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가 사는 곳」(정인)

「그 여자가 사는 곳」에는 하나같이 결핍되고 주변화되고 낙오한 인물이 등장한다. 브로커에 속아 한국으로 시집온 베트남 여성이나, 인생의 전환점을 모색하려 사표를 제출한 방송국 계약직 작가, 또는 퍼질러 앉아 우는 여자를 외면하지 못해 친절을 베풀다 한밤에 지하철 역사에 갇히게 된 남자 등은 하나같이 감당하기 힘든 삶의 짐을 이고 타자에 상처받으며 살아가는 일상적 인물이다.
정인은 인간 존재 그 자체에 관심이 많은 작가다. 특히 몸을 가진 인간이기에 겪는 생의 고통을 여러 인간군상으로 형상했다.
작가는 또, 손자와 할머니의 고단한 삶을 다룬 「잔인한 골목」이나 베트남 결혼 이민자 가정의 소통 부재의 삶을 그린 「타인과의 시간」등을 통해 개개인이 겪는 고통의 근원을 사회문화적·인종적·계급적·성적 디테일로 확대해 드러내기도 했다.
작가는 현실의 음험함 가운데 개인의 남루한 삶을 위치시키되, 값싼 해결을 모색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적어도 작가가 보기에 세계는 좀처럼 반성할 것 같지 않고 개인의 삶 또한 나아질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의 세계는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하다. 심지어 타인의 고통을 통해 전리품을 얻기도 한다. 이에 작가는 비루한 일상의 진면목을 들이밀고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한 비정한 세계의 늪을 건너는 법을 보여 준다.
문학수첩북앳북스·9800원.
문정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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