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 제주국제대학교 상담복지학과 교수
신중장년·노년의 시대, 평생교육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는 시대가 왔다.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AI를 활용한 일들이 보편화되면서 젊을 때 배운 것 하나로 평생을 버티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경제적 여유가 생기고 평균수명이 늘어나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지금, 우리는 살아온 만큼 더 살아가야 한다. 이제 자신의 역량을 개발·향상해 제2, 제3의 인생을 설계하는 것이 당연해진 것이다.
제주도의 인구학적 상황을 볼 때 평생교육이 절실하다. 저출생과 청년 유출로 인해 고령인구 비중이 19.9%에 달하고 있고, 평균 연령은 45.2세에 이르렀다. 청년이 떠나간 자리를 채우고 남아있는 도민이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라도 평생교육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평생교육이 잘돼야 제주가 지속가능해질 수 있다.
오늘날의 중장년과 노인은 과거의 그들과 다르다. 나이는 들었지만 젊다고 인식하는 이들을 '신중장년' '신노년'이라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들은 남은 인생을 위해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추구하고, 그 과정에서 교육을 받으며 새로운 힘을 얻는다.
평생교육의 필요성은 법에도 반영돼 있다. 헌법 제31조 제5항에서 국가는 평생교육을 진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평생교육법도 제정돼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제주도 역시 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 제주시·서귀포시 평생학습관 등 다양한 평생교육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도내 대학도 평생교육원과 평생교육 관련 학과를 설치하며 평생교육을 일부 시행 중이다.
평생교육의 효과는 연구로도 증명되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의 작년 한국성인의 평생학습실태 조사에 따르면 평생학습의 참여가 심리적 만족감과 행복감을 크게 증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의 2022년 제주지역 성인평생학습 실태조사에서도 정신적 건강, 사회참여 만족도, 육체적 건강 등 전반적인 삶의 질이 향상됐다는 응답이 높게 나왔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만족감을 넘어, 지역사회의 사회적 응집력 강화로도 이어진다.
하지만 현실은 평생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도 그에 따른 정책적, 재정적 지원은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다. 평생교육을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활동 정도로 취급하는 경향도 있다. 이는 큰 오류다. 평생교육은 새로운 삶을 만들어가는 교육이며, 제주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전략적 투자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자체의 지속적인 지원과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단순히 교육기관을 설치하고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대학들을 적극 활용한 전문적이고 고차원적인 평생교육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에 평생교육 전담 학과나 전문 부서를 확대·설치하고, 도민이 대학의 평생교육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대학이 상아탑을 벗고 지역사회와 상생 구조를 갖출 때, 진정한 의미의 평생교육 인프라가 완성될 수 있다.
제주도는 평생교육을 통해 도민이 행복한 삶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평생교육이 잘되면 개인의 삶이 풍요로워지고, 개인이 행복해지면 지역사회가 활력을 얻는다. 그리고 활력 있는 지역이 청년들을 정착하게 만들고, 제주도에는 더 많은 기회를 만들어낸다.
신중장년·노년 시대, 제주의 미래는 이제 평생교육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