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으로 고생하는 제주가 해군 기지문제로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예견된 일이기도 했지만 제주도민들은 잘 모르는 사이에 해군기지는 제주의 미래로 구체화 되고 있다.

김태환 도정이 2005년 6월 도민여론수렴, 시.군폐지 주민투표 등을 들먹이며 논의를 유보했던 사이 정부(국방부,방위산업청,해군본부)의 해군기지 추진전략은 도민들 가까이에 와버렸다.

#침묵하던 사이'진행형'이었던 해군기지

실제 해군본부 등은 김태환 도정의 논의유보 방침과는 상관없이 이 문제를 추진해왔다. 지난해 10월 위미항 일대까지 조사작업을 진행했고 11월 윤광웅 국방부장관은 국회에서 추진의사를 재확인했다. 올해 5월에는 방위산업청이 2014년 제주해군기지 건설계획을 발표한데 이어 6월27일에는 2006년 9월 해군기지 위치를 선정, 발표하겠다고 국회에서 답변했다고 한다.

대통령이 직접 해군기지 추진문서에 서명했는지 확인할 길은 없으나 청와대에도 이런 내용이 여러 차례 보고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태환 도정이 시·군을 폐지시키고 특별한 자치를 이뤄냈다고 환호하는 동안  논의유보라는 제주도의 희망과는 달리 해군기지는 일방적인'진행형'사안이었던 셈이다.
 
물론 김태환 도정이 대응에 나서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당선자 신분으로 해군과 해군기지 문제에 대해 TFT를 구성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 해군과 이런 조직을 구성했는지 여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여기다 자체적으로 민·관 TFT를 구성해 11월까지 검토한 후 입장을 정하겠다고 한다. 6개 분야별로 효과 등을 분석해 김태환 도정이 해군기지에 대한 판단을 정리하는 토대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공무원이 절반인데다 민간구성원들의 면모를 보면 일부인사를 제외하면 결국은 김태환 지사의 입장에 따라 결론이 도출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게 시민사회진영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무엇보다 만약 정부차원에서는 9월에 화순항이든 위미2리 일대 등 해군기지 입지를 선정을 발표할 경우 도청 TFT의 일정을 감안하면 뒷북치는 결과가 초래된다.

정부는 이미 해군기지를 하겠다고 시작했는데 주요 당사자중 하나인 제주도가 뒤늦게 의견서를 낸들 정책의 방향을 되돌려 놓기는 쉽지 않다. 무엇보다 평택 미군기지 문제에서도 경험했듯이 군사기지 정책의 특성상 번복하기는 쉽지 않다.

# 이제 결단을 내릴 때다.

김태환 지사는 최근 한 모임에서 ‘모든 것을 도지사가 챙겨야 하느냐’고 불만을 토로한 적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해군기지 문제만큼은 용역 맡기는 처리해서는 안 된다. 김태환 지사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

해군기지 문제는 제주의 미래가 걸려있는 중차대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국방부 등이 검토하고 있는 해군기지의 성격이나 규모에 비추면 결국 공군기지 문제도 파생된다.

비밀기지가 아닌 이상 제주해군기지는 중국, 일본 등 외국의 시각에서는 제주를 세계 평화의 섬은커녕 정부 지정 ‘군사기지의 섬’으로 공인하게 되는 결과가 된다.  

사실 해군기지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몇 해 전부터 불거진 사안이다.
지금처럼 우물쭈물하다가는 뒷북행정이 되고 만다. 

찬반에 대한 명확한 입장 정리가 어렵다면 최소한 해군본부, 국방부 등을 만나서 일방적 추진에 제동이라도 걸어야 한다. 시군폐지 법안 처리를 위해 노심초사 국회에 살다시피하며 대응했듯이 국회 대응도 해야 한다.

그래도 국방부 등이 강행할 태세면 국군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을 찾아가서라도 일방적 추진만큼은 막아내야 한다.

김태환 지사의 임기는 사실상 4년 뿐 이지만 해군기지문제는 향후 100년 또는 1000년이 걸린 제주 미래이기 때문이다.<안동우 제주도의회 농수축지식산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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