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길흉, 과협처로 판단…잘 묶어야 산의 기복 활발
곧은모르 주변 송이채취로 붉은 속살 드러내 안타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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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보미오름군(좌보산=좌보악. 표선읍 성읍리)의 남동사면. | |
# 한라산 동쪽 첫째 맥에서 분맥한 좌보미
제주의 한라산은 태조산인 백두산에서 발원, 줄기차게 남쪽으로 흘러 내려온 대맥이 다시 회룡해 태조산을 바라보는 형상이다.
그 힘찬 지맥이 종산인 한라산에서 맺혀 제주의 생명력을 유지시킨다. 한라산은 날개를 펼친 푸른 매의 형국으로 주위 사방이 높고 마치 장군이 홀로 앉아 있는 듯 하다.
머리는 서쪽으로 향하고 꼬리는 동쪽으로 내려와 조종산인 백두산을 돌아보는 형국이다. 동쪽으로 내린 꼬리의 지세는 마치 미인의 눈썹과 같아 벼슬을 하지 않아도 번성하며, 말잔등과도 같아 일하지 않아도 굶지 않는다는 평온함의 지세이다. 동쪽으로 내린 지세중 중심맥에서 분맥해 이루어진 갈래중 하나가 좌보미오름군이다.
좌보미의 용체는 큰 것이 다섯이며, 주변으로 이어지는 작은 알오름군은 셀 수 없을 만큼 사방으로 뻗어나간다.
남동쪽에서 시작해 북쪽으로 등을 기댄채 상승하는 용이 북쪽에 주봉을 이룬 용과 합세해 앉아 있는 오름이 한좌보미요, 한좌보미에서 분맥한 우백호맥과 이어진 서쪽에서 상승한 봉우리가 소용메요, 남동쪽에서 봉긋한 봉우리를 넘나들며 솟아오른 봉우리가 염통메요, 남쪽에서 상승한 기운으로 토성체를 이루는 곧은모르가 염통메와 이어져있으며, 한좌보미의 돌아선 등뒤의 북동쪽 범의 등줄기에서 뻗어나가 도로를 지나 이어진 맥이 서낭당(족은오름)오름이다.
# 범무리들이 호위하는 한좌보미범
아홉개의 구성중 좌보성(左輔星)은 북두칠성의 여덟번째 별이라 말하는 이도 있으나 좌보성의 생김새는 머리를 보자기로 감싼 것과 유사하며 앞은 높고 뒤는 낮은, 크고 작은 공처럼 생겨야하며 활짝 편 허리는 길어야 하고 뒤가 크고 앞이 작은 것이 낙타 등과 비슷해야 한다.
아래로는 양다리가 평행으로 나가야 하며 스스로 분맥해 백부와 숙부가 되어야 좌보성에게 생기를 줄 수가 있다.
그러나 한좌보미의 범은 스스로 분맥해 염통메와 소용메를 이루는 것이 아니다.
서에서 상승한 소용메의 기운은 한좌보미의 백호와 만나 이어진 것이요, 동남쪽에서 상승한 염통메의 용이 행룡하여 가슴 안 쪽에서 한좌보미 범의 등줄기까지 이어지는 것이므로 좌보미오름을 북두칠성의 여덟 번째 별인 무곡금성(둥근 형태의 산)인 여섯 번째 별에서 분맥해 보좌하는 좌보성으로 해석하기엔 부족함이 있다.
주봉인 한좌보미는 동남에서 상승한 범이 곧은 허리를 뽐내며 우선하다가 범의 등줄기쪽인 북과 북동쪽으로 많은 지맥을 내려보내고, 이는 북쪽에서 주봉을 이루는 범과 이어져 든든한 등줄기를 만든다. 한좌보미는 기운을 합세한 쌍범(雙虎)이 행호(行虎)하는 산중의 임금이다.
주변에는 산군인 대장범을 호위하는 네 마리의 큰범과 새끼범들이 사방에 많은 혈을 남긴다.
# 학슬봉요한 과협처 있어야 기운 묶어
산의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가 가늘고 얕은 곳을 과협처(過峽處)라 한다. 산 넘어 먼곳을 넘어다니는 재가 과협에 해당된다.
용의 길흉은 과협처에 의해 판단된다. 즉 과협이란 전진하는 용의 생기를 모아 묶어놓은 용의 허리이며, 생기의 결인처인 것이다. 사람도 허리가 강하지 않으면 힘을 쓰지 못하는 것과 같이 용의 허리는 가늘고 힘 있고 부드럽고 짧고 튼튼하며 유연해야 강룡이 된다.
과협의 소임은 용의 흉한 살기를 제거해 용신을 수려하고 유연하게 만들고 생기를 걸러 묶는 데에 있다.
과협이 잘 묶여야 용이 다시 힘을 결집해 기(起)할 수 있는 것이다. 한좌보미범과 이를 따르는 범무리들의 과협처는 학의 무릎과 벌의 허리처럼 가늘어 학슬봉요(鶴膝蜂腰)하므로 산의 기복이 활발하고 생기 넘쳐 멀리 많은 새끼범들을 남긴다.
이는 엎드린 지맥의 생기를 과협처에서 잘 묶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운으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과협처가 좁고 튼실하기 위해서는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에 물이 있어야 한다. 산군 범을 따르는 범무리의 봉우리 사이 사이마다는 물이 가득해 용을 더욱 힘차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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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이 채취로 붉어진 속살 | ||
한좌보미범은 북을 등지고 앉았으며(北背), 소용메범은 서를 등지고(西背), 염통메범은 남동을 등지고(南東背), 곧은모르범은 남을 등지고(南背)앉아 있다.
서낭당족은범은 주봉의 등뒤 동사면에 앉아 한좌보미와 합세한 동남쪽범의 허리 아래서 분맥하였으므로 범의 꼬리로 해석할 수 있으나 도로가 꼬리를 가로 지르고 있어 그 꼬리의 단맥(斷脈)이 우려된다.
북사면과 북동사면, 동사면 모두 한좌보미 범의 등 뒤를 감아돌던 범의 허리 뒤에서 분맥한 가지맥들이 하강행호하여 많은 방수혈을 맺지만 그 귀함이 얼굴 앞 남사면보다는 못하다.
한좌보미범의 얼굴 앞, 남사면으로 가파르게 내려가는 맥이, 가운데 둥근 당판의 알오름을 형성하는데 이것이 한좌보미범의 얼굴이다.
혈장은 범의 입에 있다. 범의 얼굴 앞에는 좌에서 우로 흐르는 좌선수의 수세이며, 용의 기운은 강하고 기운차며 호위하는 무리의 범들이 지켜서고 있어 거칠지 아니하고 부드러워 순화된 기운의 범이다.
다만 좌선수하는 소용메와 곧은모르 사이의 수구를 따라 거칠게 파헤쳐진 땅이 눈 앞에 어른거리며 곧은모르의 남사면 지맥을 절개해 송이를 채취한 흔적으로 철조망 아래서 붉게 드러난 곧은모르범의 속살만이 안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