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네번째이야기
다래용, 기복과 위이 활발한 용, 깊고 빠른 수세 만들어 내
황개천, 남서사면 용 환포(環抱)했다면 양택지 많았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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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덕면 감산리 다래오름(월라봉·월라산) 출맥한 용이 바다를 내다 보고 있다. | ||
# 용맥 어머니와 태아 이어주는 탯줄
어머니와 태아가 이어지는 탯줄은 현무봉에서 혈을 이어주는 땅의 혈맥(地脈)인 용맥과 같다. 혈의 결지여부와 대소의 판단은 용맥에서 이뤄지므로 이곳 모두를 입수룡이라한다.
산봉우리에서 봉우리로 이어지는 맥 즉, 지맥이 흐르는 방향을 보고 어떤 방위로 용이 입수하고 출맥하는지를 감별한다. 입수일절룡은 용과 혈의 마지막 접속부분으로 현무봉에서 혈처에 이르는 행룡과정 중 가장 혈에 가까운 용맥을 말한다.
어머니가 입으로 먹은 음식물은 식도를 따라 위로 전달돼 분해되며, 분해된 양질의 영양분은 탯줄을 통해 자궁 속의 태아에게 전달된다.
이때 영양분을 더욱 미세하게 분해하기 위해서는 수십개의 굴곡된 탯줄의 마디를 거쳐야하며 이 양분은 태아의 배꼽을 통해 태아에게 전달된다.
이 과정은 태조산에서 현무봉에 이르기까지의 석산(石山)의 험한 살기를 토산(土山)의 깨끗한 생기로 전환해주는 주룡의 탈살과정과 동일하며, 현무봉에서 혈장의 입수도두(생기를 모아 혈처에 전달하는 곳)까지 위이·굴곡(屈曲)해 기를 더욱 정제하고 순화시키며 조절하는 용의 행룡과정과 같다.
태아의 배꼽은 혈장의 입수도두에 해당되고, 탯줄이 배꼽에 연결되는 마지막 한토막은 입수일절룡에 해당된다. 혈의 진가(眞假)와 생사(生死)여부는 이 입수일절룡에 달려있다. 천리를 행룡해 달려온 용도 마지막 입수일절룡이 부실하면 허사가 되고 마는 것이다.
한라산의 남사면 영실로 뻗어나가 법정악과 녹하지오름등을거쳐 군산에 이르렀다가 군산의 서사면에서 전해준 용의 기운과 다래오름 서사면으로 상승하는 용의 기운이 합세하여 기(起)한 다래용은 태수세 창고천을 만나 위이·굴곡이 활발해 남사면 바다 앞까지 행룡이 이어지는 강룡이다.
건강한 어머니에게서 이어받은 지맥이니 강룡자손으로 태어났으며 출맥 후 바다를 만나 행룡을 멈추고 멀리 큰물을 바라보는 형상의 다래용이다.
# 남사면 바다 내다보는 용이 중심용
현무봉에서 길고 힘차게 뻗어내려온 용이 결인속기후 큰물을 만나 머리 들어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다래용은 북동사면으로는 군산에서 전해진 용의 기운과 창고천 서사면에서 상승한 용이 합세한 두 마리용의 기운이다.
서사면에서 상승한 용은 우선(우측에서 좌측으로 행룡)하여 감아돌아 우출맥(현무봉에서 백호쪽으로 행룡하다가 출맥한 용)하고 남사면으로 좌로 굴곡·행룡하니 큰물인 바다 앞에 이르러서야 그 행룡을 멈춘다.
좌로 굴곡하며 이룬 땅이 스스로의 백호를 만들어내고 청룡인채하는 남서사면으로 사이로 내다보이는 고즈넉이 감아돈 땅은 다래중심용의 오른쪽 얼굴사면에 해당된다.
스스로의 등줄기와 목줄기로 협곡을 이루기는 하나 이곳은 다래용의 가지맥의 당판이다. 용이 좌에서 우로굴곡해 만들어낸 이 협곡 앞에는 멀리 화순항과 황개천이 내다 보인다.
다래용의 남동사면인 우에서 좌로 굴곡해 만들어낸 용의 좌측 얼굴사면 역시 용의 등줄기와 목줄기 사이로 협곡이 이루어져 깊고 큰 수세를 만든다.
군산용과 다래용사이에 이루어진 이 물은 용의 기복이 활발해야 생성되는 협곡수이며, 이 협곡수로 인해 다래용의 좌우굴곡은 더욱 활발해진다.
사방이 병풍을 두른 듯 장엄하고 남사면으로 출맥해 바다를 내다 보고 있으니 비룡망수형(飛龍望水形) 다래용이요, 용의 혈은 발복이 매우 크며 부귀쌍전(富貴雙全)한다.
# 황개천 만나 위이(委蛇)하는 다래용
용이 상하 수직으로 움직이는 것은 천기(天氣)로 하늘의 움직임이요, 좌우 수평으로 굴곡하는 위이는 지기(地氣)로 땅의 움직임이다.
용은 상하 기복과 좌우 위이의 변화가 동시에 내재돼 행룡한다. 기복과 위이의 변화는 곧 용이 살아 움직이는 모습으로 용맥의 변화를 통하여 용의 기세와 생사를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행룡하는 용의 종횡 전환을 자세히 살피면 용의 기운이 머무는 자리인 혈처를 찾을수 있다.
이러한 용의 움직임은 수세와 함께 이뤄진다. 용의 위이가 활발하면 수세 또한 거칠고 굴곡이 심한 물이 흐르기 마련이며 용의 위이가 부드럽고 적으면 물의 흐름은 느리고 안정된 유정한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다래용은 기복과 위이가 활발한 용으로 물의 흐름이 깊고 빠른 수세를 만들어낸다. 위이하는 용의 곁을 따라 물이 흐르는 까닭이다.
바다를 내어다보는 다래용의 우측 얼굴사면을 흐르는 태수세가 바로 창고천의 끝자락인 황개천이다. 이 황개천을 넘어서 서사면으로 펼쳐진 땅이 다래용이 행룡중 남겨준 비옥한 양택지다.
사람이 머물기 좋은 양택지는 용이 멀리 행룡해 평야로 나아가 고요한 수세를 가져야 평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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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래용의 우측 등줄기와 목덜미 사이 지맥으로 이루어진 양택지. 이 앞을 황개천이 흐른다. | ||
한라산 남사면에서 발원한 물이 안덕계곡을 거쳐 흐르는 창고천이 다래용의 서사면을 모두 감아돌아 바다와 만나는 끝자락이 황개천이다.
창고천이 흐르는 내는 황토흙이 많아 누런색을 띤 냇물이 바다로 흘러든다해서 이 끝자락을 황개천이라 불렀다.
만약 황개천이 남서사면용의 얼굴 옆을 환포(둥글게 감아도는)하는 형상이었다면 다래용은 바다를 내다보는 형상이 아니라 남서사면 화순항으로 고개를 내려 행룡했을 것이다.
그러면 지금보다 더 넓은 양택지를 남겼을 것이다. 안타깝지만 황개천은 남서사면 앞에서 용의 우측 목덜미를 치고 들어가는 형상을 한다.
그리하여 다래용의 행룡에서 뻗어나온 많은 지맥들은 황개천을 건너고 나서야 평온하고 건강한 양택지를 이룬다.
황개천이 용을 보좌하지 못하고 소용 없이 바다로 흘러드는 서운한 마음을 다래용은 모른체 한다.
다래용을 감아돌아 지기를 보존하기 위해 열심히 흘렀을 황개천을 외면하며 바다를 내다보는 다래용이 황개천은 야속하기만 하다.
승천하지 못하고 망망한 바다를 내다보는 다래용의 발목을 부여잡고 있는 것은 어느날 다래용의 남서사면을 우뚝 가로막은 중부화력발전소에 갇힌 자유롭지 못한 다래용 가지맥들을 염려하는 안타까운 어미의 마음은 아닐런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