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경 (제주특별자치도여성특별위원회 사무국장)

 우리 시대 영화라는 것은 잘 포장된 문화상품의 하나다. 꼭 극장을 찾지 않더라도 DVD며 비디오, 인터넷 등으로 얼마든지 최신 영화를 좋은 음향과 화질로 볼 수 있다.

그러함에도 나는 지난 주말과 휴일을 영화상영회라는 다소 촌스러운(?) 행사에 온전히 바쳤다. 단순히 영화 보는 즐거움 때문만은 아니다. “여성이 만든 세계 여성들의 이야기”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그 행사는 주류 영화계가 전혀 보여주지 않는 세계, 그러나 우리가 발 딛고 선 현실의 세계를 날 것 그대로 호흡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스크린 속에서 그녀들은 늘“우리들의 문제는 곧 당신의 문제”라고 외친다. 그래서 극장 문을 나서는 내게 우리 삶의 진실을 보도록 독려한다. 그런 이유로 나는 해마다 기를 쓰고 행사장을 찾는다. 

행사는 올해로 일곱 번째인데 예전보다 규모가 커지면서 장소도 근사해지고 스폰서 명단도 쟁쟁했다. 그런데 화려한 외양과는 달리 정작 영화상영에 모인 관객은 옹색하기 그지없었다. 청소년은 무료였다는데 행사장에선 거의 보이지 않았고, 야간행사에는 관객이 좀 왔다지만 주최 단체의 회원수만 생각해보아도 빈약하긴 마찬가지다.
 
영화들은 좋았다. 그럴수록 안타까움은 더 컸다. 뭐랄까 거창하게 잔칫상 차려놓았다가 손님이 없어 그대로 음식을 쏟아버리는 기분이랄까. 
 
초창기, 좁은 소극장 안에서 복닥거리는 아이들과 뒤섞여 영화를 보았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이번처럼 화려한 스폰서도 없었고 장소 역시 소박했지만 열기가 철철 넘쳐나던 행사였다. 그래서 나도 팬이 되었던 것인데 ….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 여러 문화활동에 지원금이란 명목으로 돈이 따라붙게 되었다. 물론 문화활동에 돈이 필요한 시대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원금에 의지할수록 책임도 커진다. 또한 NGO단체의 영화제라면 단순한 문화 활동만이 아니라 교육적 효과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그러니 더욱 많은 관객과 만나는 게 영화제의 목적이어야 한다. 시민의 무관심만 탓할 수는 없다. 행사의 성공을 위해 더 깊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관객 없는 영화제는 ‘앙꼬 없는 찐빵’이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