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발로 딛는 잠녀들의 삶 제주시 구좌읍 우도어촌계 (하)

   
 
  ▲ 우도 잠녀들이 돈짓당 앞에서 지미봉을 배경으로 작업하고 있다.  
 
# 약속으로 지켜온 바다밭
'우도지'에는 우도 잠녀에 대한 내용이 비교적 구체적으로 정리돼 있다. 그만큼 지역 사회 내 잠녀의 위치가 굳건하다는 반증이다.
 
우도 해안 전역을 어장으로 쓴다고 해서 기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각 리마다 어촌계가 있고 그 어촌계에 속한 각 동에는 자연부락별로 바다어장이 구분돼 있다. 어촌계가 수매하는 일을 도와주는 '상고'를 지정한 뒤 해산물을 공동으로 모아 판매하고 또 잠녀 관리 일을 맡겼다. 누가 강제한 것은 아니지만 반드시 지키는 바다에 관한 규약도 있다.

공동으로 작업하는 바다는 약속을 정해 지키고 있다. 우도에는 특히 '독특한'바다가 많다.
전흘동 물코에서 새비코지까지, 삼양동 물썬원에서 꿀정여까지는 이른바 '기성회 바다'다. 해당 동에서 공동으로 우뭇가사리와 톳을 채취하고 부정기적으로 전복이나 소라 등 물건을 건진다. 여기서 채취한 물건을 팔아 만든 돈은 공동기금으로 사용한다.

비양동 조른바위 일대는 '청년바다'다. 잠녀들이 주로 작업하는 바다밭에 청년이란 말이 생소하다. 하지만 이곳에서 난 톳은 동네 청년들로 하여금 채취하도록 하고 청년회 자금으로 사용하도록 마을 차원에서 배려했다는 말을 들으면 이내 고개가 끄덕거려진다.
 
# 변화하는 바다에 희망 키우고
이밖에도 두 개 마을이 공동으로 작업하는 공동바다도 있다. 주로 바다가 없는 주흥동과 함께 작업하는 바다다.

해산물 중에서 톳이나 우뭇가사리와 같은 해초, 소라 등을 따는 공동바다는 별도의 세부 규약이 있다.

동천진동의 어장은 우도봉 '톨칸이'의 '등머흘'양식장을 항구 주위의 '판여', 그리고 서천진동에서 산호사까지 포함하고, 하우목동의 양식장은 '우묵개'로 주위에는 갈래곰보, 닭고달, 계관초, 고장초, 도박 등이 생산된다. 하고수동은  비양동 두 지역의 경계인 '수내밋듸'와 '개와당'을 양식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전흘동 새비코지에서 삼양동 경계인 물썬원까지 해역에서 나는 톳은 전흘동 잠녀들이 작업하지만 헛물에는 주흥동 3·4반 잠녀들도 바다를 이용할 수 있다.

삼양동 꿀정여에서 상하고수동 경계인 늙은이물코지까지 해역도 톳은 삼양동 잠녀들이 채취하지만 헛물 작업은 주흥동 1·2반 잠녀들과 같이 한다.

이밖에도 풍조를 많이 얻을 수 있는 '감태구미'(전흘동)나 번난지개(비양동) 등의 지명도 재미있다.
3년 전만 해도 이곳 우도 역시 백화현상으로 크게 고생했다. 올해는 갯파래조차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바다가 좋아졌다. 그 이유는 그러나 아무도 모른다. 그저 조류 변화 때문 아닐까 추측할 뿐이다.
검멀레 양식장에 온평리에서 공수해온 소라치패 1500㎏을 뿌렸는데 제법 괜찮다는 자평이다.

키우는 양식업에서 경쟁력을 확인하면서 행정 지원을 받아 2년에 한번씩 뿌리고 5년 넘게 기다렸다 수확하는 전복종패보다는 1~2년이면 물건이 되는 작은 소라치패 방류나 오분작·해삼 종패 사업이 더 효과적일 거라는 말도 나온다.

그런 기대와 달리 점점 노령화되고 수가 줄어드는 잠녀에 대한 걱정이 태산이다.
한 어촌계장은 "앞으로 10년 후면 물건이 있어도 물에 들 사람이 없어 작업을 못할 판"이라고 말했다. 인원수가 어느 정도는 돼야 험한 물질 작업에 서로 의지할 수도 있도 적정한 자원관리도 가능하다.

잠녀는 '10년'을 한계로 하고 있지만 바다는 아직 20~30년까지 창창하다. 최근까지도 20년생 잠녀 2분이 바다에서 작업을 했다고 했다. 이래저래 걱정이 된다.

'봉사하고 있다'는 푸념이 뒤따르기는 했지만 어촌계장 누구 하나 바다에 대한 희망의 끈을 버리지 않고 있었다. 문제는 '잠녀'다.

이전 어촌계장을 역임하는 등 마을 일에 밝은 오영돈옹(80)은 취재팀에게 '본향당의 유래'라고 지난 1989년 직접 정리한 자료 하나를 건넸다. "누군가는 기억하고 정리해야 지킬 수 있다"는 오 옹의 말이 귓가를 떠나지 않는다.

'발로 딛는 잠녀들의 삶' 다음 이야기는 제주시 구좌읍 평대 어촌계이며, 관련 내용은 해녀박물관 홈페이지(www.haenyeo.go.kr)를 통해서도 볼 수 있습니다.

▲ 특별취재반= 김대생 교육문화체육부장·고 미 사회경제부 차장, 해녀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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