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전 대통령의 양아들 이인수씨69·서울시 종로구 이화동)가 ‘4·3계엄령은 불법이었다’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1997년 4월1일자 1·3면)한 제민일보를 상대로 제기한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제민일보가 승소했다.

 제주지방법원 민사합의부(재판장 김창보 부장판사)는 20일오전 열린 선고공판에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제헌헌법에는 ‘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이 사건 계엄 선포 당시에는 계엄법이 제정·공포되지 않은 상태였으므로 이상만 전 대통령이 선포한 계엄은 법령에 근거없이 선포된 위법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이승만 전 대통령이 선포한 계엄이 그 시행과정에서 많은 불법적인 조치가 이뤄졌음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관련법령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과도기적 상황에서 발생한 비상사태를 맞아 계엄을 선포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적 필요성이 있었점 등을 보면 계엄선포행위 자체가 아무런 법적 근거없이 이뤄진 불법적 조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제민일보의 취재과정,취재기간과 보도경위 등에 비춰볼 때 제민일보는 4·3이 발생한지 수십년동안 묻혀져 있던 희생자들의 명예회복과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하던 과정에서 국내외를 망라한 각계 자료와 논문,생존자들의 증언,법학자,변호사등 전문가,심지어는 일본 헌법학자에게까지 자문을 얻은 후 계엄은 법령에 근거없이 선포된 불법적인 것이었다는 확신을 얻고 보도한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 계엄은 실제로 제헌헌법에 따른 계엄법이 제정되기 이전에 선포됐으며 현재도 4·3특별법과 관련해 일부 국회의원들이 이 계엄을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점 등에 비춰보면 제민일보가 단편적 자료를 바탕으로한 주관적 보도를 한 것이 아니라 합리적 자료와 근거에 의해 나름대로 진실확인작업을 거쳐 보도한 이상 이 보도가 진실하다고 믿은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계엄 선포당시 이승만 전 대통령은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공적인 지위에 있는 인물이었고 제민일보는 이승만 개인 및 그 후손의 명예보다는 언론에 있어서의 표현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제주 4·3사건의 진상의 일단을 알리고자 하는 의도에서 이 기사를 보도한 것이므로 그 보도는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므로 원고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인한 불법행위가 된다고 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와함께 재판부는 “군·경 토벌대에 의해 다수의 무고한 양민이 학살됐다는 부분은 그 표현이 다소 과격한 점이 있다 하더라도 계엄령 선포를 전후한 시기에 군·경 토벌대에 의한 무장대의 진압과정에 제주도 중산간마을이 초토화됐고 무장대와 직접 관련이 없는 많은 주민들이 재판절차도 없이 살상당하는등 피해를 입은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 기사는 역사적 사실과 그에 대한 평가를 보도하기 위한 것일뿐이지 이승만 전 대통령이나 그의 양자인 원고를 직접 대상으로 한 기사도 아니기 때문에 원고에 대한 불법행위가 성립된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두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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