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저녁 외출했던 아내가 집에 들어오며 넋두리를 했다. 사정은 이러했다. 아내가 자동차 운행 중 1차로에서 2차로로 차선을 변경하려는데 뒤에서 갑자기 ‘끼익~’하는 급정거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 확인해보니 2차로에서 뒤를 따르던 승용차가 낸 소리였다. 그 차는 날이 제법 어둑어둑해졌는데도 헤드라이트는 물론 미등도 켜지 않은 채 뒤를 따라 오다가 아내가 자신의 차선으로 변경하려 하자 지레 겁을 먹고 급정거를 한 것이었다. 다행히 사고는 나지 않았지만 상대 차량 운전자가 아내에게 입에 담지 못할 말들을 쏟아내는 바람에 황당했다며 넋두리를 해댔다.

새벽이나 초저녁 때쯤 차량을 운행하다 보면 전조등은 물론 미등도 켜지 않고 운행하는 차량들을 볼 수 있다. 그 운전자들에게 왜 전조등을 켜지 않느냐고 물어보면 오히려 필자에게 가로등도 있고 환한데 왜 전조등을 켜느냐고 되묻는 경우가 있다.

교통 사망사고가 가장 많이 나는 시간대가 저녁 6시에서 8시께다. 운전자들은 전조등을 켜지 않아도 앞의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마주오는 차량이나 앞서가는 차량은 뒤에 오는 차량이 전조등을 켜지 않으면 후사경이나 룸미러로 뒤의 운행 차량을 확인할 수 없어 종종 대형사고의 원인이 된다.

 특히 요즘은 서부관광도로나 도내 주요도로에 안개가 끼는 날이 종종 있는데 시야가 100m도 채 안되는데도 불구하고 안개등은 물론 미등도 켜지 않은채 과속으로 달리는 위험천만한 광경을 볼 수 있다. 물론 경찰이 도로에서 안개가 걷힐 때까지 거점 및 기동순찰을 계속하면서 서행할 것과 전조등을 켤 것을 계도하고 있지만 그래도 전조등을 켜지 않은 차량들이 간혹 발견돼 혹시 사고가 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게 된다.

외국 몇몇 나라에서는 주간에도 전조등 점등을 의무화하고 있다. 주간점등으로 교통사고 인명피해 감소는 물론 엄청난 경제적 효과도 있어 이를 의무화하는 나라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또 그런 나라에서는 차량 출고 때부터 차에 시동을 걸면 자동 점등되도록 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우리나라 현실상 지금 당장 그런 제도를 실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운전자 개개인이 조금만 다른 운전자를 배려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안개가 끼거나 비오는 날 등 시야가 정확히 확보되지 않는 날에는 반드시 전조등을 켜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선진 교통문화의식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재종 / 제주경찰서 교통지도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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