜보면서 제주에서도 한반도 기를 들고 경기장을 뛰는 등 극적인 장면을 기대했다. 하지만 이번 북측 선수단의 경우 세계대회 경험이 많은 한봉실 선수 등 몇몇을 제외하고는 언론을 많이 기피했다. 북한 선수단이 귀찮을 정도로 경호가 심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번 행사의 백미는 폐회식이었다. 남북 선수단이 하나가돼 30여분간 그라운드에서 펼쳐진 강강술래 놀이는 물론 그후 이어진 10분간의 불꽃놀이도 감동 그 자체였다.

전금진 조국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은 폐막식에 이어진 환송만찬 인사말에서 “불꽃쇼를 보면서 제주도민에게 정말 감사함을 느꼈고, 취주악단 불참 등 행사가 축소된 데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민간차원 참여 역할 커”
-이번 민족평화축전에 있어 아리랑 응원단의 역할이 컸던 것 같다. 아리랑 응원단에 대해 언급한다면.

△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된 개·폐회식과 축구경기 등에서 보여준 통일응원단 ‘아리랑’의 열정적인 활동은 남·북이 하나되는 과정에서 행정주도가 아닌 민간차원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깨닫게 해주는 계기가 됐다.
△아리랑 응원단의 적극적인 참여는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북측에서 오기 때문이라는 호기심으로 응원단에 참여했던 것은 아닌지, 실상 소수정예로 운영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쨌든 아리랑 응원단이 순수민간차원의 자율적인 서포터즈로서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남북 상설기구 설치 검토”
-처음 열린 민족평화축전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한 단계 진전된 평화축전으로의 길을 모색한다면.
△북측에서는 교차로 정례화 했으면 하는 언급을 많이 했다. 또 외신기자들이 제주에서의 민족평화축전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봤다.

△도민 참여에 대한 문제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또 이번 조직위의 운영 미숙에 대한 문제에서도 드러났듯이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남·북측의 전문가로 구성된 상설기구를 두는 것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어느 정도 교류가 되고 정착된다면 체육문화분야 종목도 추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민족평화축전은 시작으로 봐야 한다. 제주도에서 민족평화축전이라는 민간교류를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아닌가. 특히 전혀 도민들과 마찰이 한건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 국정원 등의 심한 통제 속에서도 먹거리 하나 전해주려는 도민들의 인심에서 성숙된 자세를 볼 수 있었다.

△대형 행사를 치르면서 각 분야(경호·운영 등)에서 남북행사를 치를 수 있는 노하우를 제주만이 갖게 된 점이 가장 큰 소득이라 생각한다. 특히 제주가 상징적인 평화의 섬이라는 이미지뿐만 아니라 대북협력사업 등 실질적인 남·북교류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변방의 섬, 제주가 평화의 섬에 걸 맞는 민족 화합의 출발점으로 거듭나는 기회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민족평화축전 특별취재반
△정치부=오석준 부장 대우, 고미 기자
△교육체육부=김형훈 차장
△사회부=현민철·이영수 기자
△제2사회부=김철웅 차장, 박훈석 차장대우, 강호진 기자
△경제부=이창민 기자
△문화부=박미라 기자
△사진부=김대생 차장 대우, 조성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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