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고파서 상습 절도·습득물서 금품 슬쩍·불만 누적 ‘충동적 폭력’
최고 580% 고이자 불법 대부업·전화금융사기 2월 폭주 등 ‘주의 당부’

오랜 경기 침체를 반영한 ‘불황 범죄’가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살이를 힘들게 하고 있다.

제주지방법원은 4일 하루만 무전취식과 토지매매대금 횡령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 3명 모두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범행이 ‘상습’적이거나 가로챈 금액이 많다는 점 외에도 이들로 인한 일반 서민의 경제·정신적 피해가 크다는 점을 적극 반영됐다.

주머니 사정이 예전만 못해지면서 쉽게 남의 물건에 손을 대거나 현실 비관 또는 불만이 누적된 상태에서 법 대신 주먹을 들이대는 일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1일 경찰에 붙잡힌 서모씨(39)는 자신이 일했던 배에 몰래 들어가 술 등 3만9500만원 상당을 훔쳤다. ‘춥고 배고파서’가 이유였다.

지난달 23일에는 다른 사람의 승용차에서 컵라면 등을 훔친 뒤 이를 먹기 위해 다시 모 매장 직원 휴게실에서 휴대용 가스버너와 김치를 몰래 들고 나온 배모씨(27)가 경찰에 붙잡혔다.

선불금을 노린 사기나 여유가 있을 때는 경찰에 신고부터 했을 ‘습득물’에서 금품을 꺼내 가로채는 일도 꼬리를 무는 등 팍팍해진 민심을 반영했다.

‘충동적 폭력’도 불황 범죄의 한 형태로 빈발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절도 등의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허모씨(62·여) 모자는 억울함을 감추지 않았다. 3개월치 여관비를 내지 않고 달아난 20대 남녀를 붙잡아 실랑이를 벌이는 가운데 ‘사소한’ 폭력이 발생했고, 이들 소유의 통장에서 직접 여관비 일부를 인출했다가 날벼락을 맞은 격이었지만 현행 법규상 잘못을 저지른 것을 무마할 수 없었다.

지난 1월말에는 빌려간 돈을 받지 못한 분을 이기지 못한 40대가 자신이 세들어 사는 집 방에 불을 질러 가구 등을 태운 것도 모자라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구속됐다.

불황의 와중에 생계침해형 범죄 역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제주지방경찰청은 올 1월부터 두 달 동안 불법 대부업으로 이익을 챙긴 11명(10건)을 검거했다. 제주 경찰은 불법 사금융 등의 혐의로 지난 한 해 56건·57명을 붙잡았다.

불법 사금융 피해자는 대부분 영세 상인이나 개인택시기사, 유흥업소 종사자 등으로 많게는 580%의 고이자에 허덕였다.

특히 등록대부업체까지 속칭 ‘일수 찍기’수법을 이용해 폭리를 취한 것으로 드러나는 등 급전에 목마른 서민들을 괴롭혔다.

전화를 이용한 금융사기도 늘었다. 지난해만 229건·25억5000만원 상당의 피해를 입히면서 대대적인 홍보가 이뤄졌지만 올 들어서도 30건의 피해가 발생했다. 이중 26건은 농한기인 2월에 집중됐으며 대부분 ‘우체국’사칭 보이스피싱에 당했다. 피해자도 50대 이상으로 신고되지 않은 피해도 적잖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만 해도 금융기관이나 전화국을 사칭하는 사례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우체국과 수사기관을 연계해 판단을 흐리게 형태가 많다”며 “우체국이 당사자를 대신해 경찰에 수사의뢰를 하거나 개인간 거래에 경찰이 개입할 이유가 없는 만큼 속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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