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하 노무사

서울행정법원은 10월 고정급 없는 우유배달원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판결했다.

근로자가 대리점주로부터 배달 구역과 순서를 지정받았고, 물품 출고시간을 오전 1시께로 정해 같은 날 오전 중 배달을 마쳐야 했다. 물품 출고시에는 종류·개수를 확인하고, 배달시에는 명단을 점검하도록 지시를 받았다. 오배달·누락·민원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관리도 이뤄졌다. 대리점주는 우유를 가방 안에 넣는 방식, 위치 조정, 대금청구서 교부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또한 물품 적재 방식, 주변 정리, 수금 내역 정리·보고 방법 등에 관한 지시를 내렸다. 

재판부는 업무방법에 관한 지시와 업무수행에 대한 구체적 관리 양상에 비춰볼 때 상당한 지휘·감독이 있다고 판단했다.

계약서에는 주 2회 배달가구당 7000원, 주 1회 배달가구당 3500원을 지급하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보수가 배달량을 기준으로 정해졌고, 노력이나 성과와 무관하게 지급됐다고 하더라도 고정급 성격이 있다고 판단했다. 근로자는 자신의 차량을 이용했지만 이윤 창출이나 손실 위험을 스스로 부담했다고 볼 사정은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배달·대리운전·등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의 근로자성을 인정한 최근 법원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은 대리기사, 타다 운전기사 등에 대해서도 근로자성을 인정한 바 있다.

하지만 우유배달원의 경우는 근로자성이 인정된 사례가 드물다. 법원은 그간 우유배달원의 출퇴근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배달량에 따른 수수료 외에 고정급이 없는 등을 이유로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판결을 여러 차례 내린 바 있다. 이번 판결은 고정급이 없어도 배달량을 기준으로 보수를 지급받고, 자기 소유 차량을 이용한 우유배달원에 대해 노동자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결정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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