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한경면 저지리 제주현대미술관

   
 
  한경면 저지리에 자리한 제주현대미술관  
 
제주시 한경면 저지문화예술인마을 제주현대미술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송이가 깔린 입구를지나면 서귀포 삼나무로 만들어진 테크 진입로를 걷게 된다. 진입로를 따라 조성된 돌담과 오름 형상의 화단에 눈길을 주며 걷다보면 마치 예술작품과도 같은 건축물이 시야에 들어온다. 제주 자연석을 얇게 잘라 이를 겹겹이 쌓아올린 건축의 미학. 현대미술의 다양한 담론의 장, 바로 제주현대미술관이다. 

## 다양한 실험의 항해일지

   
 
  '건축가전-Cultivate(경작하기)  
 
옛날 닥나무가 많았다던 저지리. 제주현대미술관이 이곳에 둥지를 튼 것은 지난해 9월. 개관기념전시 '신화를 삼킨 섬-제주풍광展'을 시작으로 제주현대미술관의 미술실험은 시작됐다.

다양한 장르의 현대미술 감상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국제화시대가 요구하는 문화예술 인프라로서의 비전실천을 위한 항해가 시작된 것이다.    

같은 해 12월에 개막한 '빛과 생명의 화가 김옥지 Dorothy Deon 展'은 호응이 좋았다. 투명필름에 수십가지 염료를 사용해 화면을 구성해가는 기법. 뉴욕화단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2006년 뉴욕 화가 100인에 선정되기도 한 작가의 작품은 제주 미술애호가들에게도 이채로운 미술체험이었다.

이후 제주 출신의 젊은 작가들이 참여한 '30대 청년작가의 심미안(審美眼) - 풍경 제주展'), '작고작가 풍경전-선인선경', '건축가전-Cultivate(경작하기)', 일본 '고지마+아카츠마 작품전' 등으로 힘찬 전시를 이어졌다.

특히 지난 5월부터 오는 30일까지 열리고 있는 안윤모 전시회 '정글, 꿈, TV'는 제주현대미술관의 인지도를 한층 높여줬다는 평가다. 호랑이를 비롯한 12간지 동물들이 우스꽝스러운 행동연출로 관람객들의 눈길을 잡는 등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미술에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도 됐다.

## 깊이 있는 특별전시

   
 
  추상과 구상이 어우러진 김흥수 화백의 '사랑을 온 세상에'작품을 관람객들이 감상하고 있다.  
 
제주현대미술관의 자랑거리는 단연 김흥수·박광진 화백의 상설특별전시. 김흥수 화백의 기증작품이 내걸려 있는 특별전시실에 들어서면 하얀 턱수염에 커다란 선글라스를 낀 김 화백의 미소 띤 초상사진이 먼저 관람객을 맞는다.

추상과 구상이 어우러진 '하모니즘'의 창시자 김 화백. 자유롭게 발전해 나가는 국력과 독립된 우리나라를 상징적으로 묘사한 '아! 아침의 나라 우리나라', '사랑을 온 세상에' 등의 대작을 비롯,  '여인좌상' '백일' '지희의 나상' '여름 해녀' 등 걸작이 시선을 잡아끈다.

화단의 문화외교관으로 불리는 서양화가 박광진 화백의 기증작품들은 미술관 분관에서 만날 수 있다.

지난 1964년부터 제주의 자연풍경을 소재로 그린 작품인 '자연의 소리' 80여점과 그 이전에 설악산, 월출산 등을 찾아다니며 그린 작품들이 선보인다.

소장품도 독보적이다. 흥선대원군의 '석난도', 한묵의 '달나라에 발자국을', 서세옥의 '사람들' 등 다수의 한국·서양화를 비롯, 서예가 동강 조수호, 한글궁체의 대가 조종숙, 혜정 박태준, 문인화의 거목 민이식, 조각가 박석원, 자수공예가 한상수의 작품 등 미술의 전 분야에 걸쳐 소중한 작품기증이 이어졌다. 
 
## 자연 + 예술 = 생활의 재충전

   
 
  미술관 내부  
 
제주현대미술관 건물 외부는 그 자체가 생태자연과 예술이 결합한 문화공간이다. 윤노리나무, 녹나무, 종가시, 단풍 등 300여종의 수목, 프랑스 작가 엉뜨완느 뽕세(Antoine Poncet)의 작품을 비롯, 지난 2006년 국제조각심포지엄에서 선보였던 국내·외 작품 일부가 지금도 야외 전시되고 있다.

어린이 야외조각공원에 설치된 서정국·김미인의 '신종생물'작품 시리즈. 몸체는 그대로 있지만 머리는 빨간 장미 형상이 대신하는 치타작품인 '로치타', 까만 말과 하얀 말이 붙어버린 작품 '블랙엔화이트'등 신기함, 그 자체다.

한용운의 '예술가', 조수호의 '서예인의 노래', 양중해의 '연', 성기조의 '제주유채꽃' 등 시가 새겨진 시비(詩碑), 어떤 대화를 건네는 듯한 45개의 사람을 닮은 인상석(人相石) 등도 이곳의 자랑거리다.

## 미술관은 '진화중'

현대미술의 다양한 실험공간, 제주현대미술관.

1만8000의 신(神)들이 춤추는 신화와 역사의 섬, '민속문화의 보고' 제주에서 현대미술의 다양성을 체감하는 공간이 있다는 것은 문화예술향유의 스펙트럼을 넓혀준다는 데서 의미 있다. 

제주현대미술관은 다양한 장르의 현대미술 감상기회를 제공한다는 1차적 역할 외에도 문화예술 체험 및 교육, 휴식공간으로의 진화를 꾀하고 있다. 변화는 계속될 것으로 기대된다.

문화예술을 호흡하면 생활에 활기가 넘친다. 제주현대미술관에 가면, 문화와 예술이 대화를 건넨다.

[기고]  제주 서부 문화벨트의 중심지 제주현대미술관 <김해곤 섬아트연구소장>

   
 
  김해곤 섬아트연구소장  
 
제주현대미술관을 가는 길은 설레임으로 가득찬다. 마치 서울의 인사동 길을 들어 설 때처럼 그렇다. 그 곳에 가면 문화  충전과 함께 정신적 여유가 생겨서 그런 것 같다.

한 지인이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누가 우리나라를 지키는 것 같습니까?

많은 사람들은 군인과 경찰이 나라를 지키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정작 이 나라를 지키는 사람들은 문화에 종사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렇다. 우리는 줄 곧 유형적 사물에만 관심을 갖고 살아간다. 보이지 않는 역사와 문화가 영원한 유산이고, 중요한 자산인 것을 망각하곤 한다.

문화가 곧 국가와 도시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그 자체가 산업이며 브랜드이자 돈이 되는 것이다.

   
 
   
 
한 예로 서울시의 오세훈 시장은 "도시의 경쟁력과 국가 경쟁력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디자인과 문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문화예술과 관련해 수많은 아이디어와 프로젝트들을 쏟아 내고 있다. 

문화예술사업은 백년대계[百年大計]를 보며 설계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제주현대미술관은 지난 2007년 9월에 다사다난한 역경을 딛고 개관됐다. 그곳에 들어서면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저지리예술인마을과 야외 조각공원, 야외 공연장, 그리고 그 중심에 미술관이 있다.

예술인마을에는 김흥수, 박서보, 박석원, 박광진 등 쟁쟁한 거장들이 입주해 있고, 그 곳에 설치된 조각품들도 뽕세(프랑스), 스타치올리(이탈리아) 등 국내·외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이 선보이고 있다.

제주현대미술관은 말 그대로 현대미술(The contemporary Art)을 소개하는 곳이다. 국제화시대에 걸 맞는 문화교류와 감상자에게 휴식, 체험, 교육 등을 제공하고, 또 지역문화예술 진흥기반을 마련하며, 문화 예술의 관광자원화 추구를 지향하고 있다.

현대미술이라는 어려운 미술을 소개하고 많은 사람들이 미술관을 찾게 하기 위해서는 큐레이터 보강과 수준 높은 기획력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제주현대미술관이 개관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많은 관광객과 도민들이 관광코스로 미술관을 찾고 있다.

제주현대미술관 주변에는 한림공원, 협재해수욕장, 승마장, 설록차전시관, 분재예술원(생각하는 정원), 방림원, 평화박물관, 골프장 등이 있어서 제주관광의 중심지라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많은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지자체와 제주현대미술관이 이와 같은 장점을 살려 견인역할을 해준다면 국내 최대의 복합문화예술단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좋은 인프라 속에서 제주를 대표할 수 있는 미술관으로 거듭나 서부문화벨트의 중심지가 되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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