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상’ 열어주는 희망의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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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일 한국갱생보호공단제주지부 수눌음회장(사진 왼쪽)이 회원들과 출소자들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김대생 기자 | ||
세상을 살아가면서 스스로에게 힘을 주는 말이지만 이런 말이 쉽게 통용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강산이 세 번 바뀔 동안’그런 사람들을 만나왔다는 김정일 수눌음 후원회장(65)은 “어려운 사람을 위해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눠주는 것이 봉사지만 그 대상을 선택하는데도 사회적 차별이 있다”고 말했다.
수눌음 후원회는 한국갱생보호공단 제주지부 내 갱생보호위원들로 구성된 자원봉사 모임 중 하나다. 공단에 일시적으로 머무는 출소자들을 위해 이불빨래며 반찬 등을 만들어주는 여성위원회가 있고 출소를 앞둔 사람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따뜻한 말을 전하는 사전면담위원회가 있다. 수눌음 위원회는 그들이 적극적으로 사회에 적응하고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직·간접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수눌음 위원회가 만들어진 것은 지난 2005년 7월, 이제 겨우 두해가 지났다.
김 회장은 “출소자들을 돕는 일을 서로 꺼리고 아직까지도 생소하게 생각한다”며 “그들 역시 마음이나 지금까지의 삶에 ‘장애’가 있는 이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또 “많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자원봉사를 한다고 나서고 있지만 출소자들은 ‘기피 대상’”이라며 “진정한 의미의 ‘평화의 섬’ 제주를 만들려면 지난날 과오를 반성하고 사회에 돌아오려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고 함께 평화로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이 처음 갱생보호 활동에 참여한 것은 지난 1985년 당시 제주지부장의 권유에 별 뜻없이 손을 내밀었었다. 하지만 30년 넘게 그들을 만나며 안타까움이 커졌다.
“대부분 철없는 10대 청소년 시절 첫 범죄를 저지르고 평생 흘릴 눈물을 다 흘린 사람들”이라고 운을 뗀 김 회장은 “그들이 다시 사회에 나왔을 때 가족조차도 제대로 보듬어 주지 않아 다시 범죄자로 내몰리는 사례가 많다”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김 회장은 “잘못을 저지르는 것은 미리 정해져 있지 않아 누구라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적어도 한 두번 사회에서 이웃이 될 기회를 주는 것도 봉사라면 봉사”라고 말했다.
그런 그가 취재를 마치고 돌아서던 기자에게 툭 말을 던졌다. “지금까지 그들에게 뭘 어떻게 해줬는지 다 잊어버렸다”. 이유를 물었다. “되돌려 받으려고 줄 것이 아닌데 뭘 기억하느냐”며 “준 것은 잊어버려야 한다”고 했다.
김 회장의 주도로 수눌음 후원회가 만들어졌고 회원들이 직접 모은 돈과 일부 찬조금으로 출소자들의 사회 적응을 돕고 있다. 매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은 늘고 있지만 회원들의 정성만으로는 아직 많이 모자라다.
김 회장은 “누군가가 나를 위해 이만큼 관심을 나눠줬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겐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수눌음 후원회는 그런 관심에 창구를 열어두고 있다. 문의 전화는 755-1203, 후원계좌는 농협 961-01-094140(한국갱생보호공단 제주지부)이다.
고 미 기자 popmee@jemin.com
고 미 기자
popmee@jem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