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해녀를 말하다' 인문학 강좌 <7>제주해녀보존회
환한 얼굴, 부드러운 말투, 열린 마음 등
자신과 남에게 따뜻한 사람이 되는 방법

제민일보는 사단법인 세계문화유산보존사업회·제주특별자치도와 함께 '2023 해녀를 말하다' 인문학 강좌의 일곱 번째 강연을 지난 11월 28일 귀덕2리어촌계에서 제주해녀보존회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이날 MBC 성우로 활동하고 있는 김아영씨가 강사로 나서 제주해녀보존회 소속 해녀들을 대상으로 '무재칠시(無財七施)'를 주제로 강연했다.

△가진 것 없어도 가능한 일곱가지
이날 강사로 나선 김아영 MBC 성우는 '가진 것이 없다 하더라도 베풀 수 있는 일곱가지'라는 뜻의 '무재칠시(無財七施)'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김 성우는 "해녀분들께 우선 존경의 말씀을 드리며 올해도 벌써 한 달 정도밖에 안남았다. 올해 연초에 계획하고 마음먹으신 일 이루셨는지 궁금하다"며 "저도 연말이 되면 내년에 운동해야지, 공부해야지 했는데 잘 지키지 못했지만 그나마 올해는 6개월 전 제주로 이사를 오면서 마음이 달라졌다"고 소개했다.

이어 "제주에서 어느날 거울을 보니 얼굴이 많이 상한데다 갱년기 증상도 더해져 심난한 차였다"며 "좋은 일들을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만 하던 찰나에 '무재칠시'라는 글을 발견하고 와닿는 바가 있어 적어왔다"고 말했다.

김 성우는 "'무재칠시(無財七施)'는 불교 경전 잡보장경에 등장하는 글로 재물이 없어도 누구나 남에게 베풀 수 있는 일곱가지가 소개돼 있다"며 "그 첫째는 '화안시(花顔施)'로 얼굴에 화색을 띠고 환한 낯빛으로 남을 대하는 것, 둘째 '언시(言施)'는 부드럽고 정감 있는 말투로 상대를 배려하는 것, 셋째 '심시(心施)'는 마음의 문을 열고 편안함을 주는 것, 넷째 '안시(眼施)'는 호의를 담아 부드럽고 편안한 눈빛으로 사람을 대하며 다른 사람의 좋은 점을 보려고 하는 것, 다섯째 '신시(身施)'는 타인의 짐을 들어주는 등 몸으로 도움을 주는 것, 여섯째 '상좌시(床坐施)'는 앉은 자리를 내주어 양보하는 것, 일곱째 '찰시(察施)'는 굳이 묻지 않고도 상대의 속을 헤아려 알아서 도와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곱가지를 보면 하나도 어렵지 않은 것들이지만 막상 그렇게 살아왔는지 돌아보면 선뜻 그렇다고 하기 어렵다"며 "정답을 찾았다. 재물이 없어도 남에게 베풀 수 있는 일곱가지인데, 어쩌면 재물을 갖고 남을 위해 쓰는 것이 더 쉬운 것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김 성우는 "제가 왜 행하지 못했는지, 정답은 제가 마음이 가난해서 그렇다"며 "제가 마음이 편하고 마음이 부자였으면 사람들에게 많이 웃어줄 수 있고, 따뜻한 말도 해줄 수 있고, 마음도 편하게 해줄 수 있고, 자리도 양보해줄 수 있었는데 제가 마음이 지옥이니까 얼굴도 붉히게 되고 예쁜 말도 안하게 되더라. 그래서 제가 마음이 가난했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라고 회상했다.

△말 대신 할 수 있는 위로
김아영 성우는 무재칠시의 사례를 하나 하나 설명하면서 "화안시는 다른 사람에게 칭찬해주는 것이고 언시는 여러분들이 전화를 받을 때에도 적용될 수 있다"며 "사람들이 말할 때 말투 때문에 기분 나빠하고 싸울 수도 있는데, 그것은 그 사람에게 자신이 기대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 가족, 친구 등 기대하는 것이 있어 조금만 틀어져도 기분이 나쁘게 된다. 그런데 또 돌아보면 다른 사람들도 어쩌면 내 말투 때문에 기분 나쁠 때가 있었을 수도 있다"며 "꼭 말로 해야만 하는 것 같지는 않다. 사람에게 마음을 전달하는 것은 어휘 말고도 웃음이나 말을 들어주는 것, 고개를 끄덕여주는 것 등 다양하며 '그랬구나' 하고 손 한번 잡아주고 토닥여주면 울컥한다. 그럴 때는 말이 필요없다"고 덧붙였다.

김 성우는 "요즘 SNS 채팅방이나 문자를 많이 이용하실텐데 이모티콘은 공짜다. 그럼에도 '친구에게 하트 하나 날려주는 것이 뭐라고 지금까지 안했는지'라는 생각도 들었다"며 "위로가 필요한 친구에게 아직도 뭐라고 얘기해줄까 갈등하고는 한다. 제가 힘들 때 친구들이 날려준 하트가 위로가 되어준 것처럼 때로는 말보다 이모티콘 하나로도 마음을 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시는 마음의 문을 열고 편안함을 주는 것으로, 마음처럼 쉽지는 않은 것 같다"며 "마음을 열 친구가 있으면 부자인데 어떤 때는 내 마음이 태평양처럼 넓어 남들이 실수하고 나에게 잘못해도 다 받아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또 어떤 때는 내 마음이 참 작게 느껴진다. 별말이 아닌데도 속상하고 이해못해주고 그럴 때가 있다"고 덧붙였다.

편안한 눈빛으로 사람을 대하며 타인의 좋은 점을 보려고 하는 안시에 대해서는 "친구를 바라보며 호의를 담아 빈말이라도 '예쁘다' 해주면 기분이 좋지 않나"라며 "타인의 짐을 들어주는 등 몸으로 도움을 주는 신시는 해녀분들의 몸에 배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 자신부터 사랑해야
김아영 성우는 마지막 찰시에 대해 "굳이 묻지 않아도 상대의 속을 헤아려 알아서 도와주는 것"이라며 "힘들다고 아무 얘기도 안했는데 누가 '괜찮아?' 하면서 따뜻한 커피 한 잔 주면서 등을 쓰다듬어주고 하면 괜히 울컥하고 해소되는 일을 경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세상에 내가 힘든 것을 누가 가장 잘 알까. 그것은 자기 자신일 것"이라며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해야 할 사람이 누굴까 하면 그것도 바로 나 자신이라고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 성우는 "그런데 여러분이나 저나 자신을 사랑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무재칠시는 남을 위한 이야기인데, 거꾸로 나 자신을 위해서도 그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얼굴에 화색을 띠고 환한 낯빛으로 예쁘다, 고생했다고 말을 해주는 것은 남 뿐만이 아닌 자신도 마찬가지"라며 "거울을 보면서 나에게 웃어주고, 마음의 문을 열고 편안하게 나에게 대화하는 것이다. '어제 힘들었지만 오늘 괜찮을 거야', '사람들이 몰라줘도 내가 알잖아' 등과 같이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김 성우는 "저는 제 자신을 위해 토닥여준 적이 별로 없었는데, 이렇게 해보니 한결 마음이 따뜻해졌다"며 "또한 어느 정신과 의사에 따르면 노후가 길어지면서 사람들과의 관계가 굉장히 중요해졌는데, 관계가 가장 좋아야 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나 역시 자책하기보다 스스로를 '애썼다'고 위로했더니 흐뭇해지면서 마음이 따뜻해지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웃고 좋은 말을 하게 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 자신에게 따뜻하게 해주고 '예쁘다' '예쁘다' 하면 내 마음이 나도 모르게 예뻐져서 하려고 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모습 좋은 말, 좋은 마음씨를 갖게 되지 않을까. 그러면 그자체가 복이지 않을까"라고 강의를 마무리했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