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사회-공동체를 가다 1. 프롤로그

노동력의 상부상조인 수눌음 문화에서 제주 공동체 운동의 핵심을 엿볼수 있다.
공동체운동이 움을 틔우고 있다. 지역을 기반으로 한 지역공동체와 소비자와 생산자의 경제적 공동체, 영적인 각성과 수행, 생명존중의 가치관에 치중하는 생태적 공동체 등이 대표적이다. 다양한 공동체적 실험은 현재 우리들의 삶의 방식이 개인의 행복은 물론 자신이 속한 사회구성원들의 안전, 더 크게는 지구 전체의 생존을 지켜나가기 어렵다는 정신적인 각성이 일어나면서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시도로서 국내에서도 대중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제주 역시 예외는 아니다. 국내외 공동체문화 탐방을 통해 대안사회로의 길을 모색해본다.
 
 #시장논리 밖의 대안사회
 경남 함양의 생태적 공동체 다볕마을(다밭농산 영농조합법인). 이 공동체는 농사짓는 삶의 소중함이라는 겉모습과 함께 진리를 추구하며 인간을 비롯한 만물의 조화로운 공존을 추구하는 정신적인 각성을 상당히 주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 사회에서도 지난 90년 이후 본격적으로 새로운 전망과 시도를 열어 가는 많은 공동체가 여기저기 생겨나고 있다.
 도시의 삶을 청산하고 농촌에서 자연적인 삶을 열어가고자 하는 생태공동체, 비인간적인 학교교육을 개선해보려는 대안학교, 이윤창출이라는 목표보다는 구성원들의 인간적인 협동정신을 바탕으로 구성되는 생산자 협동조합, 종교적인 신념을 바탕으로 한 종교공동체 등이 전국 각 지역에서 소중한 싹을 키워가고 있다.
 공동체운동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이유는 우리 삶의 방식이 개인의 행복은 물론 자신이 속한 사회구성원들의 안전을 지켜내기 어렵다는 각성에서 비롯되고 있다.
 현재 우리사회에 생겨난 공동체들은 대개 지역을 기반으로 한 지역공동체와 소비자와 생산자의 경제적 공동체, 영적인 각성과 수행, 생명존중의 가치관에 치중하는 생태적 공동체로 나눌 수 있다.
 이러한 공동체운동은 시민운동과는 다르다. 시민운동이 자본주의 체제를 인정하면서 자본주의 시장과 비도덕성과 비윤리성을 감시하고 저항하는 반면, 공동체운동은 대부분 인간과 우주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통해 시장논리 밖에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라 할수 있다.
 
 #새로운 사회적 가치 생산
 국내 공동체로서 학교와 공동체의 결합을 시도하고 있는 변산생활공동체, 생태마을로 자리잡고 있는 무주 진도리 생태마을, 이스라엘 키부츠공동체와 비슷한 한국형 공동체인 두레마을, 생명학교를 운영하며 생명존중의 작은 대학 설립을 꿈꾸고 있는 생명누리 공동체, 무소유, 무아집, 절대평등의 행복한 세상을 이상으로 삼으면서 '참 나를 찾아서'라는 수련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푸른누리, 성미산마을 등이 유명하다.
 특히 성미산마을은 90년대 초 공동육아를 목적으로 30대 젊은 부부들이 모여살다가 경제 및 생활공동체로 외연이 확대되었다. 성미산마을 이후 동네부엌, 지역라디오방송, 장애인자활센터, 성미산학교, 문화공간 등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이 잇따르면서 주민의 생산과 소비, 고용이 모두 친환경, 대안생활 등의 사회적 가치 창출로 이어지고 있다.
 한편 서구의 공동체운동은 60년대 이후 서구문명의 한계를 인식하고 영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이념공동체운동으로 시작됐다. 80년대 들어서면서 경제적 곤경의 탈피, 주택문제 해결, 안전한 식품, 육아 부담 경감 등 현실적인 이유를 내세운 다양한 모습으로 확대되었다.
 서구 공동체의 형태는 공동체마을, 계획공동체, 도시협동마을, 생활공동체 등이 있다. 이들은 핵가족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다양한 인간관계와 어린이들의 동료애, 협동심, 노인들의 고립감 극복, 공동구매와 식사를 통한 건강한 삶, 생태적인 삶을 추구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사회
 공동체운동이 '두레'나 '품앗이' 전통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때 제주는 '공동체운동의 원조'라 할 것이다. 예부터 제주사람들은 일시에 많은 노동력이 필요해서 혼자서 할 수 없거나, 여럿이 해야 될 일을 혼자서도 할 수 있을 때는 순번을 정해서 했다. 그리고 대소사를 치르는데 반드시 필요한 물품들이나 혼자서 마련하기 힘든 용구들은 공동으로 마련해서 돌려썼고, 힘든 일이 있을 때는 함께 나눠서 치렀다. 노동력의 상부상조인 수눌음문화에서 제주 공동체운동의 핵심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제주사회가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바뀌면서 공동체문화와 전통이 많이 사라졌고, 일부의 전통들은 오히려 비합리적인 방식으로 변질돼 삶에 무거운 짐이 되고 있다. 더욱이 시장경제에 입각한 반환경적이고 반생태적인 삶이 제주 공동체를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제주사회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화두로 삼고 대안사회를 꿈꾸는 공동체운동이 제주에도 싹트고 있다. 아이들의 먹을거리에 대한 고민, 어른들의 마음 치유를 위한 생태보육공동체와 생활문화공동체, 자연치유로 몸의 안전을 지키는 몸살림공동체, 생태건축을 위한 생태공동체, 여성의 생산적인 터전을 다지고 있는 여성공동체 등이 대표적이다.
 '대안사회-공동체를 가다'연재는 대안사회로서 공동체들을 만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제주사회에 '지속가능한' 삶의 모형들을 제시해보겠다.  /현순실 기자 giggy@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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