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석 논설실장
내년 6월 3일 치러질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공천 규정과 선거 전략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내년 지방선거 입후보자 경선 때 당비 납부 당원의 반영 비율을 늘리는 당헌·당규 개정을 추진중이다. '당심 반영 비율' 확대는 광역·기초의원은 물론 단체장 경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에 출마 예상자는 물론 유권자들의 관심이 적지 않다.
여야별 '경선 룰' 작업이 속도를 내는 것과 달리 여야 합의가 필수적인 지방의원 선거구 획정은 혼선의 연속이다. 여야가 지난 18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국회 정개특위) 구성을 논의했지만 사실상 상견례 수준에 불과해 시·도별 지방의원 선거구 획정 작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정개특위의 지방의원 정수 확정이 늦어지면서 내달 2일 법정시한까지 시·도지사에 제출해야 선거구 획정안 마련도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전국 지방의원 정수를 확정할 국회 정개특위 구성이 늦어지면서 6개월 앞 지방선거에 불똥이 튄 것이다.
제주특별법에 따라 선거구 획정에 나선 제주 역시 마찬가지다. 제주도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획정위)가 지역구 32개 중 헌법재판소의 인구 편차 상한선을 초과한 삼양·봉개동 선거구 조정에 나섰지만 안갯속이다. 봉개동을 분리해 인근 아라동을에 편입하는 방안에 대해 양측 주민 반발로 묘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4년 전 애월·아라 선거구처럼 제주특별법 부칙을 개정해 도의원 정수를 1명 더 늘려 삼양, 봉개로 분구하는 가능성도 있지만 국회 정개특위 구성이 늦어지면서 진퇴양난에 빠졌다. 삼양동을 쪼개 봉개동에 붙이는 '개리맨더링'이 금지돼 국회의 의결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국회 정개특위 구성 및 활동 지연으로 지방선거가 차질을 빚는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2014년, 2018년, 2022년의 세 차례 지방선거에서도 국회의 늑장 처리로 선거 직전에야 지방의원 정수가 결정돼 유권자들이 홍역을 치렀다. 제주는 4년 전 획정위가 헌재 인구 편차와 농어촌 읍면지역 대표성 강화를 위해 도의원 3명(지역구 2·비례대표1)을 늘린 제주특별법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국회 정개특위가 선거(6월 1일)를 코 앞에 둔 4월 15일에야 지역구 도의원 1명 증원만 허용해 후유증이 적지 않았다. 대안으로 획정위와 도의회가 일도2동 갑·을을 강제 통폐합한 결과 해당 선거구민들의 참정권 박탈을 초래했다.
내년 6월 3일 제9회 지방선거만 해도 4년처럼 여·야의 당리당략으로 지방의원 정수 결정이 늦어지면 내년 2월 20일부터 실시할 지방의원 예비후보자 등록신청도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처럼 주민 스스로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지방자치 부활 30년을 맞았지만 지방정치는 여전히 중앙정치에 매몰되고 있다. 지역마다 공론화를 거쳐 지역 현실에 부합한 지방의원 증원 및 선거구획정안을 마련해도 중앙정치가 반대하면 헛수고로 그치고, 그 결과 지방 행·재정 낭비와 공동체 분열상의 피해만 떠안고 있다.
국회가 계속해서 법정시한 초과 등 선거일에 임박해 지방의원 정수를 일방통행식으로 결정하면 주민 참정권 박탈 등의 오류만 반복될 뿐이다. 차제에 국회가 법정시한까지 선거구를 획정하지 못하면 전국 시·도 획정위의 결정으로 가름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하는 후속 조치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