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똥깅이」(현기영 지음, 박재동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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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기영씨의 장편소설 「지상에 숟가락 하나」가 청소년을 위한 버전으로 새롭게 출간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1999년 초판 발행됐던 「지상에 숟가락 하나」는 인간의 역사적 실존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우리 문학사상 가장 뛰어난 성장소설로 극찬받는 작품이다. 45만 독자의 사랑을 받은 스테디셀러다.
신간은 한국 현대사를 관류하는 서사성과 남도의 대자연 위에 펼쳐지는 서정성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어우러진 이 아름다운 소설에 박재동 화백의 익살맞고 해학 넘치는 삽화를 더해 청소년을 위한 문학선 '담쟁이문고'의 두번째 책으로 나왔다. 신간의 제목 '똥깅이'는 바로 「지상에 숟가락 하나」의 주인공의 별명이다.
비극적인 가족사와 한국 현대사의 슬프고 어두운 그늘이 겹쳐져 역사의 행간에 감춰져 있던 한 작가의 성장기록은 담담하면서도 애잔하게 전해진다. 늘 부재중이었으나 투쟁의 대상이었던 아버지, 무한대로 펼쳐진 수평선에 오히려 갑갑증을 느꼈던 섬 소년에게 문학과 독서는 유일한 출구가 된다. 아버지에 대한 반항심, 문학에 대한 맹신, 이들 사이에서 아파하며 커가는 '똥깅이'는 사금파리처럼 반짝이는 유년의 추억으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한편 이번 신간에선 원작과 달리 작가의 뜻에 따라 제주4·3과 관련 직접적인 언급이 들어가는 부분은 부분 삭제됐다. 원작에서의 벅차기까지 한 슬픈 그늘이 줄어든 이 소설은 전반적으로 경쾌하고 밝은 분위기를 띠고 있다.
저자는 말한다. "만약 이 소설을 재미있게 읽은 어린 독자라면 좀 더 자라서 반드시 4·3의 역사와 만나기를 소망한다"라고. 실천문학사. 9800원.
이영수 기자
opindoor@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