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학작가회의 제주도지회(지회장 김병택) 기관지 「제주작가」4호가 출간됐다.

이번 호에는 ‘4·3문학의 재조명’과 ‘정보화 사회와 문학’을 특집으로 다뤘다.

4·3문학의 전반적 이해를 도와주는‘4·3문학의 재조명’은 4·3문학 반세기를 통시적으로 정리한 후 4·3문학의 인식수준을 살필 김동윤씨의 ‘4·3문학 어디까지 왔나’와 현길언씨의 ‘제주문학에서 세계문학으로-4·3문학의 방향’,현기영씨의 ‘4·3을 탐구하면서 재발견한 몇 개의 화두들’로 꾸려졌다.

김동윤씨는 이 글에서 “4·3문학은 역사 자체는 아니지만 그 역사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발휘하여 창작하는 것이 마땅하다”면서“4·3 자체에 대한 깊이있는 인식없이 4·3을 예술적으로 형상화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4·3문학을 주변성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현길언씨는 “4·3사태는 정치나 사회의 논리로 그 실상을 해명할 수 없는 부분이 많기에,이 사태에 대한 문학적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문학은 학문적 방법으로 해명할 수 없는 인간과 세계의 현상과 그 진실을 탐색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제주도민의 총체적 수난을 어떻게 반영해야 하는가에 대해 심각한 물음을 제기한 현기영씨는 “문단에 데뷔하자 원죄처럼 나의 의식을 짓누르는 4·3의 억압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것을 작품의 소재로 다루기 시작했다”고 밝히고,“작가가 일단 작품을 통해 던진 발언은 다시는 취소하기 어려운 구속력으로 작용한다.지금까지도 4·3의 투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두 번째 특집‘정보화 사회와 문학’은 박태일씨의 ‘글쓰기의 운명,운명의 글쓰기’,김재국씨의 ‘정보화 사회에서의 문학의 존재방식’,홍기돈씨의 ‘정보화 사회에서의 문학의 역할’로 꾸려졌다.

인터넷으로 상징되는 정보화 사회에 대한 인문학적 논의의 내용을 담고 있는 이 특집에서 김재국씨는 “가상공간의 출현은 맨눈으로 볼 수 있던 현실의 범위를 확대시키고 있고,작가들은 가상공간에서의 경험을 자연스럽게 소설로 형상화한다”면서 “이제 소설적 상상력은 열린 사고를 바탕으로 시공간을 초월하여 리얼리즘의 문지방을 넘어 존재할 때”라고 주장했다.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재일동포작가 현월씨와 4·3장편소설 「화산도」를 쓴 원로 재일작가 김석범씨의 문학대담과 연변작가 이원길의 「배움의 길」등 ‘해외동포의 문학세계’도 주목할 만한 글이다.

이밖에 초대시로 양중해 도종환 양정자 신현림 시인의 시와 번역문학으로 위엔잉의 「옥쇄」도 수록됐다.

회원들의 신작 시와 시조·수필·소설· 서평과 예인탐방 ‘순수의 제주를 그리는 세계적인 화백-변시지’도 실려있다.1만원.<김순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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