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선이 만난 사람]사찰음식 연구가 선재스님
"모든 음식은 약이다." "온 몸으로 먹는다" 별처럼 빛나는 삼천년전 붓다의 말씀. 이 말씀을 대중에 전파하는 것이 전생이라는 사람. 한국의 사찰음식을 세계적인 건강식으로 알리는 스님. 조분조분하고 깊이있는 명강의로 이름난 스님. 최근 제주산업정보대 평생교육원 가을사찰음식 특강차 제주를 찾은 선재스님을 만났다. 그의 강의를 듣고나면 우리 앞에 놓여진 삶의 식탁들이 혼란스럽고 모순된 것임이 느껴진다. 그러나 느리고 불편한 길이지만 그런 지상의 양식을 지어야한다는 당위성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리라. 더불어 우리가 얼마나 위험한 문명의 통로 위에 살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먹을거리도 조심하라. 멜라민 든 모든 과자도 조심하라. 공기도 조심하라는. 자, 이제 우리는 어떻게 먹어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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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재스님은 1956년 경기도 수원 출생. 1980년 경기도 화성 신흥사 청소년 수련원의 성일스님을 은사로 출가. 수원 봉령 승가대학 대교과를 졸업하고 여러 선방에서 정진했다. 사찰음식보존회 초대회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고문으로 있다. 1994년 중앙승가대학 사회복지학과를 졸업. 논문 '사회복지 증진을 위한 사찰음식 연구' 발표. 1995년 불교 TV '푸른 맛, 푸른 요리'를 통해 사찰음식을 소개. 현재 동국대 사찰음식과에서 강의, 비구니회관, 공무원 연수원, 법무 연수원, 산림연수원 등서 강의. 저서로 「선재스님의 사찰음식」(디자인하우스)을 냈다. | ||
# "온 몸으로 먹는다" 청정제주 무농약 농사를
"사찰음식?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고, 자연의 이치에 따라서, 흐름에 따라서 몸과 마음을 맑게 해주는 것이 사찰음식이죠." 그래설까 동안의 선재스님. 초초하다.
스님의 제주사랑은 깊다. 출가전 70년대부터 사람들이 아프면 '제주도 가서 살다와라' 할만큼. 그가 빠졌던 제주의 매력. 비닐하우스 없이도 한겨울 팔랑대는 초록 채소. 바람과 햇볕, 공기를 먹으며 자라는 유채나물. 그건 약이었다. 오래전부터 제주조릿대, 녹나무 얘기를 했다. 그 나무를 비벼서 먹어보라고. 삼다수 팔아먹지 말고 사철 약재와 농약 치지 말고 거기서 키운 약초를 육지에 팔아라고.
선재의 사찰음식 한두차례 강의 듣고 아예 집 내주겠다는 제주사람들과의 인연도 이어졌다. 이후 제주사람들을 만났다. 청정제주라고 믿었는데 암환자, 아토피환자가 왜 그렇게 많은지 놀랐다. "제가 제주 농촌을 다니면서보니 농약냄새가 너무 나는 거예요. 강의를 듣고나니 농약 때문에 그렇구나 한 거예요. 환자들이 '몰랏수다'해요." 병의 원인들이 '살아있는 음식을 먹지 않지않아서'라는 선재스님. "암환자는 농약친 것, 가공식 일체 먹지 말아야해요. 자연의 비바람을 견뎌서 이긴 기를 가진 기운을 먹어야해요."
또 아토피에 걸려있는 애들은 독소를 빼주는 음식을 먹어야한다. 우리가 섭생하는 것은 입으로만 먹는 것이 아니란 것. "그 아이들의 몸 속에 있는 중금속을 빼줘야 해요. 태아부터 어른까지 중금속에 오염이 되어 있어요. 저도 물론이구요. 밖에서 먹는 일들 많잖아요." 소아 당뇨에 대해서도 한마디. "많이 먹었다고 과식이 아니고, 낮에 기름전을 하나 먹으면 괜찮은데 그 기름에 지진것을 저녁에 먹게 되면 낮에 먹을때보다 몇 배의 의지를 써야해요. 텔레비전에 나오는 라면, 피자, 통닭 광고를 저녁에 보면서 시켜먹잖아요." 그는 요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더 중요한 건 부모의 인식이 바뀌어져야 한다는 것.
선재스님이 말하는 불교의 생명관. 우주라는 원 속에는 나를 중심으로 부처님이 있고, 사람도 있고, 동식물도 있고, 바람, 공기, 물, 흙이 있어서 나와 같은 생명체로 공존 공생한다. 부처님은 '온 몸으로 먹는다'고 했다. "모든 자연계가 하나이기 때문이죠. 눈으로 통해서 봤지만 몸속에 반응이 오는 거예요. 피부를 통해서 공기를 먹는거잖아요. 공기와 내가 하나인거죠."
# 제철음식, 하루 리듬에 맞춰 먹어라
그렇다면 현대인들이 암과 아토피에서 해방되려면? 선재스님, 이것만은 꼭 지켜야 된단다. 그 식습관 몇가지. "첫째, 제철음식 먹어라. 둘째 하루의 리듬에 맞춰서 먹어라. 해 지기 전까지 먹는 것, 만약 해가 진 다음엔 밤 열시 이전에 먹는 것, 잠자기 두시간 전까지 먹는것, 아침에는 맑게, 낮에는 푸짐하게, 저녁에는 간단하게!"
그는 우리가 제철 음식을 먹지 않음으로서 간접적인 살생을 하고 있다고 본다. "여름에는 오이가 나오는데 오이지를 소금에 절여서 먹잖아요. 그런데 오이지를 그냥 먹으면 독이예요. 오이지를 여름이 지나면 고춧가루에 묻혀 먹어야해요, 고춧가루는 열이니까. 오이를 요리할 때는 간장이나 된장이나 고추장에 넣어야해요. 그래야 오이가 가진 냉기와 독소를 제거시켜주고 그래요. 보리밥도 냉한 기여서 여름에만 약이 되는 거예요."
리듬에 맞춘다는 것도 모두 경전에 나온 말씀이다. "아침 미역국은 그냥 간장에만 맑게 끓이고, 낮에는 기름에 볶아서, 저녁에는 간장하고 기름에 묻혀놨다가 끓여요. 아침에 기름에 볶은 미역국을 먹으면 독이 됩니다. 아침에는 뇌가, 낮엔 위장이, 각 장기마다 활동하는 시간이 있어요." 그는 '3소6미'를 강조한다. 적게 먹고(小), 채소 위주로 먹고(蔬), 기쁘게 웃으며 먹자(笑). 6미인 여섯가지 맛을 낼때는 가령 소금은 짠맛을 가지고 있는 식품인 다시마, 미역같은 음식의 재료로 조화롭게 해줘야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봄에는 쓴맛을, 여름에는 신맛을, 가을엔 단맛, 겨울엔 세가지 맛을 한꺼번에 취하는 것이 좋다.
# 외할머니는 수랏간의 궁녀 어머니 솜씨 내림
장금이 같은 그의 손맛은 원력일까. 그의 외할머니는 수랏간의 궁녀였다. 개화기때 궁을 나와 혼인을 했던 그 외할머니의 큰딸인 그녀의 어머니. 수원 화성 양반가에 시집을 왔다. 한의를 했던 그의 아버지는 까다로웠다. 12절기에 맞춰 음식을 해내야 했다.
어릴 때부터 두텁떡, 가죽나물 흔치않은 음식들을 보고 들은 덕일까. 외할머니가 만든 음식을 재현하고 싶었다. 그런 딸도 출가 후 어머니의 동치미 맛을 내는데는 10년 걸렸단다.
"우리 어머니가 동치미를 맛있게 했는데 절에 오니까 어머니가 해준 맛이 안나요. 어머니 한테 가끔 전화해서 '톡 쏘지가 않아요' 하면 '물을 많이 넣어야죠. 간이 맞아야죠.'이래요. 이렇게 주워들은 말씀을 10년만에 꿰어 맞춘 거예요."
출가는 80년, 스물다섯에 했다. 출가 결심은 스물세살 세무공무원 시절. 수원 용주사에서 '부모은중경'강의를 듣고서였다. 부모님께 효도하는 길이 자신의 길이라는 생각이 가슴을 쳤다. 반대하는 부모 설득하는데 2년 걸렸다. 아버지가 용꿈을 꿨다고 해서 지은 '용자'가 세속의 이름. 3남5녀중 가장 사랑받던 셋째딸. 층층시하 장손에게 시집보내고 싶었던 아버지였다.
딸의 출가 후 절에서는 절대 공양을 하지 않았던 어머니였다. "귀하게 키운 내 딸이 부엌에서 일하는 것도 안타깝고, 밥상 들고 신도 앞에 나가는데 차마 그 밥이 안 넘어간다는 거예요. 입하나라도 덜어야한다고, 식구들 그냥 데리고 집에 간다는 거예요. 스님 딸에게 삼배하는데 동치미 어떻게 하냐면 마음이 아프시잖아요." 그 어머니, 출가 16년만에 세상 뜨셨다.
# 논문쓰며 불교경전에 의학이 있다는 것 알아
그는 아이들의 심성을 맑게한다거나 소아당뇨, 비행 청소년, 아토피 등에서 해방될 수 있게 하는 길은 결국 채식, 맑은 음식인 사찰음식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체험으로 그것을 입증했다. 신흥사 청소년 수련원에서 교육담당을 하면서. 문제 아이들의 식생활을 바꿔주었고 이후 심성이 바뀐 경험을 했다. 본격적인 사찰음식 탐구는 승가대학에서 논문을 쓰면서였다.
"도서관에 살다시피 하면서 불교경전에 약과 의학이 있다는걸 알고 너무나 놀랐어요." 불교의 음식문화는 굉장히 의학적이고 과학적이었다. "주방에 들어갈 때는 반드시 대야를 따로 놓고 손 씻고, 발 씻고, 따로 닦고, 흐르는 물이 있어야하고 바람이 통해야하죠. 요즘엔 가스 쓰기 때문에 바람이 안통해요."
허나 황혜성 선생도 놀라워한 그 논문을 쓰는 동안 그가 치른 수업료는 값비쌌다. "너무 늦게 공부하다보니 라면, 빵 먹고 그러면서 인식없이 하다가 엄청나게 간에 이상이 온 거지요." 많은 암환자들이 그에게 식단을 짜달라고 줄을 서기도 하지만 그 역시 오래된 지병을 지금도 안고 산다. "저도 결국 음식과 식습관을 바꾸고 마음이 바뀌니까 편해지더라구요."
그런데 궁금했다. 정말 불교에서 육식은 안되는 것인가? "부처님께서도 내가 몸이 아플 때는 육식을 해도 된다했어요. 수행자라도. 그대신 깨끗한 고기를 먹되, 절대로 많이 먹어선 안된다. 밥량 보다 많이 먹어선 안된다. 고기 하나면 두세배의 야채, 육식은 체내에서 우리 몸에서 배설이 되지 않기 때문에 섬유질을 섞어서 배설이 되도록 그 식단을 짜주셨어요."
제주음식은 거칠고 우리 몸에 좋은 건데 왜 제주도에서 환자가 많이 생기는지 안타깝다는 선재스님.
그의 꿈은 사찰음식 박물관, 체험관을 만들어서 많은 사람들이 와서 체험하고 가서 식생활이 바뀌어졌으면 하는 것. 그리고 책을 더 써서 마음을 바꾸게 해주는 것. "부처님이 말씀하신 모든 음식이 약이라는 이 생각을 모든 사람이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운동을 했으면 좋겠어요."
사찰음식의 정신을 배우지 않으면 세계가, 우리가 이 공해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선재스님. 느티나무 아래선 그가 저 느티나무도 약이라고 방싯 웃었다.
글·사진 허영선(시인/전 제민일보 편집부국장) ysun6418@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