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1급 딛고 4년제 대학 진학 정철만 군

   
 
  ▲ 제주를 떠나기전 모교에 들른 철만이가 특수학급 선생님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집에서 가까워’일반학교 진학, 교실 맨 앞자리·확대복사 등 친구·교사 도움 한몫
아버지도 시각장애 경제적 여건으로 학업 유지 ‘미지수’…“주변 위해 봉사하고파”

며칠 전 전자메일함에 사연 하나가 배달됐다.

‘제주대 사범대학 부설고 특수학급의 처음이자 유일한 졸업생인 정철만 학생이 시각장애 1급을 딛고 전주 우석대 유아특수교육과 특수교육대상자 특별전형에 합격했다’는 소식이었다.

“서울대에 진학하는 졸업생만 축하 받는 분위기가 너무 아쉽다. 이달 말 제주를 떠나기 전 많은 사람들로 축하 받게 해주고 싶다”는 사연에 철만이와의 만남을 서둘렀다.

선천성 녹내장으로 시각장애 1급 판정을 받은 철만이는 중학교(사범대부설중)과 고등학교 모두 일반학교에 진학했다.

다른 욕심은 없었다. 단지 집에서 가까워 혼자 다닐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고등학교 진학을 결정할 때만 해도 교육청에서부터 특수학교 진학을 권했다.

특수학급도 철만이가 2학년이 되던 해에 생겼다.

한달에 한 번은 병원에 가 안압 검사에 한달치 약을 처방 받아야 하고, 익숙치 않은 환경이나 길이 갑자기 꺼지거나 하는 상황은 인지하기 어렵다.

하지만 3년 동안 교실 맨 앞자리는 늘 철만이를 위해 남겨졌고, 시험을 치르거나 학습 보조 자료 등이 나눠질 때면 ‘확대 복사’가 적극 활용됐다.

2학년부터 인연을 맺은 윤경미 특수학급 교사와 변현지 특수교육보조원도 철만이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 제주를 떠나기전 모교에 들른 철만이가 특수학급 선생님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평소 ‘사회복지 쪽 일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가지고 있던 철만이는 윤 교사 등과 만나며 ‘특수교육’으로 진로를 정했다.

철만이는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 주는 모습을 보고 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좋을 결과를 얻어 기쁘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학 진학이 무작정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합격 통보를 받고 너무나 좋아했던 부모님이었지만 시각장애 4급으로 가구업체에서 일하는 아버지(정근선·50)의 수입에 새벽 우유 배달하는 어머니의 벌이를 보태도 할머니와 어머니, 중학교 1학년에 진학하는 남동생까지 생활하는데도 빠듯하다. 아버지 소유의 집과 자동차 때문에 ‘기초생활수급’ 같은 지원을 생각도 못해봤다.

기숙사 생활을 결정한 철만이 역시 “집에서는 학자금 대출이라도 받을 테니 걱정 말라고 하시지만 어떻게든 장학금이라도 받을 생각”이라며 고민을 털어놨다.

이런 철만이의 사정을 아는 특수학급 친구들이 지난 사대부고 축제 때 작품전시회 겸 바자회를 통해 모은 수익금 중 일부를 입학축하금 명목으로 전달하기도 했지만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26일 저녁 철만이의 대학 진학을 축하하는 삼겹살 파티를 열렸다. 가족 모두가 모인 자리는 화기애애하게 시작됐지만 할머니는 또 눈물을 흘리셨다.

잘 할거라는 큰손자의 말을 믿으시면서도 한편 혼자 보내야하는 현실이 가슴아프신 까닭이다.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큰아들을 든든해하면서도 아버지 역시 경제적 사정으로 그 꿈을 꺾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처음은 그저 철만이의 기쁜 소식을 나눠 갖자고 시작한 취재였지만 “졸업하면 부모님과 함께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는 철만이의 소망과 “아이들이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특수학급 교사들의 바람이 보태지면서 돌아오는 어깨가 무거워진다. 철만이 후원은 제주대사범대부설고(711-2412)를 통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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