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밍쯔」(차오원쉬엔 저·김지연 역)

사춘기는 어른이 되기 위한 성장통을 겪는 혼돈의 시기이자, 부모의 슬하를 벗어나 세상과 만날 준비를 하는 시기이다. 그러나 부모의 둥지 안에서 날갯짓을 연습할 시간도 갖지 못한 채 차가운 현실로 내몰리는 이들이 있다. 희망 대신 체념을, 꿈 대신 굶주림을 해결할 방법을 먼저 배워야 하는 아이들. 이들에게 꿈과 희망이란, 평생토록 돈을 모아도 살 수 없는 쇼윈도 안의 고급 모로코 가죽구두와 같다.
이 책은 고된 사춘기를 보내고 있지만 희망을 잃지 않는 열일곱 살 밍쯔와 그의 친구들을 통해, 혼돈으로 가득한 현대 중국의 성장통을 이야기한다. 아름다운 갈대숲을 잃고 도시화·현대화로 치닫고 있는 오늘의 중국. 가장 사랑해야 할 존재인 가족과 이웃이 서로 미워하며 헤어져야 하는 상황에서도 무자비한 발전에 박차를 가할 뿐인 오늘의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산과 청정해역을 어른들의 욕심으로 망가뜨리고 있는 우리나라의 어제와 오늘을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다.
아동문학의 노벨상이라 일컫는 안데르센상에 노미네이트된 중국 성장소설의 대표 작가 '차오원쉬엔'의 신작으로, 작가는 이 작품으로 제3회 쑹칭링 문학상을 수상했다.
은행나무·1만2000원.
문정임 기자
mungdang@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