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출신 리산씨의 ‘슬픈’ 코리안드림

뇌성마비 6살 아들 위해 한국행, 3년간 양계장서 일하면서도 ‘웃음’ 잃지 않아

합법적인 제주생활 원했지만 ‘법과 온정 사이’ 외국인근로자를 위한 기준 없어

“‘합법적’으로 제주에 있고 싶었어요. 어떻게든 살아지겠죠. 그래도 전 제주를 사랑합니다”

스리랑카에서 온 ‘행복한 남자’ 리산(33)은 지난 5일 씁쓸한 표정만 남긴 채 고향으로 돌아갔다.

스리랑카 현지에서 방송 리포트 등으로 활약했을 만큼 ‘능력’이 있었던 리산씨는 3년간 양계장에서 일을 했다. 적극적으로 일을 배우고 한국 생활에 적응하려 했던 그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다.

   
 
  지난해 제주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는 리산씨.  
 
도내 스리랑카 자조모임을 이끌었는가 하면 제주대에서 스리랑카에 대한 강의를 하기도 했다. 이주 외국인 대상 행사에서 사회를 보기도 하는 등 다재다능함으로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외국인고용허가제의 중간출국 규정으로 지난 4월 스리랑카에 다녀온 뒤 문제가 생겼다.

임금 문제로 ‘재고용’이 틀어지면서 그는 졸지에 ‘미등록 외국인’됐다. 고용주와 의견충돌을 빚는 과정에서 산재를 당한 사촌동생을 만나러 다른 지역에 나갔다 온 것도 화근이 됐다.

강제출국 당하기 전에야 쏟아낸 ‘사정’에 제주이주민센터 관계자들은 가슴을 칠 수밖에 없었다.

3년 전 스리랑카를 떠나는 아빠의 눈도 제대로 맞추지 못했던 그의 아들은 6살이 된 지금도 ‘아빠’란 말도, 혼자 서지도 못한다.

현지 병원에서 ‘뇌성마비’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고 리산씨는 하늘을 원망하기  보다는 ‘제대로 치료라도 받게 해주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그렇게 주변의 선망을 받던 방송국 일까지 포기하고 한국행을 택했다.

처음 겪은 겨울을 양말을 5컬례나 껴 신으며 견뎠고, 1시간이 넘는 거리를 오가며 한국어 교육도 받으면서도 그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하지만 고향에 다녀온 뒤 마음은 급해졌다. 아들을 병원에 데려가기 위해 무리해서 자동차를 사면서 빚은 오히려 늘었고, 하루라도 빨리 인근 인도에 있는 병원으로 아들을 옮기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다. 그 역시 심장에 이상이 생겨 한국행은 무리라는 진단을 받았지만 자신을 추스릴 여유는 처음부터 없었다.

하지만 그는 그 동안 누구에게도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지 않았다. 혹시나 사정을 얘기하면 아예 일조차 하지 못하게 될까 두려웠다고 했다.

뒤늦게 사정을 알게된 이주민센터 관계자들이 고용주를 만나고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찾아가는 등 백방으로 뛰었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이탈신고 후 한달’이라는 기준을 며칠 지난 탓도 있지만 ‘사정이 있을 경우 강제퇴거가 아닌 자진출국명령을 내리도록 하는’지침도 적용되지 않았다.

강제출국으로 그는 앞으로 5년간 한국에 올 수 없다. 5년이 지나도 입국절차가 까다로워져 다시는 그토록 사랑했던 ‘제주’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제주이주민센터 한용길 상담팀장은 “불법으로라도 일을 해서 돈을 벌라고 해도 합법적으로 일하겠다는 사람에게도 온정 대신 법이 먼저였다”며 “‘괜찮다’는 말에 오히려 미안해졌다”고 말했다.

한 팀장은 “리산씨를 통해 스리랑카 현지 사회복지단체 등과 연계한 사업까지 구상하고 있었다”며 “그의 바람대로 아이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지만 지금은 마땅히 방법이 없어 다들 속만 태우고 있다”고 말했다. 문의=712-1140,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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