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위원·교육공무원 신분 손모씨 ‘동굴’놓고 업체로부터 금품 수수·환경 훼손 나몰라라
용역비 부풀리기·차명계좌·소액으로 쪼개 입금하기 등 치밀한 수법…아파트 등 재산 늘려
문화재위원이라는 지위를 이용, 대규모 개발사업을 추진하던 업체들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지난 20일 구속된 지질전문가이자 교육공무원인 손모씨(61)는 자신의 전문 분야이자 제주의 자연자원인 ‘동굴’을 돈과 바꿨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들 과정에서 용역비를 부풀리고 그 차액을 차명계좌로 넘겨받았는가 하면 이를 다시 나눠 입금하는 등 교묘한 수법을 이용했으며 자신의 재산을 불린 것으로 밝혀졌다.
동굴과 관련해서 제주에서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손씨는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자기계발이나 연구에 활용하는 대신 사업자들을 자극하는데 사용했다.
이번 검찰 조사에서 개발 사업지 내에서 천연동굴이 발견되면 그와 관련한 발굴조사와 보존 조치를 위해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거나 개발사업시행 승인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점을 이용, 업계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금품을 받은 정황이 드러났다.
손씨가 2006년 3월부터 지난해말 까지 제주 동부 지역에서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던 도내 3개 업체로부터 받은 금액은 1억7900만원. 하지만 검찰이 압수한 차명 계좌에는 2007년 4월부터 올 5월까지 1년여 동안 1억8545만원이 입금된 것으로 드러나는 등 개발사업자들로부터 청탁 대가로 받은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33년간 동굴 관련 연구를 해온 손씨였지만 ‘사업부지 내에 동굴이 발견되거나 동굴이 있을 수 있다는 취지의 결과가 나오면 이를 지적하지 말고 잘 해결해 달라’는 청탁과 그에 따른 ‘대가’에 너무 쉽게 무너졌고, 그만큼 더 치밀했다.
손 씨는 개발사업체가 용역업체에 주는 용역비를 부풀려 계약서를 작성하게 한 뒤 차액을 현금을 받았으며 그 과정에서 차명 통장을 만들어 직접 관리했다. 또 수수한 금품을 소액으로 쪼개 자신의 통장에 입금하며 정상적인 거래에 의한 것처럼 위장했다.
이들 과정에는 손씨의 전문 지식이 적극적으로 활용됐다. 손씨는 소규모 동굴(지하 암체 내에서 천연으로 만들어진 공동으로 적어도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정도의 규모, 사람출입이 어려우나 연장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것을 포함·문화재청 천연동굴관리지침)이 존재할 개연성이 높은 지점에 대해서는 ‘동굴’을 ‘동공(용함흐름에 의해 천연적으로 지하에 형성된 작은 구멍, 사람이 들어갈 수 없고 연장 가능성도 거의 없을 정도의 작은 공간·〃)으로 고치는 것으로 사업자를 도왔는가 하면 제주특별자지도지사의 개발사업시행 승인 업무를 방해했다.
승마장 조성 사업 등과 관련해서는 기존 1~2회 조사했던 자료를 근거로 자신의 밑에서 연구하던 제자들의 명의로 허위 용역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업체 입맛에 맞춘 용역보고서와 돈을 맞바꿨다.
특히 손 씨는 수수한 금품으로 다른 사람의 명의로 아파트(1억 5000만원 상당)와 골프회원권(3000만원 상당)을 구입하는 등 문화재위원이자 교육공무원의 명예 역시 실추시켰다.
검찰조사에서 대부분 혐의를 인정한 손씨는 그러나 당시 용역업체 대표와 여러 차례 접촉, 말을 맞추는 등 증거 인멸을 시도했던 것으로 확인했다.
한편 검찰은 손 씨와 이미 구속된 이 교수에게 금품을 건넨 용역업체와 골프장 관계자 등을 소환한 뒤 모두 사법처리 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의 시스템과 관련한 문제를 짚어보고 있는 만큼 언제·어디까지 수사를 하고 종결할 지 단언하기 어렵다”며 “객관적 물증이 충분한 만큼 금품을 준 업체에 대해서도 별도의 처리기준을 만들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