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경제 판도를 바꾼다-CEO를 찾아서] 강식 이건돼지 대표
“레드오션(업체 난립으로 경쟁이 치열한 경제분야) 바로 옆에는 블루오션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모방만 하려 합니다”
강식 이건돼지 사장(48)은 한달 중 3주 이상은 서울에서 지낸다. 무항생제 돼지를 사려는 업체들의 문의가 물밀 듯 들어오기 때문이다.
강 사장은 2002년 무항생제 돼지 생산에 뛰어들었다. 당시 양돈산업은 업체들이 급증하면서 포화상태에 이르렀지만 그는 무항생제 양돈산업은 미개척분야로 성공가능성이 크다고 믿고 도전하게 됐다.
강 사장은 “무항생제 돼지를 생산·판매하겠다고 하자 행정 공무원이나 다른 양돈농가들은 항생제 없이는 돼지를 키우지 못한다며 1년도 못돼 실패할 것이라고 비웃었다”고 말했다.
다시마·인삼 등을 미생물로 발효시켜 만든 천연면역증강제와 봉침치료 기술을 활용해 사육하는 친환경 축산기술 개발에 성공, 2003년 ‘무항생제 이건돼지’를 생산하게 됐다.
강 사장은 “제주지역은 콜레라 청정지역으로 다른 지역과 달리 백신접종 의무가 없어 무항생 축산물을 사육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유럽 등 선진국도 항생제 내성 부작용 심각성이 부각돼 가까운 미래에 우리 나라에서도 무항생제 축산물이 주목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통과 판매에 어려움이 닥쳤다. 당시 무항생제 돼지 상품이 생소하고 일반 돼지보다 가격이 비싸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시 무항생제 축산물이란 개념이 없어 농림부 등 행정기관은 상호에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준다는 이유로 ‘무항생제’란 용어를 넣지 말라고 하는가 하면, 다른 양돈업체에서 무항생제란 표시를 하고 유통하는 일까지 벌어지게 됐다.
강 사장은 “유통과 판매에서 난국에 부딪히게 되자 공격적인 마케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대형백화점에 납품을 시도했고, 제주를 비롯한 대구 등 대도시에 체인점을 열고 직판에 들어갔다.
또 “친환경농산물인증제에 무항생제 축산물 품목 추가를 농림부와 제주도 등에 건의했고, 오랜 시간 설득과정 끝에 반영됐다”고 밝혔다.
강 사장은 “무항생제돼지 생산에 성공해지만 최근까지도 큰 이익을 내지 못해 ‘깡통차기’ 일보 직전이었다”며 “지난 5월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을 받으면서 판매가 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인증을 받은 후 현재 초록마을과 현대백화점 등에 가공육 80㎏에 최저 30만원에 납품하고 있으며 현재 주문량을 조달하지 못해 걱정”이라고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강 사장은 “제주축산업이 한미FTA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선 청정과 안전을 무기로 삼아야 한다”며 “전국 최초로 무항생제 축산물 생산 지역으로 선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직 성공이라고 생각하긴 이르고 결실을 맺기 시작한 것 같다고 밝힌 강 사장은 “전례가 없는 것을 만드는 것이 개혁”이라며 “제주의 모든 경제분야에서 성공 여부를 생각하기 전에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사장은 “소비자를 최우선으로 하고 항상 올바른 길로 가야한다는 신념 아래 새로운 분야에 대한 개척정신과 공격적인 마케팅을 추진해야 경쟁시대에서 살아남는 길”이라며 “조금만 노력하면 신분야 개척은 누구나 가능하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