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범 / 주필>  
 
개방형 직위에 대한 제주도의 공모제가 영 미덥지 못하다. 구호만 요란한채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일관성과 신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고위직에 대한 공모제는 거스를수 없는 시대의 조류이다. 그래서 공모대상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이다. 제주특별자치도가 특별법 시행조례에 개방형 직위를 10%까지 확대토록 못박은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그런데도 김태환 지사는 여지껏 공직의 문을 활짝 열지 않고 있다. 마지못해 따라하는 시늉만 하고 있다. 심지어는 몇 안되는 공모대상의 공보관 자리마저‘내부직원용’으로 되돌려 버렸다.

도는 이달초 첫 통합인사를 발표하면서 공보관은 공모한다며 자리를 비워뒀었다. 그런 도가 어째서 열흘만에 이를 뒤집어버린 것인가. 공모대상자로 거론됐던 유력한 후보의‘결격사유’때문이라는 억측만 무성할 따름이다.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특정인을 염두에 둔 공모제였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환경부지사에 대한 공모는 더욱 혼란스럽다. 1주일전부터 김지사의 고교동문이 내정된 것으로 보도됐는데 이제와서 공개모집하겠다니 도대체 어찌된 영문인가. 보도가 와전된 것인지, 아니면 기밀이 누설된 것인지 종잡기 어렵다. 그런데도 한마디 해명도 없이 갑자기 공모에 나서 의혹을 사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미 소문난 그가 환경부지사로 낙점된다면 어떻게 되는가.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당당하게 임명하는게 낫다. 

김지사는 2년전 도지사에 첫 당선된 후에도 정무부지사와 지방개발공사 사장, 기획관리실장 등을 공모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사전내정설이 나돌아 본래의 취지를 무색케 했다.

김지사는 최근에도 기자간담회에서 “일할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 알아보고 공모해야지, 무턱대고 할 수야 없지않느냐”고 말했다. 사전에 어느정도 내정해서 공모하겠다는 속셈을 시사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도민을 우롱하는 처사이다. 이런 식의 공모제는 실효를 거둘수 없다. 또 대상자들로 부터도 호응을 받을수 없다.
따지고보면 지식산업국장 응모자가 전무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인지 모른다. 공모제에 대한 불신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뭣도 모르고 응모했다가 들러리만 서게된다는 것이다.

개방형 공모제를 도입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능력있는 인재를 널리 영입해 공직사회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공모제의 대상을 축소한 것은 잘못이다. 특별자치도라는 고도의 자치실험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려면 경영기획실장이나 국제자유도시국장 등에까지 공모제를 확대하는게 바람직하다. 또한 외국인도 도정에 참여할수 있도록 과감히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 그래야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다.

기왕 공모제를 하려면 제대로 해야한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공모제는 아예 안하는 것만 못하다.

공모제의 성패는 무엇보다 공정성과 객관성에 달려있다. 그런만큼 선정과정은 투명하게 공개돼야 마땅하다. 그래야 추천위원들이 도지사의 입김에 놀아나지 않게될 뿐만 아니라 도민들도 나름대로 후보자 평가에 참여할수 있다. 그러지 않고서는 논공행상과 정실인사의 논란을 피할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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