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제 34조는 ‘신체장애자 및 질병·노령 기타의 사유로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는 규정이 있다.

시각장애인들이 이처럼 목숨을 걸고 한강으로 뛰어내리고 아파트에서 투신자살까지 마다하지 않는 것은 앞서 언급한 바처럼 헌법재판소가 법리적 해석을 바탕으로 위헌결정을 내린 만큼 헌재의 위헌결정이 잘못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같은 사안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린지 불과 3년만에 스스로 결정을 뒤엎고 위헌이라고 결정한 것은 법리해석의 일관성 측면에서 신뢰성을 상실했을 뿐만 아니라 실정법 이전에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관습법, 국민정서법을 고려하지 않은 몰인정, 반인간적 비정한 판결로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콩 한조각도 열명이 나눠먹는다는 우리민족의 따뜻한 상부상조의 미풍양속과 거리가 먼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야속하고 받아들이기 난감하다.

약자의 입장이 돼보지 않고 약자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는 법리적 해석만으로 약자를 사지로 내몰면서 직업선택의 자유와 평등권만을 앞세우는 무늬만의 복지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대변한 반인간적인 무심하고 무정한 발상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 헌재의 위헌판결의 결정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시각장애인들이 우리 사회에서 그나마 현실적으로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생계수단마저 유지할 수 없도록 했다. 장애인들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의 실질적인 평등권을 외면하였다는 점에서 또한 그렇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장애인을 참여적이며 주체적인 존재로 보기보다는 시혜적이고 동정적인 관점에서 장애인을 바라보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번 헌재 결정으로 안마사를 천직으로 알고 살아오던 선량한 시각장애인들을 하루아침에 죽음으로 내몰았다. 우리나라 현실에서 시각장애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직종인 안마업을 보호하지 않을 경우 그들의 생존권이 위협 당한다는 사실을 진정 몰랐다는 것인가?

최근 몇 년 동안 장애인 복지의 후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약육강식의 논리에 인해 시각장애인에 한해 극히 제한하고 있는 안마사 자격인정을 무제한으로 허용할 경우 비장애인에 의한 불법 및 탈법 의료가 더욱 더 활개 칠 것이 명약관화하다.

따라서 시각장애인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나아가 기존 의료체계를 붕괴시킬 수 있는 안마사 자격인정에 대한 위헌결정은 즉각 철회돼야 한다.

어찌됐거나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내려진 만큼 이제 정부가 나서서 그들의 생존권을 보호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직업선택의 자유, 평등권을 내세워 직업선택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누릴 수 없고 신체적 장애 때문에 평등권에서 소외된 그들을 위해, 새로운 법을 마련해서라도 생업을 보장해 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시각장애인들이 보다 인간적인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생존대책을 마련하는데 지혜를 발휘하길 바라고 정치권과 지자체, 시민단체, 종교계도 이들이 육신의 장애로 인해 생존을 위협받지 않도록 각별한 관심과 보호에 앞장서주길 기대해본다. <강석봉 / (사)제주도장애인총연합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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