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다문화시대 공생사회로] 2. 우리딸 한번 안아봤으면...
딸 소식 듣고도 취재단 붙잡고 연신 질문
"언제면 만날까" 사진 보며 그리움 달래

   
 
  ▲ 딸을 먼 이국 땅으로 보낸 부모들이 딸의 소식에 눈물을 흘리거나, 걱정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타나폰씨의 모친 브라파씨, 리엔씨의 모친 누엔티리씨, 티파폰씨의 모친 송마이파띠씨) /다문화공동취재단  
 
딸을 먼 이국 땅으로 보낸 부모들은 딸의 소식에  연방 '우리 딸 잘 있나, 건강하냐'묻고 또 묻는다. 취재단이 딸의 영상과 사진을 보여주자 부모님 눈가에는 어느새 눈물이 그렁하다. 베트남·태국 현지 취재를 통해 친정 부모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 5일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동쪽으로 3시간을 달려 도착한 하이퐁 사방라 마을. 원뿔모양의 베트남 전통모자 논(non)을 쓴 주민들이 뙤약볕에서 삼삼오오 농사를 짓고 있다.

취재단이 행여 길을 못 찾을까 리엔씨(24·제주)의 남동생 타잉씨(23)가 대도로 앞에 나와있다. 타잉씨를 따라 꼬불꼬불한 도로를 15분 걸어 들어갔다. 드디어 도착한 리엔씨의 집. 가족들은 취재단을 친딸 마냥 반갑게 맞이했다.

한류열풍을 증명하듯 방안에는 2∼3년 전 빛 바랜 배용준과 김희선, 최지우 등 한국 배우 사진이 붙어있다. 그리고 리엔의 결혼사진과 아기사진들이 벽면을 가득 채워 딸에 대한 그리움이 엿보였다.

딸의 영상편지를 본 어머니 누엔티리씨(47)는 "딸의 얼굴을 보니 그리움이 더 커진다. 한번  만이라도 안아봤으면 좋겠다"며 눈물을 훔쳤다.

딸의 한국소식을 전하자 가족들은 하나라도 놓칠세라 귀를 쫑긋 세웠다. 영상편지를 보면서 울다가 웃기를 반복했다. 동생들도 영상편지를 돌려보며 그리움을 달랬다.

조카의 소식을 듣고 싶어 한 걸음 달려온 외삼촌 수메씨(50)는 "조카 성격이 쾌활하고 적극적이었다"며 "집에서 조카의 웃음소리를 들을 수 없어 안타깝다. 가족들과 꼭 한번 놀러왔으면 좋겠다"며 바람을 전했다.

어머니는 취재단에게 딸이 평소 좋아하는 베트남 과자 한 상자와 가족사진을 전해달라며 딸에 대한 사랑을 대신했다. 어머니는 딸에게 더 많이 챙겨주지 못함을 못내 아쉬워했다.

이주여성 느엔티탄씨(23·경주) 부모도 딸에 대한 그리움이 애절하다.

어머니 징티롱씨(43)는 "지난해 연락도 없이 딸이 가족들과 새벽1시에 찾아온 적이 있다"며 "금방이라도 딸이 달려올 것 같아 아직도 그 시간만 되면 대문 밖을 서성인다"고 말했다.

대뜸 서랍장에서 앨범을 꺼내든 그는 "우리 사위 훤칠하지 않느냐"며 "베트남에서 머물다가 돌아갈 때 사위가 효도하겠다며 어찌나 울어대던지…"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에 앞선 지난 1일 태국. 불법체류자 타나폰씨(33·안산) 집은 눈물 바다가 됐다. 가족을 대신해 돈을 벌고 있는 딸의 영상편지를 본 가족들은 연신 '미안하다 미안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여자와 같은 곳에 앉지 못한다는 교리 때문에 스님인 아버지는 비디오 곁에 가까이 오지도 못하고 엉덩이만 들썩거렸다. 괜히 다른 앨범을 가져와 뒤적거리며, 눈물을 몰래 훔쳤다.

외국인노동자 티파폰씨(35·안산)의 어머니 송마이파띠씨(53)도 "딸아이 덕분에 우리가 편하게 살고 있다"며 "딸이 한국에서 힘들게 일하고 있을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찢어질 듯 메어진다" 고 미안함을 표현했다.


<인터뷰> 제주에 시집온 리엔씨  "아이낳을 때 부모님 생각나 많이 울어"

   
 
  ▲ 리엔씨와 딸.  
 
"엄마, 건강히 잘 계시죠? 보고싶어요"

4년 전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남편을 만난 리엔씨는 친정 부모님에게 영상편지를 남기는 내내 눈가에 눈물이 아른거렸다. 인터뷰 동안 씩씩하게 이야기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부모님 얼굴이 떠올랐는지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한다.

한국에 대한 동경에서 시작한 결혼은 리엔씨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음식, 문화, 언어 등의 차이로 남몰래 눈물을 훔쳐야만 했고, 향수병도 앓았다. 하지만 새로 생긴 가족들의 사랑으로 정착에 성공, 딸아이를 낳아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지난 4월에는 기다리던 한국국적도 얻었다. 주민등록증을 꺼내 보여주는 리엔씨는 "베트남에서 한국 드라마 등을 보며 한국에 꼭 가고싶다는 꿈을 키웠다"며 "이제 주민등록증도 생기고, 한국사람이 다 됐다"고 자랑했다.

한국생활에 대해 리엔씨는 "음식이 매워 처음에는 제대로 먹지 못해 고생했다"며 "지금은 김치찌개도 잘 만든다. 우리 집은 쌀 국수, 월남 쌈 등 베트남 음식과 한국음식을 섞어 먹는다"고 너스레를 떤다.

그래도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어쩔 수 없다. 리엔씨는 "아이를 낳을 때 부모님이 너무 보고싶어 많이 울었다"며 "일주일에 2∼3번씩 전화통화를 하지만 직접 찾아 뵙지 못해 죄송스런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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