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자원이다] <2부> 제주의 혼을 심는다 : 정경원 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장
지난 4월 한미 정부가 타결을 했지만 여전히 찬반갈등을 낳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한미FTA가 국민의 생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협상을 반대해 왔던 정태인 민주노동당 한미FTA 저지 사업본부장(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이 가장 우려했던 것중 하나가 바로 우편분야다. 우리나라의 우편사업을 총책임진 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장은 다름아닌 제주출신 정경원씨다. 정 본부장이 구상하는 우정사업의 비전이 궁금하다.
# 고향생각은 제주밖에서도 똑같아 
정경원 우정사업본부장(50)은 만나자마자 태풍피해가 없었느냐고 묻는다. 워낙 피해가 커 친구들과 친지들 중에도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했다. 정 본부장은 태풍피해 소식을 접하자 고향 제주로 와 팔을 걷어붙였다. 고향걱정엔 제주 안에서나 밖이나 똑같은가 보다.
그래서 행정고시를 통과한 후 공직입문을 제주우체국에서 시작한 것일까?
"솔직히 고향사랑 때문에 제주를 선택했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좋은 부처, 당시엔 내무부였으니까 그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고 말문을 연 정 본부장은 "근데 내무부에서 잘 하지 못할 거면 '체신부(지금의 정보통신부)에서 한 번 해보자' 그런 생각으로 시작했고 이왕이면 고향이 편하니까 제주를 자청한 것일 뿐"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정 본부장은 "전국 1000만 가구에 초고속인터넷이 보급되고 IT강국이란 이름에 걸맞게 인터넷활용이 굉장한 걸 보면 체신부에서 일한 보람을 느낀다"고 소회를 밝혔다.
# 민영화 대세라면 우정청 설립해야
많은 우려가 지적되는 FTA 등 개방에 따른 피해가 없느냐고 물었다.
정 본부장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WTO(세계무역기구)가 출범하면서 이미 우편시장은 개방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디에이치엘(DHL)이나 유피에스(UPS) 등 외국기업들이 이미 국내에 들어와 있어서 경쟁체제로 접어든 건 오래된 얘기지만 다만 경쟁이 과열될 것이란 우려는 사실"이라고 말한다.
사실 우정사업본부는 공공기관 중에서도 특수한 성격을 띤다. 정보통신부 산하에 있으면서도 사기업처럼 수익을 올려야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제주시에서 울릉도에 보내는 엽서나 서귀포시에 보내거나 우편요금은 모두 220원이다. 그래서 한미FTA를 반대하는 측에선 우편분야가 개방되면 수익성이 떨어지는 울릉도엔 택배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돼 불균형이 심화된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정 본부장은 "보편적 서비스측면에서 보면 우편시장은 국가독점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이유"라며 "하지만 우정사업의 민영화가 거대한 흐름인 만큼 민영화 중간단계로 우정청을 설립해 충격을 완화해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정 본부장은 이미 우정사업본부가 독립채산제와 별도의 본부를 가지고 있는 등 요건이 갖춰져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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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년 쥐띠해 새해 소망을 담은 연하우표 | ||
# 모바일 본부장으로 불러요
정 본부장은 그러나 우편물보다 이메일이 대세인 21세기, 정보기술(IT)과 우정사업이 새로운 결합을 이뤘다며 "인터넷 때문에 초기엔 편지가 급격히 줄어서 앞이 캄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보편화된 정부의 전자문서 시스템(G4)이나 정부조달물품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구매할 수 있는 나라장터 등 굉장히 광범위하게 영역을 개척하고 있어 우정사업이 최첨단 IT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한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해에만 국산 집배용PDA, 우편물봉함기 등 우편장비와 우정시스템으로 모두 2457억원의 수출을 기록하는 등 대형기업에 견줄만한 수준이다.
이같은 우정사업본부의 영역개척은 무엇보다 정 본부장의 '왕성한 활동력'이 밑바탕이란 평가다.
취임 후 '모바일(Mobile) 본부장'이란 별명이 생길 정도다. 취임 후 5개월동안은 매주 한차례 이상 지역 체신청이나 우체국을 찾았다. 그렇다고 지역 체신청장 같은 책임자만을 만나는 게 아니라 집배원이나 보험관제사, 우편취급소장 등 '현장맨'들을 주로 만난다. 소리없이 회식비를 슬쩍 넘겨주는 것도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정 본부장은 "누가 고객을 더 많이 만나겠나. 민간기업처럼 성과급을 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직원들이 잘 해 주어야 나도 좋은 거다. 이것도 전략이다"라며 웃어보인다.
이같은 전략이 통했는지, 취임 후 성적이 돋보인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주관한 2007년도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우편서비스가 공공행정부문 9년 연속 1위, 우체국 택배가 택배산업분야 5년 연속 1위를 차지하는 등 상복이 터졌다.
너무 바쁘게 일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정 본부장은 "이맘때쯤 어릴 적 친구들에게 손으로 편지 한 통 써야 되는데"라고 에둘러 말을 맺는다.
● 정경원 본부장은…
1957년 대정읍에서 태어나 제주제일고와 한양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1979년 행정고시 23회를 통과해 체신부 제주우체국 지도과장으로 첫 공직생활을 한 뒤 주로 현장을 누볐다. 1995년엔 정보통신부장관 비서관을 거친 뒤 정통부 정보정책과장과 정보화지원과장, 우정국 영업과장, 우정사업본부 우편사업단장을 거쳐 지난 4월 4만5000여명을 거느린 우정사업본부장으로 취임했다. 2003년 정통부 직장협의회가 선정한 '같이 일하고 싶은 베스트 간부'에 뽑힐 만큼 직위를 떠나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변경혜 기자 che610@jem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