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가정위탁지원센터 따뜻한 어머니상 김승순 할머니


증손자뻘 수동이 8년째 보듬어...서로의 버팀목으로 살아가는 힘

뇌종양 4년여 투병 최근 악화 불구 치료비 마련 못해 안타까움


   
 
  ▲ 김승순 할머니가 수동이가 서울에 치료를 받기전 찍은 사진을 꺼내들고 그간의 인연을 이야기 하고 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처럼 가지 마세요, 나 치료 잘 받고 얼른 내려갈게요”

이제 12살 수동이는 뇌종양으로 벌써 4년째 투병중이다. 너무 일찍 아버지가 된 수동이 아버지 강모씨(34)는 다른 사람의 화물차를 몰고 전국을 떠돌고 있다.

엄마에 대한 기억은 없다. 당시 대학생이던 아버지 친구 자취방이며 화물트럭 등을 전전하며 4살이 된 수동이가 마음을 기댄 곳은 김승순 할머니(74·서귀포시)였다.

친 혈육은 아니었지만 자신이 거둔 딸의 손자인 수동이를 운명처럼 품에 안고 이제 8년째.

수동이의 손을 잡고 보육원 입소 상담을 갔던 일이며, 입학할 때가 됐는데 주민등록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으면서 발을 굴렀던 일이며 쉬웠던 일은 하나도 없었다.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며 누구보다 밝고 씩씩했던 수동이와 할머니에게 지난 2005년 청천벽력 같은 일이 생겼다. 감기인 줄 알고 한달 정도 병원을 다니던 끝에 ‘뇌종양’으로 당장 서울 큰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급한 마음에 아는 사람들을 통해 수술비를 마련했고 이제 초등학교 졸업을 눈앞에 뒀지만 병은 어린 수동이를 놓아주지 않았다.

백혈구와 혈소판 수치가 좀처럼 오르지 않으면서 서울에서 통원 치료를 받고 있지만 건강보험중증진료등록 등으로 받아온 혜택이 올해 끝나면서 내년 4월까지 치료가 불투명하게 됐다.

한창 엄마·아빠 품에서 어리광을 부릴 나이지만 수동이는 세상 물정에 밝지 못한 김 할머니 대신 담당의사와 상담을 하고 치료비를 걱정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련해준 휴대전화는 늘 전원이 꺼진 상태다. ‘나중에 할머니가 통화료를 물기 힘들다’는 게 이유다. 대신 시간을 맞춰 전화를 하고 할머니의 안부를 묻는다.

지난 3월 할아버지가 간암 판정을 받은 지 한달 여만에 돌아가신 후로 할머니와 수동이는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고 있다.

“할머니 말 잘 들을게요”로 시작한 인연, ‘65억 분의 1’의 확률로 만났던 만큼 지금의 이별은 더 가슴아프고 길게 느껴진다.

가족이 모여 시간을 보내는 크리스마스에 찾아간 김 할머니의 집은 빈집 마냥 ‘휑’했다.

“아픈 내색도 없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대견하고 또 가슴 아프다”는 김 할머니는 “혹시나 아픈 애를 앞세우지는 않을까, 아직 어린 수동이를 두고 먼저 가게 되지는 않을까 늘 걱정”이라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수동이 얘기에 눈물부터 글썽였지만 이내 수동이 자랑에 힘을 낸다.

오랜 투병으로 또래보다 키가 작지만 서울 병원 근처 어학원을 찾아가 “학원비 낼 형편이 안되지만 영어를 배우고 싶다. 한달 만 배우게 해달라”며 ‘선생님‘의 꿈을 키우는 수동이다. 내년 중학교 진학대신 잠시 쉬는 것을 택해야 할 지 모르지만 교과서까지 챙기고 비행기를 탔다.

기적같은 인연을 끝까지 소중하게 지키고 있는 김 할머니는 28일 제주가정위탁지원센터로부터 ‘따뜻한 어머니’상을 받는다.

하지만 당장 김 할머니는 다음달 예정된 100여만원 상당의 검사 비용이 걱정이다.

“통원 치료는 서울 사는 딸이 신경을 써줘서 어찌 하고 있는데 어린 게 얼마나 힘들까 생각하면…”. 제주가정위탁지원센터에서 김 할머니와 수동이를 위한 희망을 모으고 있다. 문의=747-3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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