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제주인] 중국 출신 원어민 교사 이정애씨

   
 
   
 
“제주인으로 살며 가정 문제로 많은 고초를 겪었지만 자존심 하나로 버텼어요. 지금은 모든 일을 극복하고 인정받는 선생님이 되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고 있답니다”

5년여간 제주인으로 살아온 중국 출신 이정애씨(48·여). 그는 능력을 인정받아 원어민 교사로 근무하며 자신만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교사들 사이에서 ‘이 청’이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진 그는 우리와 비슷한 외모 때문에 출생지를 모르는 이상 평범한 아줌마로 보인다.

그러나 이씨에게는 제주에 사는 동안 남모를 아픈 사연을 갖고 있다.

지난 2002년 있는 부품을 꿈을 안고 제주에 새 보금자리를 폈다. 43살 나이에 결혼, 제주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그에게는 하루하루가 행복한 나날이었다.

그러던 그에게 예상치 못한 역경이 불어 닥쳤다. 가정 문제로 남편과 헤어지게 되면서 낯선 이국 땅 제주에 혼자 남겨지게 됐다.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며 한국 국적 취득 허가까지 받아냈다.

능력을 인정받는 원어민 교사가 되고자 했던 꿈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자존심 때문.

“낯선 제주에서 홀로 살아간다는 게 이렇게 힘든 줄은 몰랐어요. 하지만 40대 나이로 늦게 출발한 인생인 만큼 이대로 무너질 수 없다는 자존심 하나로 지금까지 버텨오게 됐답니다”

제주에 홀로 남은 이씨는 생활고를 극복하기 위해 학원가에서 중국어 강사로 일하며 미래를 새롭게 계획했다.

자신의 몸을 챙기기도 힘든 상황이었지만 적잖은 봉사활동에도 동참했다.

세계적인 대회가 열리는 곳을 찾아 제주를 알리는 ‘홍보 도우미’ 역할은 물론 양로원 등 생활이 어려운 이웃돕기도 마다하지 않았다.  

원어민 강사로 쌓은 경력을 토대로 도내 주민자치센터에서 중국어 교육 봉사에도 참여, 지역 주민들의 복지 향상에도 적잖게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그에게 2004년 희소식이 찾아왔다. 제주외국어고등학교에 정식 원어민 교사로 채용되면서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게 됐다.

제주국제교육정보원을 거쳐 최근 제주관광산업고등학교로 자리를 옮긴 그는 능력을 인정받는 교사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한 때 제주에서의 삶을 포기하고 싶었던 그에게 주어진 ‘원어민 교사’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해준 소중한 직업인 셈이다.

이씨는 “교사라는 직업을 찾지 못했다면 제주에서의 삶을 버텨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동료 교사와 학생들로부터 능력을 인정받는 ‘으뜸 선생님’이 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학습 교재도 직접 만들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공부를 하다보면 힘에 벅찰 때도 있지만 미래의 자신을 생각하며 즐겁게 임하고 있다”며 “역경과 절망을 이겨내며 오뚝이 제주 아줌마로 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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