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턱 아카데미] 4.남원중학교

임형묵 다큐멘터리 감독 교육
다큐멘터리 역사와 해녀 다큐 소개
기존 시각보다 자신만의 해석 기대

제주해녀문화 '불턱 아카데미'가 지난 7월 6일 남원중학교 2학년 2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임형묵 다큐멘터리 감독이 강사로 나선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 김봉철 기자 
제주해녀문화 '불턱 아카데미'가 지난 7월 6일 남원중학교 2학년 2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임형묵 다큐멘터리 감독이 강사로 나선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 김봉철 기자 

㈔세계문화유산보존사업회(이사장 김택남)가 제민일보(대표이사 오홍식)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공동체로 배우는 제주해녀문화 '불턱 아카데미'가 지난 7월 6일 남원중학교 2학년 2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불턱 아카데미는 도내 청소년들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제주해녀 문화의 가치를 보다 구체적으로 알아보고, 동시에 제주 해녀문화를 잘 모르는 젊은 세대와 후대에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사실 기록에서 이야기를 담는 장르로
지난 7월 6일 남원중학교에서 진행된 네번째 불턱아카데미에서는 임형묵 다큐멘터리 감독이 강사로 나서 다큐멘터리의 세계를 소개하고 제주해녀의 삶을 다양하게 바라보는 방법에 대해 학생들에게 설명했다.

임형묵 감독은 제주에서 다큐멘터리 제작사 '깅이와 바당' 대표를 맡고 있으며 KBS 파노라마 '대양을 담은 바다 조수웅덩이'(2013년), 영화 '조수 웅웅덩이: 바다의 시작'(2018년), KBS 다큐인사이트 와일드맵 '풍덩 물의 정원으로'(2019년), KBS 환경스페셜 '섬으로 간 물고기'(2021년) 및 '아이엠 피시'(2023년) 등 다수의 해양생물 주제 다큐멘터리를 연출·촬영해왔다.

임형묵 감독은 우선 다큐멘터리 장르에 대해 1885년 프랑스의 기차역에 카메라를 세워놓고 증기기관차와 사람들이 지나가는 모습을 찍은 최초의 다큐멘터리를 보여주며 "여러분들의 할머니의 할머니 시절에 만들어진 영화로, 뤼미에르라는 사람이 실제 프랑스의 기차역을 찍은 것"이라며 "소리가 없고, 흑백에 카메라가 움직이지 않으며 배우도 없지만 사진이라는 것도 잘 몰랐던 그 시대의 사람들은 너무나 신기해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큐멘터리는 사실을 기록한 것이지만 내가 핸드폰으로 찍은 모든 동영상이 다큐멘터리일까"라고 질문을 던지며 "예전에는 사실을 그대로 촬영한 것을 다큐멘터리라고도 했어지만 언제부터인가 구성, 이야기, 편집 등이 필요하고 이야기가 담겨 있어야 하는 것으로 기준이 바뀌었다"라고 말했다.

임 감독은 또 1920년대 북극에서 얼음낚시를 하는 에스키모를 담은 미국 로버트 플래허티 감독의 '북극의 나누크'라는 다큐 영화를 보여주며 "당시 배우들이 나오는 상업영화가 많았던 시절에 북극은 이야기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이 대부분이었는데, 현장을 촬영해 북극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미국 전역에 보여주며 큰 인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나누크의 실제 이름은 알라카리알락이었고 아이를 키우는 장면이 나오지만 실제 가족이 아니었으며 이글루도 당시에는 어두운 곳에서 촬영이 힘들어 세트장을 활용했다"며 "다큐멘터리는 어디까지 사실이어야 하는지, 연출의 범위와 작가의 의도는 어디까지 인정되는 것인지 생각하게 한다"고 말했다.
 

임형묵 감독
임형묵 감독

△해녀, 시대변화 따라 친근한 존재로
임형묵 감독은 "극지와 환경을 다루는 일부 다큐멘터리 영화는 종종 자기 주장이 너무 강해서 실제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그림을 다 그려놓고 막상 현장에서는 주장과 맞는 부분만 촬영하기도 한다"며 해녀의 경우 다큐멘터리에서 어떤 주장이 담겨 있을지 생각해볼 것을 권했다.

임 감독은 "저는 KBS환경스페셜 '섬으로 간 물고기'를 비롯해 주로 해양 생태에 관심을 가져왔고 해녀를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았지만 많은 다큐멘터리와 교양 프로그램을 보면 해녀의 모습과 역할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해녀를 'OO한 사람들'이라고 규정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해 고민이 조금 있다"며 "해녀의 삶은 많은 변화를 겪고 있고 10여년 전만 해도 최고령 해녀, 사라지는 해녀들에 포커스를 맞췄는데. 최근에는 젊은 해녀들도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임 감독은 또 "해녀들이 수확하는 뿔소라는 사실 별명이고 진짜 이름은 소라(Turbo cornutus)다. 제주서는 구젱기, 구제기라고 부른다"며 "소라는 서울·경기 지방에서 피뿔고둥(Rapana venosa)을 부르던 말인데, 원래 소라로 불렸던 피뿔고둥은 참소라로, 제주 소라는 뿔처럼 보이는 관상형 돌기에 착안해 뿔소라라고 부르게 됐다"고 어원을 전했다.

임 감독은 또 잠수 방식을 설명하며 "스킨스쿠버는 공기통이 없는 스킨다이빙과 공기통을 쓰는 스쿠버(SCUBA) 다이빙을 말한다"며 "옛날 해녀는 잠수라고도 했는데, 해녀들의 잠수 방식은 스킨다이빙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에는 프리다이빙이라고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잠수를 즐기는 외국 사람들이 바라보는 해녀의 모습은 천편일률적이고, 미디어 속에서도 해녀는 항상 신비한 존재, 위험을 무릅쓰고 희생하는 모성, 억척스러운 모습으로 나타난다"며 "시대가 바뀌었다. 해녀는 가족처럼 친근한 존재로 점점 바뀌고 있고, 젊은 해녀들도 많아지고 있어 우리의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 감독은 마지막으로 "내가 발전을 하려면 나만의 시각을 가져야 한다. 여러분이 다규멘터리 감독, 사진작가, 영화감독이라면 해녀를 어떻게 볼 것인가"라고 질문을 던지며 "전통적인 어머니상 등으로 규정해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기보다 '나는 이렇게 해석할 거야', '나는 숨겨진 다른 것을 보여주고 싶어' 등 창의적인 시각을 기대한다"고 강연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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