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으론 감귤산업 대체 전망...국가 금융산업 경쟁력도 제고
강철준 교수의 꿈은 제주역외금융센터의 설립이다. 제주를 먹여 살릴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프로젝트라는 믿음 때문이다. 한미FTA 등 농산물 시장개방으로 인한 1차산업의 쇠퇴와 동남아 저가관광의 틈바구니에서 보는 관광의 한계로 드러내고 있는 제주관광 산업의 현실 속에서 ‘대안’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기도 하다. 30년간 금융이란 한 우물을 파고 10년째 제주역외금융을 화두로 잡고 있는 강 교수를 만나 국제 역외금융의 실태와 제주의 가능성 등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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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금융연구원 강철준 교수 | |
“고소득 10위권에 역외센터 6개국”
△역외금융이란 무엇인가.
-역외금융은 비거주자로부터 자금을 조달, 비거주자를 상대로 대출 또는 투자하는 금융활동을 말한다. 따라서 역외금융센터를 쉽게 얘기하면 지역내 기업이나 주민들 보다는 지역 밖의 투자자나 기업, 금융기관을 위한 금융서비스 제공에 특화된 금융센터를 말한다. 세계적으로 프랑스 서부 해안의 저지섬, 영국령의 케이먼 아일랜드, 카리브 연안의 바하마섬 등이 유명하고 최근에 와선 아일랜드 더블린, 말레이시아 라부안 등이 성공했다.
△역외금융센터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
-범죄조직의 돈세탁과 탈세기지로 보기도 한다. 금융거래 비밀보장 정책을 악용한 탈세 및 자금세탁 가능성 때문이다. 그러나 역외센터의 비밀보장 장치는 선진국 은행들이 영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고안한 것이지 불법거래 고객의 편의를 위한 게 아니다.
국제적으로도 용납되지 않는다. 바하마 등은 마약자금 세탁에 연루되면서 쇠락의 길로 들어섰다. 또한 성공적인 곳들은 자금세탁과 탈세 방지를 위한 국제적 캠페인 덕분에 불법자금 도피처가 아니라 잘 정비되고 감독체제를 갖춘 역외금융센터로 발전하고 있다.
△역외금융센터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는데.
-인구 5만의 케이먼 아일랜드가 세계 금융시장 점유율에서 미국, 영국, 프랑스에 이어 4위, 더블린의 아일랜드도 7위를 차지하는등 역외금융센터가 힘을 보여주고 있다. 역외금융센터는 국제적 감독 강화로 위축이 예상되기도 했으나 1997~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다시 신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제펀드의 90% 이상이 역외센터에 설립되고 있으며 2007년 우리나라 증권시장 외국인투자에서 역외센터 비중이 23%에 달했다. 특히 2006년 역외금융센터를 갖고 있는 6개 나라가 세계 10위 이내 고소득 국가에 포진했다는 사실은 제주에 많은 것을 시사한다.
“큰 성공 더블린 처음엔 작게 시작”
△역외금융센터가 번성하고 있는 이유는.
-국제화, 금융자유화, 인터넷의 발달 등을 들 수 있다. 지구촌이 되면서 해외 기업 활동이 증가, 역외금융센터로 근거지와 이익을 옮기는 것이 용이해졌다. 또 금융자유화에 따른 자본 및 외환 통제의 감소와 발달한 인터넷은 세계 어디서나 자금의 저렴하고 신속한 이동을 가능하게 해줬다.
여기에 금융자산 100만 달러 이상 720만명 등 세계적으로 백만장자가 급증한 것도 역외금융센터 성업의 요인이다. 이들은 자국 정부를 믿지 못해 자금을 해외로 예치하고 있다.
△더블린이 성공적인 케이스라는데.
- 아일랜드 더블린이 국제금융센터를 추진한 게 1980년대 후반이다. 먼 옛날이 아니다. 그리고 시작도 거창하지 않았다. 더블린은 항구 한쪽 폐조선소 자리를 재개발하면서 지은 건물의 분양촉진 대책으로 ‘국제금융회사 유치하면 잘 될 것’이라는 부동산컨설팅업체의 제안에 따른 게 대박으로 이어졌다.
당시 더블린은 외국금융기관은 오라고 해도 안 올 것으로 보고 자국 은행 국제부부터 우선 입주시켜 국제금융센터를 출범시켰다. 그런데 지금은 은행.보험사.신탁회사 각 100개와 역외기업 등 500개에 가까운 업체들이 들어차 성공시대를 노래하고 있다.
△더블린의 성공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재개발사업은 단지방식으로 호텔. 사무실. 우체국. 은행 등의 시설을 갖춘 뒤 다른 데가 25% 수준인 법인세를 10%로 깎아주고 역외소득 면세, 이것 딱 2개 했는데 성공했다. 덕분에 아일랜드가 확 변했다. 물론 전부 역외금융의 영향이라곤 할 수 없겠지만 1990년까지만 해도 감자 먹고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전 세계로 뿔뿔이 흩어지던 나라에서 이제는 세계 각국 대학생 불러들여 일자리를 제공하고 국민소득도 5만 달러를 웃도는 나라가 됐다.
“설립 5년후 생산유발효과 4935억”
△제주도에 역외금융센터를 추진하는 배경은.
-제주도의 미래 ‘먹거리’ 확보 차원이다. 제주관광산업의 국제경쟁력을 제고도 목적이다. 특히 제주의 경우 여건이 전국 어느 곳보다 좋다. 제주도는 특별자치도로서 역외센터에 필요한 신축적 입법 서비스가 가능하고 육지와 격리된 섬으로서 제한된 입법효과 등 통제가 가능하고 1~2시간 비행 거리에 서울, 동경, 북경, 상하이 등의 금융시장을 갖고 있다는 지정학적 장점도 있다.
△구체적인 제주역외센터의 경제적 효과는.
-우선 제주지역에선 5년 후 라부안 수준의 영업규모를 가정할 경우 생산유발효과 4935억원, 고용유발효과 6884명, 소득유발효과 943억원이 예상된다. 장기적으론 현재의 감귤산업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고임금 전문 인력들의 왕래가 잦아지면서 제주관광의 고급화도 기대된다. 특히 설립 5년차에 등록세 등 140억원의 직접적인 세수와 간접세수로 제주도의 재정자립도를 5% 가량 개선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적으론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나.
-서울을 일반자산운용 중심으로 육성하고 제주도를 ‘서울을 보완하는’ 역외금융업에 특화시켜 동북아 금융허브전략의 양대 축으로 운영한다면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국제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다. 또한 국내 역외센터는 중국의 금융자본 팽창에 대비, 중국과 일본에 앞선 동북아지역의 역외금융시장 선점 효과가 있다. 투자자의 신축적 입법요구를 역외금융센터를 통해 수용함으로써 해외자본 유치에도 기여할 것이다.
“도민들이 역량모아 설립 추진 나서야”
△제주역외금융센터의 경쟁력 확보 방안은.
-첫째 동아시아 지역 금융시장에서 가장 낮은 규제수준을 유지한다. 둘째 세제 유인 대책이 필요하다. 회사에겐 이자소득세 면세나 법인세 경감을, 금융센터 직원들에겐 소득세 경감 등을 제안하며 제주를 선택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고액 재산가 대상 개인뱅킹 업무 비중이 높아지면서 쾌적한 자연환경과 주거환경을 갖춘 역외금융센터가 각광을 받고 있는 만큼 그러한 조건도 충족시켜야 한다. 독자적인 금융감독기구를 설립, 자금흐름의 투명성 확보와 불법자금 세탁 차단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대외적 신뢰도를 확보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도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러한 역외금융센터 추진계획은 2001년 국제자유도시특별법 내용에 포함됐었다. 그런데 마지막에 빠지고 말았다. 도내 한 NGO가 “탈세기지가 될 국제금융센터를 제발 재경부에서 막아달라”고 보낸 팩스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도민이 반대하지 하느냐”는 지적에 우리 찬성측은 힘을 잃고 말았다. 천추의 한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도민 의식도 많이 바뀐 것 같다. 그렇다면 이제는 도민들이 의지와 역량을 모아 제주역외금융센터 추진에 나서야할 때다. 역외금융센터는 청정 산업일 뿐만 아니라 제주지역 정서와 충돌이 가장 적으면서도 제주를 먹여 살릴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서울=김철웅 기자
| 강철준 교수는 누구? 제주역외금융 분야엔 최고의 ‘내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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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준 한국금융연수원 교수(54)는 금융 분야의 전문가다. 만만치 않은 그의 경력과 많은 연구 실적들이 이를 증명한다. 강 교수는 제주제일고(16회) 졸업 후 연세대 경제학과에 이어 1986년 미국 텍사스테크대학 경제학 박사 학위까지 공부한 게 금융이다. 이후 한국은행과 증권업계에 근무하다 1992년부터 한국금융연수원 교수로 재직 중이니 해온 것 또한 그렇다. 대학시절을 포함하면 30년 넘게 금융이라는 한 우물만 판 셈이다. 강 교수는 그 동안 국무총리실 행정쇄신위원회 금융분과 전문위원(1995~1998년), 재경원 선물기획단 자문위원(1996~1997년), 국무총리실 규제개혁위원회 심의위원(1998~2001년), 부패방지위원회 전문위원(2002~2003년), 기획예산처 기금평가위원(2003~2006년) 등으로 활동하며 국가 금융정책 발전에 기여했고 1998년엔 이러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누가 뭐래도 강 교수의 강점은 국제금융이다. 어쩌면 제주역외금융에 대해선 대한민국 최고의 내공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수구초심이라고 고향을 항상 가슴에 두고 살던 그가 2000년 제주도 국제자유도시추진실무위원회 위원이 되면서 ‘제주 역외금융센터 설립’을 화두로 잡고 지금까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아니 기회를 만들어가며 관련 논문을 지속적으로 발표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규제자유지역의 금융부문모형- 제주금융자유지역(2000년)’, ‘제주국제금융센터 추진방안 연구(2006년)’, ‘제주국제금융센터 최적모형 설계방향(2007)’, ‘역외금융센터의 금융시장 발전효과(2008년)’ 등 대표적 연구물들이 그의 열정과 노력을 대변해주고 있다. 이와함께 강 교수는 ‘21세기 제주국제자유도시의 경제적 의의와 추진방향(1999)’ ‘제주도내 지방자치단체 재정확충 과제와 실천방안(2000)’ ‘제주산업의 경쟁력 분석(2002)’ 참여정부의 경제정책과 제주경제의 대응전략(2004)’ 등의 논문도 발표하며 21세기 제주도의 경쟁력 확보 방안 찾기에 열심이다. 그는 ‘선물거래 실무(1992)’, ‘국제금융(1993)’, ‘파생금융상품(1996)’, ‘금융선물 옵션거래(1997)’, ‘자산운용(2002)’, ‘제주경제문제의 전략적 접근(2008)’ 등 책도 꾸준히 발간, 연구하는 학자의 길을 보여준다. 강 교수는 지난 1995년 ‘부산증권거래소 설립타당성 및 추진방향 연구’를 수행, 당시 대통령까지도 부정적이었던 증권거래소의 부산 유치가 성사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던 경험으로 제주역외금융센터의 해법을 찾기 위해 오늘도 연구실에서 밤을 밝히고 있다. 서울=김철웅 기자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