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것 없다" 유료화 이후 관람객 절반으로 뚝...전시물 10년째 제자리, 교육·연구사업 전무

   
 
  제주항일기념관 전경.  
 
제주항일기념관이 빈약한 전시자료로 인해 외면 받고 있다. 설립취지와 거리가 먼 행사가 더 많이 열리는가 하면 교육·연구사업도 전무하다. 해녀박물관의 부속기관으로 취급받는 등 홀대받고 있다.

△전시자료 확충 제자리걸음

제주시 조천읍 소재 제주항일기념관을 찾은 방문객은 지난 1997년 8월 개관 이후 2000년 22만8373명으로 급증했고 2001년 27만9190명이 방문하는 등 최고를 기록했다.

이후 기념관을 유료로 전환하면서 관람객이 급감해 지난해 13만128명이 방문하는데 그쳤다. 방문객들도 대부분 단체 학생위주다.

항일기념관이 시민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는 이유는 특징 없는 전시시설과 부실한 전시물, 희미해져 가는 시민들의 역사인식 등이 어우러진 결과다.

전시된 자료라고 해봐야 모두 641점에 불과하다. 반면 제주해녀박물관의 자료는 무려 3856점에 이르고 있다. 지난 10년간 항일기념관에 확충된 전시자료는 67점뿐이다. 매년 새롭게 확충돼야할 자료가 10년 동안 변하지 않고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전시자료중 항일관련 사진이 249점, 도서가 244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항일관련 유물은 14점뿐이다. 제주만의 특색 있는 전시물이나 역사적 배경, 일화 유물 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7일 기념관을 찾은 방문객 서모씨(28·서울시)는 “내용도 전시물도 아무 것도 없는 이런 곳에 시간과 돈을 들여 찾아와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일부 관람객은 역사의식 부족으로 “재미없는 항일관련 기념관을 굳이 찾아 볼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기념관 관계자는 “전시자료가 부족하다는 것은 인정한다”며 “4·3과정에서 많이 소각돼 남아있지 않고 개인 소장가들도 기증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전시물 확보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교육·연구사업 전무 관리측면도 홀대

민족혼을 되새겨야 할 숭고한 이곳엔 장사꾼이 몰려들고 기념관 성격과 어울리지 않는 행사가 종종 벌어진다. 민족혼 고양과 관련된 행사가 열리기도 하지만 농산물홍보전, 경제살리기 범국민결의대회, 아카데미교양강좌 등 설립취지와 거리가 있는 행사가 더 많이 열리고 있다.

   
 
  항일기념관 내부.  
 
기념관 관계자는 “주민들에게 개방해 다른 부수적인 행사를 할 때가 많다”며 “하지만 관광객들이 없는 시간에 주로 행사를 열고 있다”고 밝혔다.

항일기념관은 다른 지역기념관이 추진하는 역사·문화유적지 탐방이나 역사교실 등의 교육사업이나, 논문집발행·심포지엄 개최·간행물 발행 등의 연구조사 사업 추진은 전무하다. 연구사 배치도 없다.

기념관측은 “보훈청 등에서 항일운동에 대한 연구는 따로 하고있어 자체적으로 연구사업을 벌이지 않는다”며 “박물관이 아닌 기념관이기 때문에 연구사 배치도 필요 없다”고 밝힌다.

특히 항일기념관은 관리측면에서 홀대를 받고 있다. 기념관은 제주특별자치도 해녀박물관 관리사업소에서 맡고 있다. 항일기념관은 해녀박물관의 산하기관 취급을 받는다. 관장의 직급도 해녀박물관은 5급, 항일기념관은 6급이다. 운영비도 해녀박물관 예산에서 쪼개 쓴다.

기념관 관계자는 “해녀를 관리하는 기구가 상대적으로 커 부득이 하게 그 밑에 기념관을 둔다. 조직관리를 위해 어쩔수 없다”며 “1년 예산은 별도로 편성되지 않고 해녀박물관과 나눠 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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