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사건희생자유족회는 지난 7일부터 2박3일간 대전골령골 위령제 및 형무소 옛터와 학살터 현장 순례를 실시했다. 184명이 참가한 본 행사는 첫날, 인천과 김포행으로 분산 출발한 후 인천형무소, 마포형무소 등에서 위령제를 봉행했다.

오후에는 제주출신 강창일 의원의 안내로 임채정 국회의장, 열린우리당 이용희 부의장,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 등을 방문, 4·3특별법 개정 촉구를 위한 건의서를 전달했다. 또 이용희 국회부의장, 김한길 원내대표, 김재윤 의원, 노웅래 공보부대표, 문병호 제1정조위원장을 만나 간담회를 갖고 오는 정기국회에서 4·3특별법 개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줄 것을 요구했다.

둘째날은 새벽 6시부터 대전시 산내골령골 학살터 현장에서 위령제를 봉행했다.

이곳은 4·3당시 수형인 300명을 포함해 전국 각지에서 잡혀온 정치범, 보도연맹 관련자, 여순사건 관련자 등 3000여명이 대전 형무소에 수감됐다가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골령골 골짜기로 실려와 군인들에게 집단학살 당한 비극의 현장이다.

우리 유족들은 정부의 무관심속에 방치된 현장에서 울분과 슬픔을 억누르며 위령제를 봉행해야했다. 뒤이어 인근에 위치한 산내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합동위령제가 봉행됐는데 강창일 의원, 김원웅·선병열 의원, 4·3 유족, 여수 순천 유족, 대전 시민사회단체 대표, 과거사 진상규명위원 등이 참석해 유적지 보전과 유해발굴에 대한 의지를 천명했다.

필자는 내년 대전위령제에는 교회철거와 현장보전 사업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는 경고성 메시지로 인사말을 대신했다.

우리 일행은 곧바로 대구 경산코발트 탄광 현장을 찾았다.

경산유족회의 도움으로 유해발굴 보고를 청취한 후 3500여명이 묻혀있는 지하 갱도 현장을 둘러보았다. 갱도 100m 내에 유골 수십개가 방치돼 있고, 골프장 개발과정에서 수습된 유골 40여구가 콘테이너 상자속에 보관된 것을 보니 눈물이 쏟아졌다. 갱도 입구에서 울분과 분노 속에서 위령제를 봉행한 후, 현장보전과 유해발굴이 필요성을 강조하며 돌아서야 했다.

셋째날, 비 날씨속에 전주형무소 학살터·광주형무소·목포형무소 옛터에서 위령제를 봉행하고 물설고 낯설은 육지형무소에서 꽃잎처럼 쓰러져간 4·3희생자들의 명복을 기원했다.
국회와 정부에 촉구한다.

이번 순례행사는 4·3수형인 희생자 유족들이 현장을 직접 둘러보는 의미도 있지만 4·3특별법 개정과 4·3수형인 희생자 결정 조기완료에 대한 무언의 시위임을 알아야 한다. <김두연 / 제주도4·3사건희생자유족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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