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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신년창간특집호 2008 신년호
[신년대담] 생명·평화 ‘전도사’ 도법스님“무장을 통한 평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변경혜 기자
입력 2007-12-27 (목) 17:11:41 | 승인 2007-12-27 (목) 17:11:41
낡은 가사 걸쳐입고 목탁하나에 생명과 평화의 메시지를 안고 전국 곳곳을 누빈지 벌써 5년째. 지리산 실상사 주지였던 도법스님이 지리산 노고단에서 시작한 탁발순례는 강원도에서, 전라도에서, 경상도에서, 제주의 강정에서 분단의 아픔을, 황폐화된 생명의 터전을 보듬어 안는다. 길 위를 걷고 또 걸어 만난 사람만 7만여명. 올해도 길 떠나는 도법스님의 발자국엔 ‘더불어 사는 법’이 꾹꾹 찍힌다.



도법스님은 항상 바쁘다. 지리산 배암골 실상사에서도, 서울 양재동 인드라망생명공동체의 귀농학교, 탁발순례 등 언제나 동분서주(東奔西走)를 떠오르게 한다.

도법스님은 지난 2004년 3월 지리산 노고단에서 탁발순례를 시작해 걸어서 제주와 부산, 울산, 경남, 전남, 광주, 경북, 대구, 전북, 대전, 충남, 충북, 강원까지 면단위 땅을 모두 밟았다. ‘아집과 아만을 없애고 보시하는 이의 복덕을 길러주는 공덕’을 쌓기 위해 시작한 탁발순례는 그래서 ‘낮추고, 비우고, 나누고, 상대방의 개성과 가치를 인정하고, 배려하고, 존중하는 인간의 품성을 살리기 위한 것’이라고 도법스님은 말한다.

‘그런 꿈을 꾸는 사람들이 서로의 등불이 돼 내 삶과 우리의 삶, 지역의 삶을 바꾸는 것이 탁발순례의 참뜻’이라는 도법스님은 올해엔 서울과 경기, 인천에서 탁발순례를 이어간다. 5년에 걸친 대장정의 방점 또한 ‘평화와 생명’다.

도법스님이 탁발순례에 나선 것도 한국의 분단현실에서 출발한다. 2003년 평택 미군기지이전 논란과 이라크파병문제를 지켜보며 전쟁을 막기위해,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선 비폭력과 평화적 실천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 도법스님의 의지다.

도법스님은 “한반도 사람들이 진실로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사랑했다면 절대 파병할 수 없었을 것이다. 국가와 정부의 이야기가 아니라 국민이 평화의 주체가 돼야 한다. 우리 사회가 평화의 문화를 가꿔내야 가능할 것이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한반도의 운명을 우리 의지대로 만들어갈 수 있는 길을 찾아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도법스님은 현대인을 ‘한여름의 불나방’을 보는 듯하다고 비유하며 “한여름 불나방은 가장 환한 불빛을 찾아 전력질주 하지만 결국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고 죽음에 이른다. 현대인들도 결코 불나방과 다르지 않다. 인간의 양심과 품위, 애정은 다 뒷전이고 부자되는 것, 경쟁력을 갖추는 것, 1등하는 것, 편리한 것들이 이 시대 최고의 가치로 자리잡았다. 당연히 사람들은 이런 것들을 갖추면 행복하고 평화로워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거꾸로다. 인간적 삶의 길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인간의 경제적 소유욕구가 실현돼도 사람의 삶의 질을 높여주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현실은 항상 거꾸로 흐른다.

도법스님은 “국민소득 2만달러를 얘기하지만 소득수준이 1/100이었던 50~60년대에 비해 과연 우리의 여유가 100배 늘어났는가”라고 반문하며 “경제적 소유욕구가 사람의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건 이미 드러난 사실, 확인된 사실”이라고 강조한다.

격렬한 제주해군기지 갈등 또한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고 설명한다.

“무장을 통한 평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역사를 보면 무장의 기술력만 높아졌지 평화와는 거리가 멀었다. 주먹에서 칼로 총으로 이젠 핵과 생화학무기로 변화돼 왔다. 무장은 공격과 싸움의 논리일 뿐, 평화를 가져다주지 않는다. 힘의 논리로 이뤄진 평화는 ‘나의 평화는 너의 죽음’이라는 자기모순을 안고 있다. 싸움에선 승리의 역사일 뿐 결코 평화가 찾아오지 않느다”고 말한다.

도법스님은 “미국의 9.11테러는 오랫동안 우리가 가져왔던 신념의 토대를 완전히 무너뜨린 사건이다. 전세계에서 무기와 무장력을 가장 잘 갖춘, 최고의 방어력을 갖춘 미국에서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것이다. 희생이 큰 사건이란 사실과 함께 그동안 무장이 곧 평화를 유지한다는 논리와 신념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진정한 평화의 길을 질문한다.

해군기지를 통해 경제적 이득을 얻는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도 “대다수 도민과 관계없는 일부의 이익을 위한 주장일 뿐”이라며 “다수 도민의 이익과 부합하지 않는데도 경제적 이익을 논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도법스님은 강원도 정선의 카지노를 예로 들며 “폐광된 정선의 지역경제를 위해 카지노가 들어섰다. 폐광대책이라면 당연히 한꺼번에 실업자가 된 광부들을 위한 새로운 일자리대책을 내놔야 하는데 카지노가 들어섰다. 카지노가 광부들에게 무슨 일자리를 주었냐”며 “그 당시 광부들은 모두 정선을 떠나 1만2000여가구가 모여살던 곳이 이젠 30가구도 채 남아있지 않다”고 말했다.

도법스님의 탁발순례단은 지난해 봄과 여름, 가을을 강원도에서 맞이했다. 영월 정선의 아름다운 동강을 도암댐에서 구해냈고 카지노가 들어찬 태백 정선에선 진폐증 환자들의 아픔을 들어야 했다.

특히 도법스님은 4.3의 비극을 맞은 지 60주년을 맞은 점을 상기하며 “해군기지 갈등이 제주인들에게 평화에 대한 고민을 던져준 것이다. 제주도만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위해 어떤 이유로든 평화를 파괴하는 것을 도민들이 용납하지 않도록 판단을 내릴 것”이라며 “도민이 제주도의 주인이라면, 그것이 60년이 지난 현대의 4.3정신”이라고 힘줘 말한다.

지난해 11월 강정마을 평화축제에 참석하는 등 해군기지 갈등이후 3차례 제주를 방문했던 도법스님은 주민간 갈등에 대해서도 “하루빨리 화해의 길도 마련돼야 한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도법스님은

종교를 넘어 2004년 3월부터 탁발순례를 이어가는 도법스님은 새만금매립반대를 위해 삼보일배를 하신 수경스님과 함께 실상사에 계시다. 1990년 금산사 부주지로 있을 때 승가결사체인 ‘선우도량’을 만들어 불교개혁에 열정을 쏟아 1998년 조계종의 내부갈등 사태를 빚을 당시엔 양측이 모두 도법스님을 중재자로 인정할 만큼 불교계의 신뢰가 두텁다.

1995년부터 실상사 주지로 있으면서 장기 귀농학교(1998년)와 인드라망생명공동체(1999년), ‘작은학교’라는 대안학교를 설립(2001년)해 생명살림공동체 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2000년엔 지리산살리기국민행동 공동대표로, 현재는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상임대표로 5년째 탁발순례를 통해 생명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1949년 한림읍 동명리에서 태어나 당시 명월국민학교를 마치고 13살 되던 1965년 전라북도 금산사에서 출가(은사 월주스님)한 후 해인사 강원 등에서 수행을 한다.

저서로는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 ‘내가 본 부처’ ‘청안청락 하십니까?’ ‘화엄의 길, 생명의 길’ 등이 있다.  /대담=변경혜 기자




변경혜 기자  che6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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