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투른 문제제기보다는 정련된 문제의식으로 역사의 맥락을 훑어낼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4일 오후7시 제주학생문화원 소극장에서 열린 ㈔민족문학작가회의 제주도지회(지회장 김병택) 주관의 제7회 4·3문학제 ‘4·3문학의 밤’행사에서 ‘역사와 문학’주제의 특강에 나선 소설가 황석영씨는 ‘문제제기’가 아닌 ‘문제의식’으로 글을 쓰는 방법으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황씨는 “군부독재 등 과잉통치체제는 결국 애꿎은 민중들을 억압했고 이때까지 개인적으로나 한국사회 전체에 있어 아물지않는 상처를 남겼다”고 전제하고 “최근 4·3을 비롯해 광주 5·18 등에 대한 언론과 시민단체,사회각계의 다각적인 접근과 조명은 단합된 민중의 힘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씨는 특히 “특별법 개정 등 4·3에 대한 공개적인 접근이 가능해진 것은 환영할 일이다”며 “아직 가야할 길이 많다.사회각계의 공론을 모아 밀실에 갇혀있는 역사의 진실을 추적,억울한 원혼들의 넋을 달래야한다”고 말했다.

 또 “이제는 보다 정련된 문제의식을 도출,치밀하게 역사의 맥락을 훑어낼줄 아는 힘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한 황씨는 “4·3예술제 등 사람들의 생각을 모을 수 있는 자리를 보다 활성화 하는 것은 물론 안으로 삭여온 울분과 개인사적인 편린을 철저하게 역사에 투영,왜곡된 사실(史實)을 진실로 승화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특강에 앞서 진행된 ‘나의 4·3문학’에서는 4·3을 화두로 하는 도내 시인과 소설가,희곡작가가 무대에 올라 각자의 ‘4·3을 풀어가는 방법’을 풀어냈다.

 고정국씨의 ‘한라산 뻐꾸기’,김광렬씨의 ‘동백꽃’,김순남씨의 ‘개족도리꽃’,홍성운씨의 ‘동굴의 꿈’,문무병씨의 ‘서시-사월에 부는 바람’등 시와 오경훈씨의 소설 ‘날개의 꿈’,희곡작가 장일홍씨의 ‘부끄러움 씻어내기’ ‘잠들지 않는 남도’등 극작의도가 소개됐다.

 민요패 소리왓(대표 김형섭)이 찬조출연,원혼들의 넋과 함께 가라앉은 행사장 분위기를 북돋는 무대를 꾸렸다.<고 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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