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보육원 독서경영 통한 역량 강화 사업

   
 
  ▲ 가정해체 등의 상처로 가슴을 닫은 아이들이 '책'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법과 사람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올해 3년차 ‘가정해체’상처 보듬고 자기 확인하는 기회 제공 등 효과 톡톡
내년 계속 사업 추진 고민, ‘책 읽어주는’자원봉사자 등 지역적 관심 절실

지도에서는 찾을 수 없는 ‘네버랜드’라는 곳에 사는 피터팬은 나이를 먹지 않는데다 날개 없이도 날아다닌다. ‘정말 일까’하는 의심을 날려버리는 것은 다름 아닌 소곤소곤 피터팬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엄마 아빠의 목소리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상호작용’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알고 이해하지 전까지 쉽게 마음을 열기 어렵다.

조금은 다른 형태의 ‘가족’과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 ‘마음을 여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과정이다.

제주보육원(원장 강도아)가 올해로 3년째 진행하고 있는 ‘독서를 통한 사회복지사 및 가정해체아동의 역량 강화’사업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또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으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책이 생기고, 서로 모여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졌다는 것으로도 아이들의 마음은 이미 든든해진다. 거기에 누군가 생각과 느낌을 물어보고 다른 사람의 그것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는 것은 큰 힘이다.

처음에는 관심 없는 듯 집중하지 않던 아이들도 자신의 생각을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생활지도 ‘선생님’들과 대화 시간이 늘어가면서 늘 허전했던 엄마 아빠의 빈자리가 조금씩 채워진다.

아이들을 ‘돌본다’는 사명감이 앞섰던 생활지도원 등 사회복지사들도 아이들이 풀어내는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의 상처를 알고 또 보듬을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

초등학교 1학년이던 지난 2006년 24시간 어린이집을 통해 보육원에 맡겨진 찬호(가명)는 학교 가는 걸 무엇보다 싫어했다. 글을 읽지 못하는 등 수업을 따라갈 수 없는 것도 힘들었지만 친구 관계도 원만하지 못했다.
그런 사정을 쉽게 털어놓지 못하면서 하루하루 표정이 굳어갔던 찬호를 바꾼 건 다름 아닌 책이었다. 책을 읽어주는 독서지도사의 목소리와 다양한 색감으로 풀어낸 현실과 상상의 세계는 어린 찬호의 상처에 특효약이 됐다. 이제 4학년이 된 찬호는 수업 시간에 먼저 손을 들고 발표를 할만큼 달라졌다.

달라진 건 아이들만이 아니었다. 올해 4년차인 이상구 생활지도원은 “책을 통한 다양한 간접 경험이 아이들과의 거리를 좁히는 데 도움이 된다”며 “점점 다가오는 아이들을 느끼는 것만큼 기분 좋은 일은 없다”고 말했다.

   
 
  ▲ 가정해체 등의 상처로 가슴을 닫은 아이들이 '책'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법과 사람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이런 과정이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생활지도원 한명당 8~9명의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상황에 늘 손이 모자라다. 노인·장애인 시설과 달리 자원봉사자들의 도움도 넉넉하지 않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업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올해로 마지막이어서 겨우 가슴을 연 아이들을 위한 사업을 어떻게 계속 끌어가는지 늘 고민이다.

누군가 사람이 아름다운 이유는 어려움 속에서도 여전히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이 있음을 믿고 그것을 살아내는 존재들에 대한 황홀한 끌림 때문이라고 했다.

고봉운 팀장은 “긍정적인 효과로 다들 힘을 낸 덕분에 아이들도 달라졌고, 생활지도원 대부분이 독서지도사 자격까지 얻게 됐다”며 “앞으로는 지역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자원봉사 문의=743-5020, 후원계좌=제주은행01-01-162195.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