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자원이다(2)제주의 혼을 심는다

   
 
  ▲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도드람 양돈협동조합  
 
한미FTA가 농민을, 한국농업을 몰락하게 만들고 있다. 1차 산업 비중이 높은 제주가 농업포기라는 위기상황으로 치닫는 지금, '개방화 파고를 어떻게 뛰어넘을 것인가'라는 해묵은 과제는 더 이상 내버려 둘 수 없는 숙제다. 경기도 이천에서 돼지고기산업의 이정표를 세운 제주인 진길부씨는 제주양돈계의 고질적 갈등 해결과 "양돈농가가 제주양돈산업의 주인이 돼야"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 '양돈산업이 아니라 돼지고기산업'
'맛있는 돼지고기 생산을 위해 30여년을 받치다'
경기도 이천엔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양돈영농조합(www.dodram.co.kr)이 있다. 첨단 도축시설로 브랜드육생산 의 이정표를 세운 도드람영농조합. 진길부 조합장(62)은 ??제주 양돈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선??양돈??이란 말부터 바꿔야 한다. 양돈(돼지)산업이 아니라??돼지고기산업??이라는 인식전환이 시급하다. 소비자는 살아있는 돼지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돼지고기를 소비하기 때문이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래서 도드람양돈조합은 양돈은 물론 도축과 가공, 유통, 사료생산까지 돼지고기산업의 모든 분야를 망라한 통합적이면서도 수평적 계열조직화를 이뤄내 운영되고 있다.
진 조합장은 "쇠고기개방 현실화로 가장 타격을 입는 건 돼지고기다. 제주돼지고기는 품질과 가격에서 우위를 점해야 하지만 생산단가부터 상대적으로 고비용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제주지역 생산 돼지고기의 40% 정도가 도외에서 소비되지만 사료물류비는 물론 제주에서 100% 도축해 도외로 반출하기 때문에 생산비가 돼지고기 1마리 기준 약 4만원 정도 더 든다"며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 제주, 양돈산업 수평적 계열화 절실
제주지역 양돈산업이 수평적 계열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진 조합장의 설명은 계속됐다.
'국내 최고의 관광지 제주에서 최근엔 양돈장 냄새나 오폐수로 양돈산업은 천덕꾸러기로 취급받고 있어 안타깝다. 제주의 중요산업이지만 오히려 관광산업의 적이 되고 있어 이러다간 양돈장이 모두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축산분뇨의 자원화가 필요하고 양돈장 주인이 도축장 주인이 돼야 한다. '청정제주돼지고기'라고 하지만 정작 육지에 유통된 돼지고기의 주인은 누구인지, 위생적인 도축과정에 대한 객관적 기준 확보는 부족하다. 이젠 조합끼리 갈등할 것이 아니라 돼지를 키우는 것부터 돼지고기나 소시지 등 상품 생산과 유통을 통해 수익이 축산농가에 돌아가는 수평적 계열화로 변화하지 않으면 안되는 때가 왔다고 강조한다.
현재 도드람양돈조합은 전국 770여 양돈농가에서 연간 2500~4000마리의 돼지를 공급받아 도축, 이중 80% 정도를 ‘도드람포크’ 라는 브랜드로 시장에 내놓고 있다. 또 전문경영인을 영입해 기업형 협동조합으로 변신했으며 농가는 돼지출하에, 조합은 종돈과 사료, 양돈기술을 책임지는 역할분담이 이뤄지고 있다. 또 도축은 ‘도드람LPC', 가공은 ’바른터‘, 유통은 ㈜도드람푸드가 맡고 사료공장인 ‘파레스피드’ 를 운영, 철저한 기업형 협동조합으로 관리?운영으로 양돈농가들에게 큰 수익을 나눠주고 있다.
특히 도드람양돈조합은 자체 연구인력과 시설을 확보, 양돈폐수의 자원화에 성공해 위생적이면서 냄새없는 ??SCB액비??를 양돈농가에 공급, 유기질비료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 양돈농가가 제주양돈산업의 주인 
제주양돈산업 회생을 위해 진 조합장은 양돈농가가 도축장 주인이 돼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했다.
진 조합장은 "제주에서 조합끼리 갈등해 양돈산업이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행정이나 조합내부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아무도 해결하려 하지 않고 있다. 뜻있는 양돈농가들이 구조적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양돈산업 선진국에선 무게가 아니라 돼지고기 육질을 따진다. 몸무게를 의도적으로 늘리는 농가는 조합 자체적으로 벌금을 물릴 정도다. 한미FTA 같은 환경을 떠나 제주양돈산업은 이같은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고 잘라 말한다.

   
 
  ▲ 진길부 조합장  
 
진길부 조합장은
진길부 조합장은 1946년 대정읍 신도에서 태어나 신도교-무릉중-오현고를 졸업하고 1966년 서울대 농대에 입학, 졸업 후 농축산업에 뛰어들었다. 1970년대 젖소를 사 축산업을 시작했지만 소값파동으로 무일푼 신세가 됐지만 1982년 삼성그룹의 이병철 회장이 경기도 용인 자연농원에서 4~5만 마리 규모의 돼지농장을 시작한 것과 인연을 맺어 양돈업을 시작한다.
돼지수입으로 위기를 겪자 1990년 양돈농가 13명과 함께 이천양돈조합을 설립한 후 1996년 도드람양돈축산협동조합으로 확대개편했다.
도드람양돈조합은 검역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일본에 돼지고기를 수출하는 것을 시작으로 2001년엔 세계식품학회에  ‘도드람포크’를 내보내 '세계최고의 고기'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지난 2005년엔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으로부터 우수축산물 브랜드 인증을 받는 등 철저한 위생관리로 시장을 확보,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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