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만에 기록적인 폭설이 내린 제주가 24일 '얼음왕국'으로 변했다. 온섬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사람도, 차량도 멈춰 서고 상가들도 대부분 문을 닫으면서 섬전체가 고립됐다. 하늘과 땅, 바다가 모두 꽁꽁 얼어붙은 이날 제주시 연동 신제주로터리 인근 도로가 하얀 눈으로 뒤덮였다. 김대생 기자

한파주의보·적설량·최저기온 등 역대기록 갱신
초유의 공항마비 사태·도로기능 상실…섬 고립  

'제주'가 얼어붙었다.

7년 만에 내려진 한파주의보와 대설·강풍특보로 하늘길과 바닷길이 모두 막혔는가 하면 주요 도로까지 마비되면서 섬 전체가 '동토'로 바뀌었다.

24일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제주시 지역에 32년만의 기록적인 폭설이 내린데다 기상 관측 이래 일 최저·최고기온 역시 영하권으로 가장 낮은 기온을 보였다.

지난 23일 오전 11시를 기해 제주 산간을 포함해 제주도 전역에 내려진 한파주의보가 이틀째 유지됐다. 제주에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것은 지난 2009년 3월13일 이후 7년만이다.

기록적인 한파로 24일 제주 일 최저기온은 제주 영하 5.8도를 기록했다. 제주기상대에서 1923년 기상관측 이후 1월 중 제주시 지역 최저기온이 5.8도 이하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31년 1월10일 기록한 영하 5.7도를 85년 만에 바꿨다. 12~2월 겨울철을 통틀어서는 1977년 2월16일(영하 6도) 이후 세 번째다.

최남단 서귀포시 최저기온도 영하 6.4도로 19년만(1997년 2월 영하 6.3도)에 최저기온을 바꿨고, 고산도 영하 6.2도로 12년 전(2004년 1월 영하 4.5도) 기록을 경신했다.

일 최고기온도 제주 영하 2.1도, 서귀포 영하 3도, 성산 영하 4.1도, 고산 영하 3.1도로 기상관측 이래 가장 낮았다.

제주 전역에 강풍특보가 내려지며 체감온도는 오전 8시 기준 제주시 영하 12.8도, 고산 영하 17.7도, 서귀포 영하 9.4도, 성산 영하 11.7도를 기록했다.

해안 지역에 대설주의보가 발효되면서 23일 오후 8시 제주시에 최대 12㎝의 눈이 쌓이는 등 기상 관측 이래 세 번째(1984년 1월18일 13.9㎝, 1959년 1월17일 12.8㎝) 기록을 세웠다.

제주시 도심에 10㎝가 넘는 눈(신적설량 기준)이 쌓인 것은 올해 1월을 포함해 지금까지 모두 다섯 차례에 불과하다.

기록적인 폭설로 인해 피해도 잇따랐다. 제주공항이 폭설과 난기류 현상 등으로 인해 23일 오후 5시50분부터 25일 오전 9시까지 활주로 운영과 항공편 운항이 전면 중단됐다. 사상 초유의 상황에 도민·관광객 10만 여명의 발이 묶였는가 하면 일부는 공항에 노숙까지 하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한라산 입산이 이틀째 통제된 가운데 등산객 고립 사고가 발생했고 제주 전 해상에도 풍랑경보가 내려져 도항선은 물론 제주와 다른 지역을 잇는 소·대형 여객선의 운항이 이틀째 통제됐다.

많은 눈이 제때 치워지지 않으면서 주요 도로는 물론 간선 도로까지 마비되면서 크고 작은 접촉사고가 속출했는가 하면 동파·정전으로 인한 주민 피해도 잇따랐다.

기상청은 25일까지 제주 산간에 10∼30㎝, 산간을 제외한 지역에 1∼5㎝의 눈이 더 내리겠다고 예보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26일 낮부터 기온이 점차 회복돼 평년기온(최저 2.5도)과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기온분포를 보이다 27일부터 평년보다 기온이 올라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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