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광주 흥사단 부설 '나잘난 학교'

'학교밖 청소년'은 이제 각 지역 사회가 안고 있는 보편적 문제가 되고 있다.

외환위기로 잠깐 흔들린 사이 유년 시절을 보낸 아이들 중 많은 수가 가정해체로 인한 정서적 상처를 안고 사회 어느 집단에도 동화되지 못하는 󰡐부적응 장애󰡑로 거리를 떠돌고 있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이런 상처가 되물림 되고, 또 유행처럼 번진다는 것이다. 한번 마음이 떠난 아이들을 사회 안으로 끌어 들이는 데는 수치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사회적 비용이 든다. 지역사회에서 이들에게 얼마만큼 관심을 가지고 또 책임을 지고 있는지가 문제 해결의 시작이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강 명령 이수를 목적으로 나잘난학교와 인연을 맺었던 아이들은 이곳에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사회 적응력을 키운다.
   
 
△처음부터 ‘나쁜’아이는 없다

󰡐학교밖 청소년의 가정과 학교 기능 대체를 위한 돌봄과 배움의 대안 공간󰡑. ㈔광주 흥사단 부설 청소년연구원이 꾸리고 있는 󰡐나잘난 학교󰡑는 이런 부제에서 출발했다.

광주 지역에서만 한해 1000명에 가까운 아이들이 학교를 나와 무작정 거리로 나선다. 󰡐학교󰡑라는 틀에 박힌 과정을 이해하지 못한데 대한 사회적 동의를 얻고 다른 방법으로 살길을 찾는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많은 수의 청소년들이 범죄에 쉽게 노출되는 󰡐최악󰡑의 상황은 쉽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나잘난 학교의 장을 맡고 있는 노미덕 광주흥사단 청소년연구원장은 󰡒나쁜 짓을 하게 된 배경이나 이유는 묻지 않고 무작정 나쁜 아이 취급하는 것은 절대 해법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노미덕 광주흥사단 청소년연구원장
   
 
나잘난학교는 광주지방법원 가정지원을 통해 보호관찰 3개월 처분을 받은 학교밖 청소년을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다.

2007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사업으로 선정, 올해로 2년차 사업을 수행중이다.

법정에 설 정도면 최소 3~4차례나 비슷한 실수로 경찰서 출입을 하고 훈방 등 가벼운 처벌로 범죄가 상습화된 상태다. 부모교육을 진행한다고는 하지만 경제적 형편이나 가정상황을 감안하면 실효를 거두기에는 역부족이다. 막상 󰡐나쁜 일󰡑에서 손을 땐다고 하더라도 또 유혹에서 벗어나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 모든 과정의 필수 요건은 다름아닌 ‘관심’이다.

박영희 대안교육팀장은 일을 맡은 후 단 한 번도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않고 있다. “어렵거나 난처한 상황에 처했을 때 편하게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거나 달려가 줄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눈에 띄게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등교’ 작은 약속 실천부터 다시 시작

   
 
  등교에서부터 하나하나 배워가는 아이들의 변화속도는 예상보다 빠르다.  
 
나잘난 학교의 등교시간은 오후 1시30분이다. 수업은 오후 2시부터 시작된다. 박팀장은 “정해진 틀에서 벗어난 지 수개월에서 수년이 지난 상황에서 학교에서와 같은 형태로 아이들을 묶어두는데는 한계가 있다”며 “제대로 일상에 돌아갈 수 있도록 준비하는 과정이라는 점에 주안을 뒀다”고 말했다.

취재팀이 찾아간 시간은 마침 아이들이 등교를 시작할 즈음이었다. 얼굴에 한눈에 보기에도 큰 상처를 입은 아이 하나가 멋쩍은 표정으로 사무실에 들어선다. 박 팀장은 어두워진 표정을 감추며 상황을 묻는다. 숨김없이 지난밤 있었던 일을 털어놓은 아이는 ‘등교 확인“을 받은 후 추가 치료를 위해 병원으로 향했다.

박팀장은 “처음부터 ‘문제 청소년’은 없다”며 “최근 (나잘난)학교를 찾은 아이들 중 대다수가 결손가정에서 자라나면서 심리적 상처를 극복하지 못해 가출과 비행을 반복하는 경우”라고 말했다.

수업시간표는 아이들의 심성계발과 자존감을 끌어올리는 내용으로 꾸려졌다. 저녁을 먹고 난 뒤 원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검정고시반을 운영하고 있지만 자발적으로 참여해 체험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예상외로 일상 속 예절을 배우는 한문교실이나 나를 찾아가는 인문학교실이 인기가 높다. 난타나 노래, 드라마치료, 문화예술교실 등 스스로 즐거움과 흥미를 찾을 수 있도록 구성됐다.

△지역사회가 함께 아니면 어려운 일

'3개월 수강명령’을 받고 학교를 찾은 아이들만 180여명이다. 온전히 시간을 채워 수료증을 받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고 수업일수를 채우지 못해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 ‘등교’하는 일이 다반사다.

하지만 모두가 기분 좋게 학교를 나서지는 못한다. 적응이 어렵고, 계속된 문제 행동으로 소년원으로 보내진 경우도 8명이나 된다.

이 과정에서도 사전논의를 거쳐 본인의 의사를 묻는다. ‘여기마저 우리를 버렸다’는 피해의식이 제일 위험하기 때문이다.

나잘난학교가 이처럼 운영되는 데는 지역사회적 지원이 주효했다.

학교내에서 이뤄지는 수업 전 과정은 아이들의 2배수 이상으로 구성된 지역인력풀을 통해 자발적으로 나서준 자원봉사 교사들이 진행한다. 문화예술프로그램 역시 전문강사가 소정의 비용을 만으로 자신들의 시간을 내줬다. 한마음자원봉사단을 주축으로 한 ‘위탁 어머니(Social Mother)'가 가끔 안부 메시지도 보내주고 여가시간을 함께 공유하며 소통을 시도한다.

   
 
  박영희 나잘난학교 대안교육팀장  
 
박 팀장은 “가정과 학교에서 상처를 받았던 아이들인 만큼 자신들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가장 먼저 확인한다”며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터닝포인트’를 제공한다는 것이 나잘난학교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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