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10명 가까운 사람들이 부산하게 움직이는 게 조금도 어색하지 않다.
110명이 적어도 3일은 지탱할 수 있을 만큼의 밑반찬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식재료를 준비하고 능숙하게 조리하는 모습은 대형 뷔페식당 조리사를 능가할 정도다.
온누리봉사회가 처음 어려운 이웃을 위한 밑반찬을 준비한 것은 지난 2000년. 회원들이 주변의 어려운 가정을 추천, 다섯 가정에 밑반찬을 나른 것이 계기가 됐다.
햇수로 7년을 채우면서 반찬통 숫자만 110개가 됐다. 한사람 당 5000원 정도로 일주일이면 55만원 상당의 밑반찬을 만든다.
메뉴는 늘 밑반찬을 만드는 화요일과 목요일 시장에서 결정한다. 미리 정할 수 도 있지만 그때 그때 시세에 맞춰 제철 재료를 구하기 위함이다.
김치는 메뉴에 없다. 혼자 사는 노인이나 청소년 가정, 편부·모가정, 조손가정의 특성을 감안해 생선이나 육류 한 종류와 채소류 한 종류가 꼭 포함된다. 행복 나눔터 어디서도 조미료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정성이 가득하다.
만들어야 할 밑반찬 양이 늘어가면서 손도 늘어갔다. “식재료를 나르거나 만들어진 음식 냄비를 옮기는데 이만한 힘은 필요하다??며 앞치마?머리수건 차림에도 어색하지 않은 중년 남성을 찾는 일도 어렵지 않다.
“지난번에 좀 늦었더니 맘이 바빠 반찬 배달이 어렵더라??며 20대 중반의 청년들이 행복나눔터를 기웃댄다. 배달을 전담하는 자원봉사자들이란 설명이 뒤따른다.
조리를 전담하는 자원봉사자만 20명, 밑반찬을 배달하며 대상 가정들을 살피는 방문 봉사자가 30명이다.
이내 “밑반찬을 제공받던 청소년가정이 이사를 가며 연락이 끊겼다??는 얘기며 어머니가 계시지만 천신?우울증 등으로 병원치료를 받는 바람에 중학생 동생을 보살피기 위해 학업까지 포기한 일찍 철이 들어버린 형 이야기가 행복나눔터를 채운다.
한해 밑반찬을 만드는데 드는 비용만 2000만원 상당. 이중 일부는 제주도사회복지협의회를 통해 지원 받지만 반 이상은 회원들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한달 20만원 안팎의 후원금이 그렇게 고마울 수 없다.
이들이 반찬을 배달하는 가정은 제주시 조천읍에서 도두동까지. 배달에 소요되는 기름값이며 밑반찬을 만드는데 투자하는 시간 모두 개인 부담이다.
이기영 회장은 “밑반찬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지금은 110가구에 전달하는 것이 한계??라며 ??보다 많은 관심이 모아진다면 따뜻한 마음을 나눠 받아 삶을 꾸리는 사람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한달 11번은 꼭 시간을 내야 하지만 누구하나 불평하지 않는다??며 ??자기가 빠진 만큼 밑반찬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마음에 다들 적극적이다??고 회원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온누리봉사회는 함께 뜻을 모아 희망을 나눌 사람들을 찾는다. 방문봉사는 본인 소유 자동차 등 운송수단이 있어야 한다. 보다 많은 어려운 이웃에게 밑반찬을 제공하기 위해 채소나 육류, 과일 등 식재료 등의 후원 창구도 열려있다. 문의 전화는 726-5786, 011-699-3515. 후원계좌는 16-01-020093(제주은행)이다.
고 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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