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儒學)으로 대변되는 조선시대는 생활 곳곳에 유교사상을 심어놓았다.그 가운 데 하나가 ‘남녀유별’이다.남자와 여자가 서로 마주치는 것을 극히 조심하는 이 사 상은 전통가옥인 한옥 배치에 그대로 나타난다.사랑채와 안채의 구별이 그것으로,안 채는 외부 사람들의 접근이 엄격히 제한된다.그러기 위해 외부에서 안채를 볼 수 없 도록 사람들이 이동하는 동선을 구분지어 놓았다. 조선시대에 남자와 여자의 동선을 엄격하게 구분한 점은 지배사상의 반영이다.그러 나 현대건축에서 동선의 구분은 상당히 중요성을 지닐 때가 많다.서로의 생활을 침해 하지 않고 보장해준다는 차원에서 동선을 분리,제각각의 기능발휘에 한 몫을 한다.
학교건축에도 기능의 분리는 신경써야 할 대목이다.지난 98년부터는 교육의 새로운 모델이 제시됐다.초등학교와 중학교를 한 울타리에 넣어두는 통합학교 작업이다. 지난해 지어진 무릉초등중학교(설계 양택훈건축·대표 양택훈)는 한 울타리,그것도 같은 건물내에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교육을 받고 있으나 서로의 동선을 살려 독립성 을 확보하고 있다.교과과정이 틀리고 교육시간대가 틀린만큼 동선 구분은 매우 중요 하기 때문이다.이런 점이 인정돼 교육부로부터 99년 우수시설학교 우수상을 받았다.
이 건축물은 동선분리와 함께 기존 교사(校舍)와의 조화,지형극복 등에서 좋은 평 가를 받고 있다.
기존 건물은 네모반듯한 사각건물이다.그 뒤편은 원래 과수원이 있던 자리로 2∼3 m 가량 지면이 낮은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양택훈건축은 낮은 부분을 메우지 않고 그 대로 활용,129평의 지하공간을 만들고 이 곳을 체육시설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 다. 기존 건물은 뒤편 건축물과 조화를 이루게끔 곡면처리한 지붕을 씌웠다.옛 건물의 냄새는 전혀 풍기지 않는다.
또 이 건축물에는 특이한 점이 있다.일반적인 교실은 복도에 나 있는 문을 통해 들 어가도록 돼 있으며,밖은 창으로 바라봐야만 한다.그러나 이 건축물의 초등학교 저학 년 교실에는 이런 고정관념이 깨져있다.외부와 연결되는 문을 2곳에 설치,저학년들이 곧바로 밖의 놀이공간으로 향하도록 배려했다.
이밖에도 열린교육에 대비,복도를 다목적홀로 사용하고,교실벽도 가변형 칸막이를 사용했다. <김형훈기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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