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기초푸드뱅크 익명 독지가들

텃밭 채소 가져다주는 도남 독지가·공양 등 나누는 삼양 독지가 등 ‘작지만 큰 도움’
다일사나눔의집 배식 현장에서 봉사팀 역할 커…시작하면 끊기 힘든 기분 좋은 습관


추석이 목전이지만 다일사 나눔의 집 무료 배식 현장에는 20~30명이 넘는 사람들이 한참 전부터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나이가 지긋한 ‘어른’들 사이로 30대 중후반의 ‘젊은이’도 여럿 눈에 띈다.

식재료 등을 지원하는 구세군 기초푸드뱅크 관계자는 “찬바람이 불기 전까지 많게는 50~60명이 무료 급식을 이용한다”고 귀띔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물가나 경기 침체 역풍은 이곳 역시 비껴가지 않았다.

그래서 이름을 알리지 않는 독지가들의 도움이 더 가슴에 와 닿는다.

기초푸드뱅크에는 참 고마운 어머니 두 분이 있다. 누가 부탁한 것도 아닌데 직접 텃밭에서 키운 채소를 정갈히 손질해 전해주는 도남 독지가와 ‘자신에게는 넘치는 것’이라며 공양 등을 이유로 들어온 부식들을 퍼 주시는 삼양 독지가다.

익명을 요구한 탓에 몇번의 취재 요청은 번번이 묵살됐다. 50대의 도남 독지가는 쇼핑봉투 가득한 채소를 직접 푸드뱅크까지 가져다주신다고 했다. 얼마 전에는 급한 일도 타 지역에 갈 일이 있다며 직접 밭에서 채소를 가져가라는 전화도 걸려왔다.

기초푸드뱅크 관계자는 “슬그머니 사무실 입구에 두고 가시는 경우도 많다”며 “‘많지 않다’고 오히려 미안해 하시지만 그 마음이 더 고맙다”고 말했다.

이 독지가는 근처 매장을 이용하며 쌓아둔 마일리지까지 “어르신들의 간식을 사는데 써달라”며 아낌없이 내줬다.

삼양 독지가 역시 이름을 밝히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삼양 독지가는 기초푸드뱅크 외에도 함덕 애덕의 집 등 주변 시설 등에 후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역시 익명이다.

기초푸드뱅크 관계자는 “힘들다고는 하지만 아직 고마운 사람들이 더 많다”고 몇 번이고 강조했다.

며칠 전에는 ‘제주에 정착한지 얼마 안됐다’는 한 독지가가 고향에서 보내준 쌀을 아낌없이 나눠줬다.

매일 아침 8~9군데 빵집에서 잉여제품을 모아 준다. ‘조금뿐’이라고 부끄러워하기는 하지만 한번 맺은 나눔 인연은 끈질기게 이어진다.

대학 동문들이 모여 직접 음식을 만들어 한 달에 한번 봉사를 하기도 하고 배식 때마다 손을 빌려주는 봉사팀도 많다.

나눔에 있어 눈에 번쩍 뜨이는 많은 양의 물품이나 큰 돈이 전부가 아니라를 것을 이들은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나눔이라는 것은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가 중요하다는 것을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기초푸드뱅크 관계자는 “차량 운행을 돕겠다고 찾아온 한 20대는 전공을 살려 공부방
아이들을 위한 조리 시연과 간식을 약속하기도 했다”며 “할 수 있는 일을 나누는 것이 진정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작은 사랑 큰 실천’을 내걸고 따뜻한 이웃 이야기를 만들고 있는 제주시 기초푸드뱅크는 늘 창구를 열고 관심을 기다리고 있다. 문의 전화 751-1377, 751-1793. 후원계좌 우체국 510271-01-001847, 농협 961-01-087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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