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참여·합의로 경관 살려

   
 
  ▲ 오사카 히라노 마을의 전통담장과 전통 주택들  
 

   
 
  ▲ 오사카 히라노 마을의 전통담장과 전통 주택들  
 

   
 
  ▲ 오사카 히라노 마을의 전통담장과 전통 주택들  
 

행정이 추진하고 있는 각종 시책과 사업에 가장 필수적인 요소는 주민 참여다. 주민 참여가 사업 추진의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특히 도시 경관은 일정 부분 규제가 불가피, 반드시 주민 참여와 합의를 형성해야 한다. 이를 반영하 듯 도시 경관의 모델지로 꼽히는 도시는 지역의 문화·역사를 바탕으로 한 경관 제도를 마련하고 주민들의 동참을 이끌어냈다.

일본 오사카(大阪)의 히라노고(平野鄕) 경관도 주민 참여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1000년의 역사를 간직한 히라노고는 헤이안(平安) 시대에 형성되는 등 오사카시 중에서 가장 일찍 생겨났다. 교통의 중심지로서 상업이 발전해 오사카 중에서도 가장 번성했던 지역이다.

전국시대에는 주민들이 스스로 지키기 위해 커다란 연못과 흙담으로 마을을 둘러싸고 회의를 통해 마을 운영을 결정했던 자치도시 특징을 가졌다.

히라노고 거리를 걷다보면 호수 도시의 자취, 에도 시대와 쇼와 초기에 걸쳐 만들어진 주택을 볼 수 있는 등 문화·역사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이처럼 풍부한 역사자원을 간직한 히라노고에 도시 경관의 불을 붙인 사건(?)이 지난 1970년대 발생했다. 주민들의 애환이 담긴 히라노 역사 철거이었다.

교통 수단이 발달하면서 오사카시는 시가지를 관통하는 기차역을 하나둘 없애기 시작했고 히라노 역사도 철거해 공원을 조성한다는 복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히라노 역사 철거에 진한 아쉬움을 표시하며 보류를 요구했다. 70년간 주민들의 희노애락이 묻은 기차역의 철거보다는 보존 방안을 마련해달라며 시에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히라노 마을 도시경관사업의 시발점이 된 히라노 역사.  
 


주민들은 히라노 역사가 사라지는 현장에서 ‘작별 행사’를 가졌고 이 것을 계기로 마을의 소중한 기억을 보존하고 가꿔나가자는 주민 협의회를 1980년에 만들었다. 이 협의회는 90년대 후반‘히라노고 HOPE존 협의회’로 이어진다.

마츠무라 쵸지로 히라노고 HOPE존 협의회장 “히라노고 단순한 건물이 아닌 오랜시간 주민들과 같이해온 소중한 자산이었다”며 “이 때문에 주민들이 히라노고 역사 보존에 노력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해 매우 안타까웠다”고 밝혔다. 주민 협의회는 이후 전통적인 가옥을 하나둘 복원해나가고 연못을 정비했다.

이처럼 주민들 스스로가 의욕적으로 지역 문화·역사 복원에 나섰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한계에 부딪혔다. 재원 부족, 행정적인 절차 이행, 전문성 부족 등을 겪었기 때문이다.

   
 
  ▲ 오사카 히라노 마을의 전통 과자점. 일부는 리모델링하고 일부는 250년전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주민들은 이에 따라 오사카시를 찾아 문화·역사 복원을 위해 논의했고 논의 결과 시에서 지원하는 HOPE(House Of Proper Environment, 좀 더 나은 환경의 주택) ZONE 사업을 펼치기로 했다. HOPE존 사업은 오사카시가 문화·역사적인 지역과 풍부한 숲이 조성된 지역 등을 모델로 설정하고 지역 주민들과 협력해 매력적인 도시 이미지를 높이기 사업이다.

시가 행·재정적인 지원에, 주민 협의회는 전문성 배양에 각각 나섰다. 협의회는 이에 따라 역사의 도시인 교토을 찾아 전통 건물에 대한 배우고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는 등 지역에 어울리는 건축문화 찾기에 힘을 쏟았다.

12번에 걸친 주민 회의를 통해 히라노고 마을의 미래상을 △역사와 전통을 연결, 사람과 사람을 연결, 건물과 건물을 연결 등 연결을 중요시하는 도시 △살면서 쾌적하고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도시 △걸으면서 즐겁고 재미있는 도시 △남에게 자랑할 수 있고 그리운 도시로 설정했다.

이를 토대로 거리와 주거지, 전통적 건물, 부대 설치물 등 각종 형상물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지켜나가고 있다. 또 건축물의 높이를 스스로 제한, 전체적인 스카이라인을 형성하고 지역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밖에 홍보지·연구지 발행, 워크숍 개최, 다른 지역 연수 교육 확대 등을 벌이고 있다.

특히 어린이를 위한 안전 프로그램을 운영해 가족들의 동참을 유도하고 어린이들에게 자부심을 고취시키고 있다. 협의회는 모든 사업의 추진 과정을 비디오로 촬영해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마츠무라 쵸지로 회장은 “HOPE존 사업이 추진되면서 전통가옥으로 개조하는 일반 건축물이 늘고 있는 등 마을 분위기가 고풍스럽게 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히라노 거리의 매력’과 ‘히라노 다움’을 어떻게 이어갈 지를 주민·전문가·행정과 논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주민과 행정의 연결자인 협의회는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도시에 대한 가치를 발견하고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이 점이 마을 경관의 모델지로 꼽히는 이유다.

◆특별취재반=이창민 자치2팀 차장, 박민호 사진팀 기자, 김경필 사회팀 기자, 김태일 제주대 교수
◆자문=정광중 제주교대 교수, 김일우 박사, 송일영 건축사

※이 연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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